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22) 지리산 물


DJ : 우리 정오의 희망곡 청취자분들은 '정리'하면 어떤 게 가장 먼저 생각나시나요? 어지러운 책상, 집 정리? 아니면 누군가를 향한 마음 정리? 어떤 때, 어떤 이유로 쓰든 '정리'라는 말이 주는 분위기. 뭔가 쓸쓸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죠매주 목요일 맛있는 이야기로 우리를 안내해줬던 이분도! 오늘 무언가를 정리하려 한다 합니다. 이서 님 모셨어요.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DJ : 정리라는 말로 문 열어본 오늘, 벌써 느낌이 팍 오는데요, 오늘 드디어 그날인가요?

: 같은 생각하고 있는 거 맞겠죠? 맞아요. 통영 멍게로 문을 열어 지난주 물메기와 남해 털게까지 이어온 맛있는 경남. 오늘 드디어! 그 마지막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DJ : 이걸 이렇게 기쁘게 말하다니. 섭섭한데요? 뭔가 다른 이유 있는 거 아니에요? 아무튼! 맛있는 경남!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또! 우리 이서 님이나 청취자분들에게 좋은 일일 수도 있으니! 오늘, 맛있는 이야기 대미를 장식할, 모든 것을 딱 정리해 줄 음식재료. 어떤 건가요?

: 사실 지금껏 거의 매회 빠지지 않고 언급한 게 바로 이 음식재료거든요? 오늘 준비한 음식도 이 음식재료 중요성이 90% 이상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어떤 음식일지, 또 그 속에서 무엇이 그리 중요한지, 우리 작가님이 살짝 힌트를 주는 걸로~ 작가님~

작가 : 오늘은 제가 한 번! 아니 마지막으로 먹어보겠습니다.

DJ : 이서 님, 오늘의 주인공 어떤 건가요?

: , 엄밀히 말하면 음식재료라는 표현보다는, 모든 맛의 근원, 어머니 정도라 말하는 게 더 맞을 듯해요. 맛있는 경남의 마지막을 채울 이 재료. 바로 지리산 물입니다.

DJ : 모든 맛의 근원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듯하네요. 돌이켜보면 정말 매회 물 이야기는 빼놓지 않고 한 것 같아요?


모든 맛의 근원인 물. 물은 생명입니다~~


: 그렇죠? 함양에서 흑돼지에 대해 알아볼 때였는데요. 흑돼지 사골로 국물을 냈다는 국밥집에서 밥을 먹고 나오면서 주인에게 사골 육수는 어떻게 내는지 물었죠. 그랬더니 주인분께서 딱 잘라 말씀하시더라고요. '물이 제일 중요하다. 여기선 반드시 함양 물만 쓴다'고 하셨죠. 하동 재첩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섬진강에 발을 담갔을 때, 그 맑은 물에서 보석처럼 올라오는 재첩을 보면 이 물이 진짜 보배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고요.

DJ : 저도 몇 가지 기억나요. , 진주 수곡면·대평면 딸기 이야기를 하면서 '딸기는 물 영향을 특히 많이 받는다'고 언급했었잖아요.

: 맞아요. 그 지역 주민들께서도 암박굴착으로 깨끗한 지하수를 공급하고 있다, 물 좋은 고장이다는 자부심이 대단하셨죠함양·의령 수박도 물 활용이 중요한 먹을거리였는데요, 수박 단맛을 좌우하는 게 바로 물이라 해요. 수확 철 땅속에 물이 얼마나 있는가에 따라 당도가 달라지는 셈인데, 좋은 지리산 물이 그를 충족해 주고 있다 하더라고요.

DJ : 정말 경남의 먹을거리는 물이 만든 셈이네요. 이제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지리산 물이 맛있는 경남의 근원이 된 이유,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 , 기본적으로 지리산은 물이 풍부해요. 지리산 물은 남동쪽 저기압 통과가 잦아 남해에서 오는 고온다습한 바람이 남동사면에 부딪힐 때 비가 많이 내리거든요? 연평균 강수량은 1200~1,600mm에 이르는데, 이는 경남 강수량보다 200mm 정도 더 많은 편이라 해요비나 눈이 오지 않아도 연중 대부분 짙게 끌리는 구름은 상시로 지리산에 물을 내리거든요? 기온 차에서 생기는 이슬 또한 오롯이 산으로 스며 깨끗한 계곡물을 만들죠지리산 풍은 풍부한 산소와 낮은 온도, 암반을 타고 내리는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좋은 물의 조건을 두루 갖췄죠. 지리산 물은 산에서부터 약이 된다는 말도 있는데요, 지리산 물을 머금은 고로쇠 수액은 미네랄이 풍부해 신경통 위장병 성인병 등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졌죠.


지리산의 봄. 지리산은 경남 모든 맛의 시작이다.


DJ : 풍부한 양과 산소, 적절한 온도까지. 깨끗한 물 좋은 물을 주는 이유 역시 따로 있었네요. 우리 맛있는 경남에서는 소개하지 않았지만 이 좋은 물을 활용한 음식, 더 있다면서요?

: . 우선 함양 전통막걸리를 들 수 있겠는데요, 저희가 취재한 한 곳은 3대가 50년 넘게 술을 빚는 곳이었어요. 그곳 막걸리 병에는 자신 있게 '지리산 청정수 사용'이라는 문구도 적혀 있는데요, 탁하지 않고 유독 맑은 맛에 많은 사람이 입맛을 다신다 하더라고요산청 경호강 민물고기도 빼놓을 수 없어요. 남강으로 이어지는 경호강은 그 말부터 '거울같이 물이 맑다'는 뜻을 품고 있다고 해요. 이곳에서는 얕은 강물에 들어가 낚싯줄을 끌어올리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게 맑은 물 찾아 몰려든 은어와 씨름하는 장면이라 하더라고요.

DJ : 우리 맛있는 이야기에서도 한 번 만나봤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코너가 끝나더라도 꼭 한 번 찾아보고 먹어봐야겠네요. 그나저나 이 좋은 물이 들어간 우리 지역 음식들! 여태껏 쭉 이야기해 오셨는데 이서 님은 어떤 재료가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 저는 일단 남해안 전어가 기억에 남아요. 코너 준비하면서 작가님과 이걸 정말 구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었고. 마산 어시장에 전어가 딱! 들어오자마자! 나름 제철에 맞춰 준비했었거든요. 그 당시 저는 kg1만 원에 구입했었는데 요즘에는 15000원까지 올랐다 하더라고요. 그래도 그 담백하고 고소한 맛만큼은 더해졌을 테니 올여름 가을 꼭 한 번 드셔보시기 바랄게요. 우리 DJ 님은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DJ : 여러 번 말하기도 했지만 제가 맑은 국물을 참 좋아하거든요. 하동에서 가져오신 재첩, 매생이국으로 먹은 통영 굴, 직접 끓여오셨던 마산 홍합탕이 떠오르네요.

: 맞아요! 이게 다 천왕샘에서 시작해 사천만·남해까지 흐르는 지리산의 자산 아니겠습니까! 그러고 보면 산과 들, 바다까지 두루 갖춘 경남이야말로! 정말 맛있는 고장이 아닌가 하고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지리산 천왕봉.


DJ : 저도 정말 절실하게 다시 느끼네요. 지리산 물로 정리해 본 맛있는 경남, 마지막 한마디 하기 전에!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있다면요?

: , 항상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방해되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했었거든요. 그럼에도, 때때로 시간을 빼앗고 귀찮게 하기도 했죠.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네요.

DJ : 오늘 정말 훈훈하네요! 정말 마지막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지리산 물이란? 그리고 특별히! 이서 님에게 맛있는 이야기란?

: 먼저 지리산 물은 이렇게 정리해 볼게요. 모든 맛의 근원은 지리산에 스민 한 방울 물이었다. 그리고 좋은 물로 좋은 사람들이 차리는 모든 식탁이야말로 가장 맛있는 맛이다.

DJ :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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