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13) 하동 재첩
DJ : 우리 정오의 희망곡 식구들은 어떤 음식으로 숙취를 없애시나요? 시원한 음료? 아니면 뜨끈뜨끈한 국물? 햄버거로 숙취를 해결한다고도 하는 분도 계시던데요, 이분은 어렸을 때부터 '숙취 해소'에는 또 이것만 한 게 없다고 배웠답니다. 목요일을 사랑한다는 분 이서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 : 네 안녕하세요.
DJ : 오늘 시작부터! 술 얘기를 했잖아요. 숙취 해소법도 막 나오고. 본격적인 음식 이야기에 앞서 우리 이창언 기자는 뭐로 해소를 하시나요.
이 : 저는 뭐. 원래 술을 썩 좋아하진 않지만. 혹시나 과음하는 날이 있을 때면. 다음 날 먹는 라면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DJ : 맛있는 먹거리를 소개해주시는 분이 또 막상 즉석 음식을 좋아하는 게 참 아이러니하네요. 그나저나! 아까 어렸을 때부터 오늘 소개할 음식에 대해 들어왔다 하셨는데 우리 이서 님과 어떤 연관이 있나요.
이 : 네, 이 음식 주 생산지가 지난번 녹차를 통해 한 번 소개했던 하동이거든요. 그래서 나름대로 이름 붙여봤습니다. 고향사랑 특집 제2탄. 어렸을 적부터 저희 아버지를 포함하며 동네 어르신들이 이 음식을 마치 차처럼! 자주자주 드시는 모습을 자주 봤거든요. 술 먹고 난 다음 날은 물론이고 뭔가 기력이 약해졌을 때도요. 이 음식! 오늘도 역시나 우리 작가님이 시식을 통해 청취자분들 오감을 자극하며 힌트를 줘야겠죠? 작가님~
지 :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DJ : 아 사실 아까부터 이 음식을 끓이는 향이 정말 좋았거든요. 우리 청취자분들 눈치 채셨나요? 그렇죠. 하동 하면 섬진강, 섬진강 하면 역시 이 음식이죠. 오늘 맛있는 경남은 섬진강 재첩 편으로 준비해 봤습니다. 참, 오늘 이 재첩 직접 하동에서 들고 오셨다면서요?
이 : 네, 오늘 아침에 공수해 온 싱싱한 재첩이거든요. 사실 아침밥으로도 이 재첩국에 밥 한 그릇 뚝딱 말아먹고 왔어요.
속이 확 풀리는 재첩국.
DJ : 어쩐지 오늘 왠지 속이 든든해 보이더라고요. 이렇게 좋은 재첩. 우리가 또 잠깐 공부해 봐야겠죠? 먼저 하동 재첩 역사를 설명해 주신다면요.
이 : 네, 하동 사람들은 '재첩국 사이소~'를 외치던 아낙네들을 통해 재첩 역사를 말하기도 하는데요, 1950년대 그 어머니들께서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져요. 이후 1960년대 식당으로 나와 팔리기 시작했고요. 사실 1980년대 중반까지는 섬진강보다 낙동강 재첩 이름값이 높았다고 해요. 하지만 1987년 하굿둑이 들어서면서 낙동강 재첩은 그 자취를 감췄죠. 그 때문에 섬진강 재첩은 1990년대 그 명성을 확고히 했죠. 재첩은 물 맑은 곳만 찾거든요. 오늘날 대량 채취가 가능한 곳은 섬진강이 유일한데, 섬진강은 모래톱이 많아 자연정화가 잘 된다고 해요. 또 바닷물이 적절히 섞여 재첩 서식이 도움을 준다 하네요.
DJ : 역시 깨끗한 물이 있었기에 오늘날 하동 재첩이 탄생할 수 있었군요. 근데 이 재첩, 긴 역사만큼 아픔도 많았다고 해요?
이 : 맞아요. 30~40년 전과 현재 비교하면 재첩 양이 많이 줄었거든요. 주암댐·섬진강댐이 들어서면서 하류 쪽으로 내려가는 물이 적어졌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바닷물이 더 올라와 염도가 높아져 재첩 서식 환경이 나빠졌고요. 여기에 1970년대 후반에는 섬진강 모래를 퍼다 날라 토목공사에 사용하거나 일본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해요. 이 때문에 하구 바닥이 낮아져 역시 바다 짠물이 밀려오면서 재첩 서식지도 상류로 많이 올라갔고요. 또
DJ : 참 우여곡절이 많았군요. 그런데도 여전히 이 재첩을 고집할 수밖에 없는 이유, 뛰어난 맛도 맛이겠지만 어민들 수입에 큰 도움이 된다면서요?
이 : 네, 10년 전보다 재첩을 채취하는 사람들 3배 가까이 늘어나기도 했는데요, 하루 8시간 작업해 30kg 정도 잡으면 수입이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고 해요. 이 때문에 부부가 함께 부지런을 떨면 허름한 집을 새로 지을 수 있다는 말도 생겨났죠.
DJ : 그렇군요. 하지만 이 재첩잡이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면서요?
이 : 그렇죠. 재첩 채취는 4~6월과 9~11월이 절정이거든요. 이 시기, 어민들은 오전 5~6시에 나가 오후 늦게까지 작업하는 경우가 많죠. 재첩잡이는 거랭이라 불리는 도구를 주로 이용하는데 채취하는 내내 구부린 자세에다가 큰 무게를 감당해야 하니 허리 성할 리 없다고 해요. 물웃을 입기는 하지만 차가운 기운도 그대로 느껴야 하고요.
DJ : 재첩이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또 있었네요. 이제 음식 이야기 좀 해볼까요? 흔히 재첩 하면 재첩국으로 많이 먹는데 재첩무침과 재첩전도 인기라면서요?
이 : 네, 국 외에도 재첩은 여러 음식으로 먹는데요, 물기를 쏙 뺀 재첩살과 잘게 썬 사과, 배, 당근, 오이, 양배추를 버무리고 초고추장으로 간을 보탠 무침은 담백하면서 고소한 맛이 일품이에요. 여기에 배즙도 살짝 섞어서 달달한 맛도 나고요. 재첩전은 부추와 고추, 재첩으로 반죽해 얇게 구은 전으로 재첩국과 함께 먹으면 서로 돋우는 맛이 좋죠.
DJ : 듣기만 들어도 막 군침이 도네요. 또 재첩국 같은 경우 정말 궁합이 잘 맞는 다른 재로도 있다면서요?
이 : 네, 재첩 효능과도 연관이 있는데 미네랄 등 각종 무기질이 풍부해 장을 편안하게 하고 혈당을 내려주거든요, 대신 이 비타민 A가 조금 부족한데, 부추가 이를 잘 보충해준다고 해요. 감칠맛도 더 살아나고요. 또 입맛에 따라 땡초나 애호박을 잘게 썰어 넣어 먹기도 하고요. 여기서, 재첩국은 식으면 비린 향이 좀 강해지거든요? 이왕이면 따뜻할 때 드시는 것을 권합니다.'
맑고 뽀얀 국물과 탱탱한 살, 재첩은 섬진강 그 자체다.
DJ : 뜨끈뜨끈하게 먹되 부추를 넣어 먹어라! 꼭 기억할게요. 근데 우리가 재첩을 먹을 때 이거 혹시 중국산 아닐까 하고 걱정하기도 하잖아요. 구분할 수 있을까요?
이 : 사실 하동 재첩이 안은 고민이기도 해요. 암암리에 속여 파는 이들이 적발되는 일도 있었으니까요. 이 때문에 하동군은 하동재첩특화마을을 조성해 원산지 신뢰를 높이는 데 특히 신경을 쓰고 있어요. 그래도 기초 구분법을 알아보면요, 하동산과 중국산은 일단 크기부터 달라요. 하동산은 주로 12~20mm 정도로 자란 것만 채취를 하는데 중국산은 이보다 훨씬 크죠. 또 하동 재첩은 청자와 같은 고운 빛깔을 낸다고 하네요.
DJ : 저도 우려낸 국물 맛, 그 깊이에서도 차이가 난다고 들었거든요. 앞으로는 크기와 색깔도 유심히 보도록 할게요. 마지막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하동 재첩이란?
이 : 맛있는 이야기에서 소개한 하동 특산물은 녹차와 재첩이 다거든요. 뭔가 아쉬운 마음을 담아 준비해봤어요. 두 시간 넘게 푹 끓여 낸 맑고 뽀얀 국물과 탱탱한 살, 바로 섬진강 그 자체입니다.
DJ : 감사합니다. 오늘 소식도 잘 들었어요.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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