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눈동자로 익히 알려진,

김성종의 장편소설.


부산 해운대 달맞이 언덕에 세계 최초 추리문학관을 세우고

한국추리문학대상, 봉생문화상 등 다수의 수상 이력과

한국추리작가협회 회장, 부산소설가협회 회장 역임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듯

촘촘한 이야기와 고증, 현실성이 순식간에 독자를 사로잡는다.




-그때 그 시절,

계엄의 악몽을 기억하는 이 누구랴.

상처가 다 아문 줄 알았다. 흘러간 얘긴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어두웠던 역사가 반복되려 하고 있다.-


책 겉 표지에 적힌 글귀처럼

소설은 계엄의 악몽을 낱낱이 파헤친다.


소설은 1950년 한국전쟁에서 1980년 군부독재로 이어진 30년을 담고 있다.

죄 없는 양민이 빨갱이로 몰려 학살당한 보도연맹사건과 계엄 치하의 암울한 상황 속에서 나온 대통령 암살 기도 사건을 맞물려 그리며

비극적인 최후를 맞을 수밖에 없었던 인간 군상을 담았다.


-M을 제거하고 싶어.

대통령 암살 주모자이자 간첩으로 현상수배된 조각가 서문도.

사랑하는 여인과의 평범한 삶을 꿈꾸던 그는

어쩌다 대통령 암살을 꾸미게 됐을까.

그에게 다가온 절름발이 창녀 정체는 또 무엇인가.-


조각사 서문도를 중심으로

추리와 회상을 더해 펼쳐지는 이야기는

최후의 금기마저 깬, 대담하고 지독하게 슬픈 이야기로 다가온다.


한편으론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인물과 그 속에서 호의호식하던 사람들이

여전히 떵떵거리며 잘 사는, 

그 현실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게끔 하는 이야기. 


다음 장에 이어질 충격과 슬픔, 혹시 있을 지 모를 반전을 찾고자

쉴 새 없이 눈은 돌아가고 단어는 머리 속으로 각인된다.


딱히 쉬지 않고 읽은 책,

읽고 나서 당분간 멍했던 책.

계엄령이 떨어진 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그 안에서 민중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알고 싶다면

'계엄령의 밤'을 추천한다.


아울러 작가의 말을 다시 되새겨본다.

"생각하기도 싫은, 너무 오래되어 곰팡이까지 낀 그것을 햇볕에 꺼내는 일이 지금까지 너무도 부족했음을 절감했고, 그래서 이번 작품을 집필하게 되었다."

"계엄하의 그 살벌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절망적인 몸부림과 저항을 그린 작품이 별로 없는 한국 문학에 이 작품이 조그만 불씨가 되어 이제라도 계속 말썽을 피우는 작품들이 쏟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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