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19) 남해안 전어
DJ : 여러분은 음식과 관련한 속담 하면 어떤 게 제일 먼저 떠오르시나요? '남의 떡이 커 보인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 '남의 잔치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 등이 떠오르는데요, 오늘 소개할 이 음식 역시! 아주 유명한 속담 혹은 수식어가 붙는다고 하네요. 어떤 음식일지, 이번 주도 빠지지 않고 이분 모셨습니다. 매주 목요일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분, 맛있는 이야기 이서 님 모셨어요. 안녕하세요.
이 : 네, 안녕하세요.
DJ : 오늘도 역시! 두 손 가득 이 음식을 들고 왔잖아요. 벌써 우리 스튜디오에 고소한 냄새가 가득한데, 우리 청취자분들이 눈치 챌 수 있게 짧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이 : 네, 아마 듣는 순간! 바로 아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사실 이 음식 제철은 가을이에요. 근데 여름에 먹는 이것도! 별미 중 별미거든요. 시중에서는 지난주부터 서서히 나왔다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 음식만큼은 딱 어느 고장 하나만을 들 수 없어요. 누구만의 것이 아닌, 우리 경남 남해안에 두루 걸쳐 있는 자산이거든요. 어떤 음식일지. 우리 작가님 먹방으로 소개해 볼게요. 작가님~
지 :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DJ : 우리 작가님 행복한 표정 정말 오랜만에 보는 듯한데요, 이 기자님 오늘 맛있는 이야기 어떤 음식과 함께 하나요.'
싱싱한 전어회. 고소함이 일품이다.
이 : 네, 돈 나가는 줄 모르고 사게 된다, 집 나간 며느리도 굽는 냄새 맡으면 집에 돌아온다 등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남해안 전어입니다.
DJ : 아! 드디어 왔군요. 근데 아까도 말씀하셨듯이 전어, 보통 가을에 많이 먹잖아요. 왜 하필 가을일까요?
이 : 네, 전어 제철은 전어 산란기와 연관이 깊은데요, 전어 산란기가 4~8월이거든요? 산란기를 거친 전어는 기름기가 세 배 정도 많아지고 살도 통통히 오른다고 해요. 남해안 일대를 기준으로 봤을 때 8월 중순부터인 셈인데, 기름기 많은 가을 전어는 회보다는 구이가 적격이다는 말도 여기도 나온 거죠. 그런 면에서 회로 즐기시려면 이 시기 혹은 늦여름에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해요.
DJ : 가을 전어는 구이, 여름 전어는 회. 정말 기특한 전어네요. 그러고 보니 아까 이 전어만큼은 한 지역만을 뽑아서 말할 수 없다고 했잖아요. 남해안에 두루 걸쳐서 전어가 자란다는 말이신데, 그래도! 우리 청취자분들이 좀 더 유심히 봐야 할 지역이 있다면요?
이 : 네, 저희가 이 전어를 취재하면서 전어 로드맵이라는 걸 만들어봤거든요. 우선 하동에 가면 술상전어마을이 있어요. 술상 전어는 민물 영향이 큰 타지역 전어에 비해 식감이 차지고 비릿감에 덜해 횟감으로 뛰어나다는 평을 많이 받아요. 또 싱싱한 전어의 위를 소금물에 씻어 소금 넣어 삭힌 전어밤젓도 이 지역에서는 구입할 수 있고요. 100년 전부터 전어잡이를 시작해 일명 원조 전어 마을이라 불리는 남해 '선소마을'과 다음 주 전어 축제가 열리기도 하는 삼천포항도 빼놓을 수 없죠. 이 중 삼천포항 전어는 남강 물, 일명 육수가 흘러나와 뼈도 연하고 기름기 많은 게 특징이죠. 창원지역에서도 전어는 쉽게 맛볼 수 있는데요, 마산어시장과 진해만 일대에 가시면 맛있는 전어 드셔볼 수 있어요. 진해만 전어는 흔히 '떡전어'라 불리기도 하는데요, 회로 썰었을 때 핏빛이 많은 게 특징이라네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만든다는 그 음식! 전어구이~
DJ : 올여름 가을 '전어 로드 기행'만 떠나도 정말 든든하게 보낼 수 있을 듯하네요. 먹는 얘기 좀 해볼까요? 전어 먹는 방법 참 다양하잖아요. 가장 유명한 건 역시 구이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 외에 전어 먹는 법 소개 좀 해주신다면요?
이 : 네 우선, 전어회는 써는 방법이 나뉘죠. 흔히 뼈째 썬 것을 '세꼬시'라 하고 뼈를 발라내고 살을 길게 썬 것을 '포를 뜬다'고 하죠. 공통으로 전어회는 흔히 머리와 내장, 비늘을 제거하고 껍질째 먹잖아요, 알려지길 그 고소한 맛을 돋우는 데 전어 껍질 역할도 적지 않다고 하네요. 남은 전어회는 버리지 말고 냉동보관 했다 초고추장과 함께 회비빔밥을 해먹어도 좋아요. 그리고 간혹 껍질과 뼈까지 먹어 소화기관에 부담이 된다면 된장이나 초장에 매실 진액을 섞어 먹으면 한결 편안하다고 하네요.
DJ : 사실 저는 아직도 회 맛을 약간 쌈장 맛으로 먹는 편인데요, 다행히도! 전어회는 이런 장과도 특히 잘 어울린다면서요?
이 : 네, 전어회 맛은 된장 맛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고추장을 좀 섞거나 잘게 썬 마늘과 고추를 넣어 먹으면 유달리 쌈장 사랑이 깊은 경상도식 지방 전어회가 된다고 해요. 여기에 갓 내린 참기름까지 얹어 먹으면 고소한 맛이 배가 되고요.
DJ : 전어 먹을 땐 쌈장 팍팍! 자신 있게 외치고 다닐게요. 맛있는 경남을 보니 회 말고도 전어 무침도 드셨더라고요?
이 : 네 무침! 이 무침이 또 별미거든요. 지역마다 그 차이를 보이기도 하고요. 기억에 남는 건 광양만 쪽 무침인데요, 무침을 시키니 고구마 줄기, 도라지 등 나물과 밥이 같이 나오더라고요. 매콤달콤하면서 고소하고. 한 끼 식사로 정말 최고죠.
DJ : 맞아요. 또 삼천포 쪽에서는 방풍나물이라는 나물과 함께 무침을 내놓기도 하더라고요. 각 지역만의 무침. 찾아 먹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네요. 근데 우리가 또 마냥 먹기만 먹을 순 없잖아요. 늘 고생하시는 우리 어민들 생각도 해야겠죠?
남해안 어디를 가도 이처럼 싱싱한 전어회와 해산물을 만날 수 있다.
이 : 네, 전어 역시 밥상에 오르기까지 과정이 만만찮지 않죠. 전어는 야행성이거든요? 주로 새벽 3시쯤 바다로 나가 동 트기 전까지 작업을 하죠. 그리고 오후 5시에 조업을 또 나가기도 하고요. 작은 배에서 주로 두어 명이 자망으로 잡거나 큰 배에서 10명이 힘을 모으기도 하는데요, 그물에 걸린 전어는 털지 않고 손으로 직접 다 뗀다고 하니 그 일도 만만치 않죠.
DJ : 역시 맛있는 음식 뒤에 숨은 우리 어민·농민들의 고생. 늘 잊지 않아야겠네요. 이렇게 힘들게 잡은 전어. 당연히 우리 몸에도 좋겠죠?
이 : 네 뼈째 먹는 전어는 칼슘섭취에 도움을 주고요 특히 두뇌기능, 간 기능 개선에도 좋다고 하니. 술꾼들이 반할 만하겠죠?
DJ : 군침 도네요. 마지막으로 이서 님이 말하는 남해안 전어회란?
이 : 저번 주에 힙합 한다면 깨 방정을 떨었기에 오늘은 조금 점잖게 갈게요. '전어, 그것은 돈 아까울 줄 모르고 사게 된다는 남해안의 자산'이다.
DJ :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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