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10) 하동 녹차


DJ : 봄을 지나 여름을 향해가는 이 계절, 청명한 날씨 덕분인지 경남 곳곳에선 축제가 한창인데요, 당장 이번 주만 해도 합천 황매산 축제와 밀양 아리랑 대축제, 사천 와룡문화제 등이 열린다고 해요이와 함께 경남 하동에서는 '이 음식재료'를 주제로 한 축제도 펼쳐진다고 하는데요, 오늘 맛있는 이야기에서 소개할 음식재료이기도 하다네요. 이서 님 모셨어요.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DJ : 오늘 유독 얼굴이 밝아 보여요?

: 그런가요? 사실 오늘 음식재료의 주 고장인 경남 하동이 저와 관련이 깊거든요. 유독 힘이 나네요.

DJ : 그러고 보니 뭔가 오늘 더 신경 쓰신 거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오늘도 뭔가를 들고 왔잖아요? 역시 우리 작가님이 먹어봐야겠죠?

: 그렇죠. 우리 작가님을 위해 오자마자 열심히 우려내고 있었으니. 맛있게 드셨으면 하네요. 작가님?

: 맛있는 소리로 한 모금!

DJ : 역시 작가님, 소리도 소리지만 오늘 식재는 정말 향이 좋아요. 우리 청취자분들 눈치 채셨나요? 맞습니다. 오늘 맛있는 경남은 하동 녹차 편으로 준비해봤어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19일부터 22일까지는 하동 야생차 축제도 열린다고 하는데요, 먼저 이 기자님 하동 녹차가 이렇게까지 널리 알려질 수 있었던 이유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왕의 녹차로 이름난 하동 녹차.(사진과는 무관)


: , 많은 분이 알고 계시듯이 하동 녹차는 하동군 화개면이 주 생산지거든요. 차나무는 연평균 기온이 13~16, 강수량은 연간 1400mm 이상 되어야 잘 자라는데 화개면이 이 조건에 딱 맞아떨어져요. 여기에 화개면은 지리산과 섬진강이라는 보물도 안고 있는데요. 지리산은 차나무에 알맞은 자갈밭을 내주고 북풍을 막아주기도 하죠. 섬진강은 안개와 습한 기후를 만들어 녹차 향을 돋우는 데 큰 몫을 한다고 하네요.

DJ : 저도 하동 화개면에 몇 번 가 본 적이 있는데, 산 곳곳에 녹차 밭이 있던 게 기억에 남네요. 여기에 화개에는 1000년 된 녹차 나무도 있다지요?

: 맞아요. 하동군 화개면 정금리 도심 다원 내 비탈에 자란 차 나무는 한국 최고의 차 나무로 꼽히는데요, 20061월 경남도기념물 제264호로 지정되기도 했죠. 이 나무에서 만든 녹차 한 통(100g)은 경매를 통해 1300만 원에 팔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고요근데 하동 야생차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오늘날 화개에는 밭에 잘 정돈된 차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버려진 것처럼 불쑥불쑥 자라는 차나무도 많거든요? 이게 좋은 자연환경도 환경이지만 축사, 송전탑이 없는 조건도 한몫한다고 해요. 여기에 농약까지 쓰지 않는다 해서 하동 녹차는 3무 녹차라 불리기도 한다네요.

DJ : 하동 녹차를 소개하는 이서 님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거 보니 그 좋은 환경이 고스란히 느껴지네요. 하지만! 녹차 하면 또 전남 보성도 빼놓을 수 없잖아요. 어떻게 다른 가요 두 지역?


하동 녹차 주 생산지인 화개면 입구에서는 녹차가 유명한 찻집도 만나볼 수 있다.


: 오늘날 생산량은 보성이 더 많죠. 보성 녹차 밭은 일제강점기 수탈 목적으로 계획적이면서 대단위로 세워졌기 때문인데요, 워낙 재배 면적이 크다 보니 일일이 손으로 따고 볶기보단 기계를 이용하는 편이죠. 나무도 대량생산이 쉬운, 4m가량의 키 큰 나무고요.

반면에 하동 녹차는 생산량이 2m 정도밖에 안 돼요. 지금도 할머니들이 한 잎 한 잎 손으로 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덖음 과정에서도 뜨거운 가마솥에 장갑 낀 손을 넣어 계속 젓는 등 사람이 직접 하다 보니 고작 1kg를 따고 덖음 작업을 마치면 하루가 훌쩍 간다고 하네요. 하동 사람들이 녹차 품질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기도 하고요.

DJ : 생산과 수확 과정에 큰 차이가 있었군요. 우리 이서 님이야 당연히 하동 녹차 맛이 더 좋다고 할 테니, 맛 비교는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음식 이야기 좀 해볼까요? 요즘에는 발효 녹차도 인기라면서요?

: , 그 중 황차라 불리는 발효차를 소개 하자면요, 어린 찻잎을 손으로 따 덖지 않고 비벼 메주 띄우는 온도로 24시간 정도 섞어주면 녹색 잎이 검은색으로 변하거든요? 이 검은색 잎을 바짝 말려서 5년 정도 숙성시킨 게 황차에요. 황차는 떫은 맛이 없고 단맛이 은은하게 도는 게 매력적인데요, 화개에서는 특히 모시떡과 함께 내놓기도 하죠.

DJ : 그렇군요. 여기서 개인적으로 궁금한 거 하나! 우리가 보통 차 마실 때 격식을 따지기도 하잖아요. 어떤가요. 화개에서는?


격식파괴! 녹차라테로도 즐길 수 있는 하동 녹차.


: 사실 이렇다 할 격식을 크게 따지지는 않아요. 이와 관련해 취재 과정 중에 만난 화개 쌍계사 스님의 말씀이 기억이 남는데요. 스님께서는 "차 마시는 걸 어려워들 하는데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마시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하시더라고요.

DJ : 역시 어떤 음식이든 편안하고! 맛있게 먹는 게 중요하군요. 끝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하동 녹차란?


하동 녹차 주 생산지인 화개로 향하는 길. 섬진강을 낀 풍경이 아름답다.


: 충치 예방, 노화방지 등 녹차의 효능에 대해서는 오늘 따로 말하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조금 아쉬움이 있으니 이 한 마디로 짧게나마 알리고 싶어요. 임금님에게도 바쳤습니다. 하동 녹차. 말 그대로 왕의 녹차입니다.

DJ : 네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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