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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배구에 이어 겨울철 대표 스포츠로 거듭나고 있는 핸드볼.

알고 보면 더 재밌다고 하죠.

핸드볼 경기 결과는 핸드볼리그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네요.

PDF 파일을 열면 그날 경기 결과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록지도!

기록지를 볼 때 참고가 되는 용어들 정리해 봤습니다.


-6M : 6M
라인 근처에서 시도한 슈팅과 득점 유무를 줄인 말입니다.

-Wing : 양쪽 윙포지션에서 시도한 슈팅과 득점 유무를 줄인 말입니다. 좌우 날개 공격이 중요하겠죠?

-9M : 9M라인 밖에서 시도한 슈팅과 득점 유무를 줄인 말입니다. 이른바 중거리슛!

-7M : 패널티스로로 시도한 슈팅과 득점 유무를 말합니다. 축구로 치면 페널티킥!

-FB : Fast Breaks의 약자입니다. 속공을 의미합니다. '골키퍼 패스-슛-골'을 보는 게 핸드볼의 묘미죠.

-BT : BreakThroughs의 약자입니다. 11돌파에 의한 득점 유무를 말하지요. 좀 더 풀어 설명하자면, 윙어가 빠른 스피드와 볼 컨트롤을 앞세워 드리블 돌파를 하고 어떻게든 직접 득점하는 걸 말해요. 상대 수비수와 일대일 상황에서 돌파하고 나서 시도하는 슛이나, 9M 라인 안쪽에서 돌파한 후 수비수가 없는 상황을 만들고,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에서 던지는 슛인 셈이죠.

-AS : Assists! 어시스트의 약자입니다. 득점을 도운, 마지막 패스를 한 선수가 기록돼죠.

-TF : 실책을 뜻해요. TechnicalFaults의 약자지요.

-ST : Steals의 약자입니다. 가로채기!

-BS : Block Shots의 약자입니다. 상대가 던진 슛을 우리 팀 수비가 성공적으로 막았을 때 기록돼죠.

-YC : Yellow Cards의 약자입니다. 노란색 카드, 경고! 계속된 반칙과 비신사적인 행위가 있을 때 주죠. 단 선수는 1회를 초과해 경고를 받을 순 없어죠. 팀 전체는 3회를 초과할 수 없고요. 그 후 처벌은 최소 2분 퇴장이 돼요. 즉 옐로카드 3회가 쌓이면 그때부턴 2분씩 퇴장퇴장!

-2Min : 2Minute Suspensions의 약자입니다. 2분 간 퇴장. 2분이 지나면 선수는 곧바로 코트로 복귀하죠.

-RC : Red cards의 약자입니다. 축구와 마찬가지로 곧바로 퇴장을 의미하죠. 그날 경기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DR : Disqualification with report의 약자입니다. 퇴장을 당하고 나서, 이후 위원회를 열어 추가 징계까지 논의해야 하는 반칙인 셈이죠. 이른바 완전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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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아버지를 이야기하는 건부는 덤덤했다. 지난 세월 잊고 떠올렸음을 반복해서일까, 마치 그저 스쳐 지나가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대수롭지 않기 말했다.

6살 이후 건부는 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 이제는 뚜렷이 기억하기도 어려운 유년 시절과 죽은 개처럼 끌려가던 마지막 모습이 전부다. 힘들면 찾아가고, 괜히 한 번 들려 말이라도 걸어볼 수 있는 무덤도 없다. 어디에 잠들었는지, 왜 죽었는지 평생을 알고자 했지만 돌아온 건 각각의 침묵뿐이었다.

어느 순간 건부는 아버지를 가슴에 묻기로 했다. 자신만이 아는 비밀로 간직하면 됐다. 어쩌면 그것이 건부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었다. 아버지가 그리우나 아버지를 잊어야만 살 수 있었다. 내 자식에게 역사를 대물림해서는 안 됐다.

 

그날 밤 찬욱의 불면증은 더 깊어졌다.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린 듯했지만 그걸 무엇으로 메워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찬욱은 아버지처럼 살 수 있을까, 고민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고, 그저 모른 척하고 말이다. 할아버지가 경찰이고 말고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경찰이든 아니든 할아버지는 그냥 할아버지였다. 아버지를 낳았고 또 찬욱을 있게 했다. 그거면 됐다.

 

억지로 잠을 청하려는 의지와 찬욱을 깨우는 잡생각이 교차하며 어둠이 더 짙게 내려앉았을 무렵, 찬욱은 다짐했다. 언젠가, 할아버지를 찾게 된다면, 아버지 손을 꼭 잡고 할아버지가 묻힌 언덕에 마음껏 안기겠다고. 아버지의 눈물을 모른 척하겠다고. 가을이 지나가고 또다시 계절이 돌아오면 무덤 위 그 파란 잔디를 자랑처럼 만지러 가겠다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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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옷을 입은 남자들은 불쌍한 영혼이 깃든 다섯 명을 일렬로 세웠다. 이제부터는 걸어서 가야 한다며 다섯 명을 다그친 이들은 앞뒤로 복동 무리를 감싸고 걸음을 재촉했다.

거친 숨소리와 낙엽 소리, 가끔 시시덕거리는 남자들의 웃음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섬진강을 지나온 이곳은 어디일까. 가보면 안 다던 이들의 말은 무슨 의미일까.

복동은 걷고 또 걸었다. 복동은 목적지인 그곳에서 재조사가 이뤄진다면,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도 품었다. 분명한 것은 복동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었고 그 누구보다 떳떳하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복동의 말만 들어준다면, 충분히 설득시킬 자신이 있었다.

복동은 아직 덜 자란 맏이와 건부가 보고 싶었다. 핏덩이 같은 막내도 생각났다. 여전히 아버지의 품이, 어깨가 필요한 아이들이었다. 함께한 시간이 부족했다. 아비로서, 제대로 해 준 것도 없었다.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아이들에게 모든 걸 주고 싶었다.

 

. 가장 선두에 섰던 남자가 개머리판으로 둔탁한 무언가를 치는 소리였다. 복동이 생각건대, 그건 바위였고,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신호처럼 들렸다.

시커먼 남자들은 복동 무리에게 그대로 무릎 꿇으라고 소리쳤다. 트럭에 처음 오를 때부터 총구가 늘 복동 무리를 향하고 있음을 알았기에, 모두가 순순히 말을 들었다.

이제부터 저들이 뭘 할지는 알 수 없었다. 눈이라도 보이게 했으면 좋겠다만, 저들은 아직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 사이 복동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증거들을 머릿속으로 하나씩 정리하고 있었다. '배움이 부족해 좌파며 우파며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가장이다, 낮에는 허드렛일을하고 밤에는 주점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시답잖은 인간일 뿐이다. 착오가 있는 듯하니 다시 한번 확인해달라.'

 

복동은 당장에라도 손을 번쩍 들어 결백함을 쏟아내고 싶었으나 일단은 참았다. 저들이 아무리 흉악하더라도 한 번쯤은 말을 걸어주리라 믿었다.

말이 없던 시커먼 사내들이 입을 연 건 복동 옆에 있던 남자가 울부짖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제발 살려 달라'는 남자 외침에 복동 가슴도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때를 기다려야겠다는 복동도 이제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저는 아닙니다. 저는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한 놈입니다. 집에 처자식이 있습니다.'

머릿속으로 수 십 번씩 정리했지만 소용없었다. 복동은 미친 듯이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보이지 않는 그들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울고 소리치고. 땀 냄새와 침 냄새, 오줌 냄새까지 뒤섞인 이곳, 여긴 지옥과 같았다. 벗어날 수 있을까. 다시 한번 아이들 얼굴을 볼 수 있을까. 평범한 아버지로, 남편으로 살 수 있을까.

그 순간, 복동 무리를 겨누고 있던 총에서 듣기 싫은 쇳소리가 났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달라고. .

1948년 음력 1028. 차디찬 가을의 끝자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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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

李福童. 이복동.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는 트럭 위에서 복동은 생각했다. 두 눈이 보이지 않았기에, 복동의 생각은 더 깊어졌다. 복동은 떠올렸다. 내가 과연 이름처럼 살았을까 하고.

스무 살이 되던 해, 홀어머니마저 여읜 복동은 어렵지만 외롭게 살진 않았다. 어릴 적부터 한동네에서 자란 친구들이 있었고, 때마다 복동을 불러주는 일터도 있었다.

물론 좋게 포장해서 그렇지, 복동은 한량에 가까웠다. 덩치가 좋고 젊다는 이유로 이래저래 동네 허드렛일을 도맡았으나 직장이라 볼 순 없었다. 일이 없을 땐 동네 친구들과 놀기 바빴고 저녁은 술에 취해 보냈다.

일도 없고 술도 없는 밤이면 복동은 동네 주점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했다. 복동의 연주에 친구 영태는 피아노를 덧붙였고 선엽은 간드러진 신민요나 흥겨운 만요 한 곡씩을 불렀다.

그 사이 희갑은 바람잡이가 돼 손님 박수를 유도하며 연주비를 받으러 다녔다. 구부정한 자세로 탁자 사이를 오가는 희갑 모습에 복동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아가며 겨우 연주를 마친 적도 많다.

복동은 '노들강변'을 특히 좋아했다. 가끔은 하모니카 독주로 노래를 연주하곤 했다. 강변을 오가는 사람들의 애환이 가사에 담긴 점이 좋았다. 듣고 있으면, 부르고 있으면 섬진강 옆에서 살아가는 자신이 떠올랐다.

무엇보다 복동은 노들강변을 연주하다 혜자를 만났다. 가울바람이 막 불기 시작할 때였다. 복동의 연주가 끝나자 혜자는 한참이나 손뼉을 쳐줬고 복동은 그 눈을 맞추며 웃었다.

둘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에게 끌렸다. 함께 술을 마셨고 강변을 걸었고 사랑을 나눴다.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은 그들의 신혼집이 됐다. 식은 올리지 못했지만 새 생명을 낳았고 언젠가는 그럴싸한 주점을 열어보자는 꿈을 나눴다.

애석하게도 처음 그 다짐이 끝까지 지켜지진 않았다. 복동은 여전히 가난했고, 철이 없었다. 이렇다 할 직장 없이 술을 즐겼고 주점에서 연주를 마치고 나면 다른 여자와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 때문에 혜자에게 상처도 많이 줬다. 때론 울면서, 때론 거친 말을 쏟아내며 복동을 몰아세우는 혜자에게 복동은 지키지 못할 약속만 반복하곤 했다.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이 트럭 위에서, 복동은 오해가 풀리고 나면 집으로 돌아가 혜자를 꼭 안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더는 한량처럼 살지 않겠다고, 피맺힌 약속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혜자를 더 사랑하고 아이들과 평범하지만 행복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비릿하면서도 시원한 냄새가 복동 코를 찔렀다. 복동이 이 냄새를 모를 리 없었다. 섬진강이었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까지 보면 복동이 탄 차는 섬진강 다리를 건너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이들은 어디로 복동을 데리고 가는 것일까.

얼마 가지 않아, 그들은 복동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답을 해줬다. 복동의 코를 간질이던 냄새도 사라지고, 다른 모든 소리도 사라진 알 수 없는 곳. 그곳에 차를 세운 그들을 복동을 포함한 다섯 명에게 강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반란군에 협조한 새끼들. 불순분자 새끼들. 한 달 전에 여수에서 빨갱이들이 날뛴 거 니들도 잘 알고 있지. 니들은 본보기가 될 거고 또 시발점이 될 거다. 아직도 날뛰는 놈들, 숨어 있는 놈들 싹 다 찾아내고 있으니까."

 

남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복동을 제외한 네 명이 아우성쳤다. '저는 반란군이 아닙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한 놈입니다', '살려주세요'가 뒤엉킨 목소리는 이내 '' 하는 소리로 모두 통일됐다.

반항은 의미 없어 보였다. 복동을 포함한 이들이 반란군에 협조했는지 안 했는지는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남자들에게 필요한 건 본보기였고, 실적이었다. 한량처럼 살던 놈, 동네에서 힘 좀 쓰는 놈 몇몇 잡아서 보고하면 그만이었다. 복동 같은 놈들이 사라진다고 해서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왜 하필. 복동은 얼마 전 친구들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처음 말을 꺼낸 건 희갑이었다. 희갑은 여수와 순천에서 군인들이 폭동을 일으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폭동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고도 했다. 희갑은 명령을 거부한 군인들의 폭동이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만약 확장된다면 모두가 공평하게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희갑에 말에 선엽과 영태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비웃었다. 폭동군이 섬진강 다리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 친구들 말에 복동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가 어쨌든, 기본질서가 흐트러지면 안 된다는 데 동의를 표했다. 그러다가 복동은 툭 한 마디 내던졌다.

"그래도 다 같이 잘 사는 세상이 오면 좋긴 하겠네."

복동의 말을 끝으로 폭동 이야기는 흐지부지 정리됐다. 아는 것도 없고, 그리 큰 관심도 없었기에 사실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날 밤 혜자 옆에 나란히 누운 복동은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슬쩍 꺼냈다.

"옆 동네에서 폭동이 일어났다네. 당신이나 나나, 희갑이나 영태나, 우리 동네 사람들이나. 공평하게 나누면서 다 같이 잘 사는 날이 오면 좋긴 하겠네."

복동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혜자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복동을 등지고 눕는 혜자 모습에 복동은 '하긴 그런 날이 오긴 하겠나'며 한숨 쉬듯 말하고는 그냥 그렇게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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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말은 맞았다. 트럭 짐칸에 초췌하게 웅크린 아빠는 건부가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이 됐다. 얼마나 울고, 얼마나 소리쳤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나중에 들은 누나 말로는, 트럭을 쫓아 뛰어가던 건부는 두 번이나 넘어져 양쪽 무릎이 다 까졌다고 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가던 트럭은 경찰서 앞을 지나가자 속도를 냈고 건부와 누나는 더는 따라가지도 못했다. 섬진강을 향해 난 길, 평소 같았으면 가장 신나는 얼굴로 걸었을 그 길이 그날은 그렇게 무서웠다.

 

건부는 한동안 아침마다 아빠를 찾았다. 엄마에게 묻고, 누나에게 아빠를 찾으러 가자고 보챘다. 하지만 전쟁을 겪고 10살을 넘기고 자신이 가장임을 알아가면서 건부는 더는 누나를 보채지 않았다.

사람들 기억 속에서도 건부 아버지는 서서히 지워졌다. 전쟁의 화마가 온 나라를 덮쳤었던 그 시절, 부모가 없다는 건 그다지 큰일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돌보는 게 사치였던 시절이었다.

건부는 고등학교 진학고 포기하고 곧장 일을 시작했다. 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를 배달하는 일이었다. 친구에게 싼값에 산 낡은 자전거가 건부 발이 되고 가장 큰 재산이 됐다.

그 무렵, 이따금 건부는 아버지를 다시 떠올렸다. 그러다가 한 번씩 젊을 적 경찰이었던 동네 어른들을 찾아 아버지가 묻힌 장소라도 가르쳐 달라며 물었다. 늘 돌아오는 대답은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였지만 건부는 몇 번이고 찾는 수고를 마다치 않았다. 아버지가 묻힌 곳에 막걸리 한 잔이라도 올리고 싶었다.

 

건부의 소박한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마흔까지 세 살을 남겨둔 1980, 양조장에서 막걸리를 싣는 건부 앞으로 건장한 남자 네 명이 다가왔다. 건부는 며칠 전 친구 상은이 한 말을 곧바로 떠올렸다.

 

'조심해라. 우리 같이 가진 거 없고 빽도 없는 놈들만 골라간다더라. 걔들 보기에 우리는 그냥 사회악이고 폭력배나 비슷한 거지. 밑에 놈들은 위에서 까니까 실적 올려야 한다고 두 눈 부릅뜨고 있고. 아무나 데려가는 거야. 명분이야 좋지. , 마음, 정신을 맑게 한다나 뭐라나. 천국같이 편안한 사회를 만든다나. 근데 가면 그냥 바보 돼서 온다더라. 매일 일하고 맞고. 조심해. 니는 느그 아버지 일도 있다 아이가.'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사내들은 건부를 몰아세웠다.

"1943년생 이건부, 사회 교화 대상이다. 타라."

다른 설명도 없었다. 그들은 강압적이었고 막무가내였다. 검은 선글라스 안에 눈을 감추고 있었지만, 건부는 그 눈이 분명히 교활할 것이라 장담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마냥 끌려갈 순 없었다. 아버지 삶을 되풀이할 순 없었다.

"뭔가 착오가 있는 듯합니다. 고등학교도 안 가고 줄곧 일만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결혼할 여자도 있습니다. 게다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습니다. 한 번만 다시 확인해 주십시오."

착오, 고등학교, , 결혼. 뜻밖에 그들이 반응을 보인 건 홀어머니였다. 당장에라도 건부를 잡아갈 듯하던 그들은 잠시 자기네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건부와 세 걸음 정도 떨어져 있던 남자는 혼잣말로 '홀어머니'를 반복했고, 다른 남자는 건부를 한참이나 위아래로 훑어봤다. 또 다른 남자는 몇 장의 서류를 보더니, 건부의 말이 사실이라고 확인시켜줬다.

양조장 안쪽에서 김 영감이 뛰어나온 것도 이때다. 눈치 빠른 김 영감은 단번에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알아차렸다.

"이놈 말이 다 맞습니다. 홀어머니 모시고 살고 막걸리 배달하는 그냥 착한 놈입니다. 워낙 심성이 착해 제가 중매를 선 적도 있습니다. 한 번만 다시 확인해 주시고, 넘어가 주십시오."

김 영감의 애원에 남자들도 다시 자기네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한참이나 이야기를 주고받던 그들 상황은 '어차피 이달 할당량은 다 채웠다'는 말을 끝으로 매듭지어졌다.

"계속 지켜보고 있을 테니 조용히 살아."

차가운 말 한마디를 남기고 그들이 떠나자 건부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김 영감은 '다행이다', '잘했다'며 건부 어깨를 토닥거렸지만 건부의 떨리는 심장을 멈추지는 못했다.

 

멀어져 가는 남자 무리를 보며 건부는 되새기고 또 되새겼다.

'나는 언덕이 되어야 한다.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어선 안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건부가 지우려 하면 할수록 아버지 얼굴은 더 또렷하게 다가왔다. 축 처진 어깨와 가려진 두 눈, 묶인 두 손.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순식간에 건부 머릿속을 메웠다. 아버지는 어디 계실까. 아버지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도대체 왜 그렇게 끌려갔을까. 건부는 아버지가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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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

6살 건부에게는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건부보다 2살 많은 누나는 늘 그렇듯 일찍 일어나 방을 닦고 있었고, 건부 엄마는 건부 동생을 등에 업고 미음을 만들었다.

아침부터 어딜 갔다 왔는지 알 수 없는 건부 아빠는 마당에서 부산하게 움직였다.

이불 속에서 더 머물고 싶은 건부였으나, 이 계절이 건부를 가만두지 않았다. 섬진강을 낀 이곳 하동에서는 재첩을 캘 수 있는 게 11월 말까지였다. 이때를 넘기면 내년 4월까지 기다려야 했다.

건부 엄마·아빠가 재첩을 캐는 걸 생업으로 삼진 않았지만, 가난한 농촌 사람들에게 재첩만 한 먹을거리도 없었다. 11월 초면 어른들의 노동은 사실상 끝이 났지만 건부 같은 어린아이들은 11월 말까지도 섬진강을 찾았다. 놀이 삼아, 며칠 품을 들이면 3~4일은 먹고도 남을 재첩을 캘 수 있었다.

누나와 동네 형들, 때론 부모님과 함께 섬진강을 거닐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맨발로 맞는 부드러운 섬진강 모래도 좋았고, 발가락 사이를 파고드는 강물의 서늘함도 좋았다. 키가 작은 탓에, 부쩍 추워진 날씨 탓에, 섬진강 깊은 곳까진 들어가지 못했지만 넉넉한 섬진강은 얕은 물에도 재첩을 잉태했다.

건부는 늘 자신의 엄지손톱 보다 작은 재첩은 내년, 내후년을 위해 강으로 돌려보냈다. 강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아빠, 동네 형들의 가르침이었다. 작은 재첩을 멀리 던질 때마다 아까운 마음이 더 큰 건부였으나, 그 아쉬움이 모여 건부를 자라게 하고 있었다. 물론 건부는 알 리가 없었지만.

 

이날 아침에도 건부는 섬진강 나들이 생각에 들떠 있었다.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어머니가 차려준 미음을 깨작거리고 나서 누나와 놀러 갈 준비를 부산하게 했다.

건부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건부 아빠는 다시 마당에서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마당을 쓸었다가, 사립문을 손봤다.

건부 눈에 키 큰 남자들이 보인 건 건부가 신발을 고쳐 신고 있었을 때다. 처음에 건부는 아빠 친구인가 싶었다. 하지만, 시커먼 옷을 입고 총까지 든 그들이 사립문 앞에 있던 건부 아빠를 밀치다시피 하며 집 마당으로 들어오면서 건부 생각도 급변했다. 어깨에 멨던 총이 건부 아빠 쪽으로 향하자마자, 다른 남자가 건부 아빠 목덜미를 낚아챘다.

"이놈 맞네."

무리 중 마른 작은 남자가 말하자 남자 두 명은 건부 아빠를 양옆에서 잡고 곧장 양손을 묶었다. 그 사이, 다른 한 남자 건부 아빠 눈을 흰 천으로 가렸다.

"다 알고 왔으니 조용히 하고 가자. 애새끼들까지 줄초상 치르고 싶지 않으면."

마른 남자가 다시 건부 아빠를 향해 쏘아붙였다.

건부 아빠는 "뭔가 잘못된 듯합니다", "누굽니까"라고 절규하듯 외쳤다. 하지만, 그들은 닥치고 따라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건부는 이 좋은 가을 아침,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 실감 나지 않았다. 저 사람들을 누구고, 아빠는 왜 저렇게 소리를 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건부 누나에게 물어봤지만 누나는 대답 대신 닭똥 같은 눈물만 뚝뚝 흘렸다. 누나를 따라 울먹거리기 시작한 건부는 마루에서 뛰쳐나와 마당 한쪽에 어두커니 서 있는 엄마에게 달려가 안겼다. 아빠를 어디로 데려가느냐고 건부가 몇 번이나 물었지만 건부 엄마는 들은 척도 않았다. 엄마는 망부석처럼 그 자리에서 서서 입을 꾹 닫고 있었다. 건부가 아빠에게 뛰어가려 하자, 엄마는 건부를 더 꽉 끌어안아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건부가 발버둥 치면 칠수록, 건부 얼굴은 엄마 품에 더 안겼다.

양손이 묶이고 눈이 가려진 건부 아빠는 곧 남자들이 타고 온 트럭 짐칸 한구석에 던져졌다.

'일단 가 보면 안다. 가족 생각해야지'라며 총구로 건부 아빠 머리를 툭툭 건드리는 그들 말과 행동에 건부 아빠는 저항도 반항도 멈췄다.

"하나, , , . 다섯. 좋아.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가자."

트럭을 바라보던 마른 남자가 숫자를 다 세자, 건부 아빠를 태운 트럭이 불쾌한 시동음을 냈다.

자동차가 건부 시야에서 조금 멀어지자 건부를 꼭 안고 있던 건부 엄마 팔이 풀렸다. 그제야 건부도 건부 엄마 얼굴을 봤다. 건부는 엄마가 당연히 울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엄마 얼굴은 왠지 모르게 평온했다.

건부 엄마는 건부 누나를 불렀다. 순간, 매서운 눈빛을 비춘 건부 엄마는 누나에게 힘주어 말했다.

"건부 데리고 차 따라가 봐라. 가서 아버지 얼굴 한 번 더 보고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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