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9) 남해 멸치
DJ : '스승의 은혜는 아름다워서~' 3일 후면 스승의 날이죠? 다들 마음속에 스승 한 분씩 담아두고 계신가요? 이번 주말 혹시 시간 된다면 직접 찾아봬 옛 추억에 빠져보는 걸 어떨까요. 기분 좋은 만남에 맛 좋은 음식까지 있으면 더욱 좋겠죠? 그래서 또 왔습니다. 이서 님, 안녕하세요.
이 : 네, 안녕하세요.
DJ : 오늘은 빈손으로 오셨어요? 어쩐 일이죠?
이 : 네, 저번 주에 우리 작가님께 생 미더덕을 먹였잖아요. 작가님께서 뭔가 굉장히 저를 원망하는 눈빛이어서. 오늘만큼은 좀 조용히 넘어가고자. 빈손으로 왔습니다. 대신 더 맛있는 이야기들을 준비해왔으니까요! 너무 실망하진 마세요.
DJ : 그렇군요. 우리 작가님이 내심 안심하는 눈치네요. 그래도 뭔가 허전한데요. 이 허전함을 가득 채워줄 오늘의 음식재료는 그럼 뭔가요?
이 : 네, 딱 이렇게 소개하면 될 듯해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오늘 음식은 우리네 밥상에서 정말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멸치!를 준비해봤어요.
밥상 위 팔방미인 멸치.
DJ : 멸치, 그러고 보니 저는 아침에도 먹고 왔는데요. 사실 멸치 하면 우리 경남에서 통영이나 고성, 거제도 이름이 나 있고. 이 중에서 어디 멸치인가요?
이 : 물론 말씀하신 지역들도 좋은 멸치가 나지만 이번 맛있는 이야기는 '죽방렴 멸치'로 유명한 남해산으로 꾸려볼까 해요.
DJ : 아, 남해 멸치가 있었군요. 지난번에 마늘도 그렇고 남해는 역시 먹을거리가 풍부한 고장임이 실감 나는데요, 우리가 또 역사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잖아요. 남해 멸치가 특산물이 된 배경 뭔가요?
이 : 역시 이제는 알아서 척척! 공부하는 자세를! 남해 멸치 하면 죽방렴이 먼저 입에 딱 붙잖아요. 그 역사만 약 600여 년이고 2010년에는 국가지정 명승에 포함하기까지 한 어획 도구죠. 죽방렴은 멸치 습성과도 연관이 깊은데 선두를 따라 떼로 움직이는 멸치는 시야각이 넓은 쪽으로 향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죽방렴 원형 안으로 들어가면 두 개의 문에 부딪히면서 계속 8자 형태로 돌기만 할 뿐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하네요. 여기에 남해 환경까지 도움을 주는데, 죽방렴은 창선교 아래 지족해협에서 주로 쓰거든요? 이 지역은 밀물과 썰물이 하루 두 번씩 오가는데 밀물 때 죽방렴 안에 들어온 멸치를 썰물 때 뜰채로 건지기만 하면 된다고 해요. 상처 나지 않은 멸치만 잡을 수 있는 셈이죠.
싱상한 멸치가 통째로! 남해멸치쌈밥.
DJ : 멸치 습성을 이용하고 자연환경까지 뒷받침하는! 선조의 지혜가 돋보이네요. 근데 제가 알기로 실제 죽방렴을 이용해서 잡은 멸치는 남해에서 잡히는 것의 1%도 안 된다고 해요?
이 : 맞아요. 죽방렴보다는 그물을 펴서 잡는 방법을 가장 많이 이용하죠. 죽방렴은 현재 제도적으로 더는 만들 수도 없을뿐더러 죽렴 하나가 1억 5000만 원에서 많게는 5억 원에 이른다고 하네요. 그래도 남해 멸치 이름값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건 틀림없죠.
DJ : 죽방렴 하나만 있어도 아주 든든하겠네요. 음식 얘기 좀 해볼까요? 멸치는 흔히 밥상의 감초라고도 하잖아요. 멸치볶음은 물론 육수와 액젓으로도 활용하고요. 근데 막상 멸치요리를 해먹으려 하면 막막해 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 : 그렇죠. 그러니까 딱 한 가지 정도! 요리로 기억하고 먹어보면 좋을 듯한데, 바로 멸치 쌈밥이죠. 멸치 쌈밥은 멸치 쌈장이 생명인데 이 쌈장은 잘 볶은 양파에 머리와 내장을 뗀 멸치를 넣고 집된장과 고춧가루 한 소쿰 끓이고서 청양 초와 대파, 다진 마늘 정도를 넣어 다시 끓이면 완성된다고 해요. 남해에서는 대체로 된장을 기본양념으로 하고 각자의 방법을 더한다고 하네요.
DJ : 정말 밥 도둑이죠! 밥 도둑. 근데 직접 요리를 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멸치를 고르는 것과, 보관법도 참 중요하잖아요? 맛있는 경남에서는 어떻게 소개하고 있나요?
이 : 등에 은빛이 돌고 배가 하얗고 모양이 예쁘고 상처가 없는 멸치가 최고라 하네요. 근데 이 예쁘다는 게 알쏭달쏭하잖아요? 이에 대해서 한 주민께서 '얌전하게 인사하듯 살짝 굽은 게 이쁜거다'고 하시더라고요. 보관법 같은 경우 냉동보관이 권장된다고 해요. 간혹 잘못 보관해 눅눅해진 멸치는 전제레인지에 살짝 돌렸다가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괜찮다 하네요.
DJ : 예쁜 멸치는 인사를 잘하는 멸치다! 꼭 기억할게요. 여기서 정말 궁금한 점 하나! 멸치 내장은 먹는 게 좋나요? 떼는 게 좋나요?
이 : 흔히 멸치 효능을 얘기할 때 칼슘은 우유의 10배, 고등어 못지않게 풍부한 오 메가3, 타우린 등을 이야기하는데요. 이 좋은 성분들이 검은 내장이 많이 있다고 해요. 다 드시는 걸 권장합니다.
DJ : 내장까지 꼭꼭 씹어먹겠습니다. 끝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남해 멸치는?
멸치는 남해바다가 안긴 보물! 사진은 남해 송정 해수욕장.
이 : 멸치 입장을 대변하는 마음으로 오늘 한마디를 정리해볼게요. 멸치, 생선 맞느냐 놀리지 마라, 바다의 특별한 놈인 걸 알만 한 사람은 다 안다!
DJ : 네 오늘도 좋은 소식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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