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14) 마산 홍합


DJ : 음식점에 가면 기본메뉴라는 게 있죠? 본 음식이 나오기 전 식탁을 채워주는 '밑반찬'을 말하는데요, 김치나 나물 몇 가지, 계란찜 정도를 떠올릴 수 있겠네요그런데 이 기본메뉴, 가끔 너무 익숙해 그 소중함을 종종 잊어버리진 않나요? 오늘! 이 음식만큼은 그 소중함을 꼭 일깨워주겠다며 온 분이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맛있는 이야기로 우릴 이끄는 이서 님 모셨어요.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DJ : 우리가 오늘 기본메뉴 이야기를 하며 맛있는 이야기 문을 열었잖아요. 오늘 소개할 이 음식도 '기본'과 연관이 있을까요?

: 맞아요. 이 음식은 일반음식점보다는 소주방에서 '기본 안주'로 많이 불리는 음식의 원재료인데요. 사실 요즘이 제철은 아닙니다만. 우리가 또 워낙 익숙하게 만나는 음식이기에! 더 자세히 알아보며 소중함을 느껴보고자 준비해 봤어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않길! 홍합 홍합 홍합!


DJ : 벌써 기대가 되네요. 이에 맞춰 오늘도 '이 음식' 들고 왔잖아요. 듣기로는 또 이걸 직접 삶아 오셨다고. 그렇다면 역시! 이 시간이면 세상 제일 부러운 사람, 우리 작가님 또 불러봐야겠죠? 작가님~

: 안녕하세요.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DJ : 여러분 눈치 채셨나요? 이서 님 뭔가요 이 음식.

: , 붉고 큰 조개라 불리며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는! 음식이죠. 소주방 기본탕, 짬뽕 먹을 때 문득문득 귀찮기도 한, 오늘은 맛있는 이야기는 홍합 편입니다.

DJ : 정말 기본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재료네요. 근데 오늘 준비해 온 홍합이 또 '마산 홍합'이라면서요?

: , 흔히 마산만 곳곳에 떠있는 수하식양식 부표를 보면 '아 저거는 미더덕 아니면 홍합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잖아요. 우리가 앞서 이야기해 봤던 미더덕과 같이 이 홍합도 마산을 대표하는 수산물인데요, 오늘날 홍합은 양식이 95%가량 되거든요? 그 중 마산만, 특히 구산면을 중심으로 나오는 것이 70%에 육박한다고 하네요.

DJ : 그렇군요. 그러면 또 우리가 하나 배우고 가야겠죠? 마산만에서 홍합이 이렇게까지 많이 날 수 있었던 이유, 어디에 있을까요?

: , 우리가 이 시간에 누누이 이야기하듯이 사실 기본은 자연환경인데요, 이 홍합은 자연보다는 사람 덕이 컸다고 해요. 맑은 물, 적정 수온 같은 환경을 바탕으로 1960년대에 구산면 주민 몇몇이 선도적으로 양식을 시작했고 점차 널리 퍼졌다고 하는데요, 해안 바위에 붙어 있는 자연산을 그냥 떼어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줄을 이용한 양식을 도입한 거죠. 양식 초창기에는 파도가 덜한 안쪽 바다에서만 하다가 모험 삼아 외만에서도 시도해 보았는데 큰 무리가 없었고 홍합 양식은 더 퍼지게 되었죠.

DJ : 우리 어민들의 모험심과 노력이 큰 역할을 했네요. 근데 이 홍합이 한때는 '말썽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했다면서요?

: , 홍합 껍데기 때문인데, 산소를 없애고 적조 원인으로 지목받으면서 마산 바다 오염원으로 미움을 받았죠. 특히 알맹이만 까서 내놓은 마을은 특히 껍데기 처리에 골치였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이 껍질을 잘게 부수고 염분을 빼 농가 비료로 이용한다고 해요. 특히 이 비료는 토질 개선 효과도 좋다고 하네요.


국물요리와 궁합이 잘 맞는 홍합.


DJ : 천덕꾸러기 신세를 벗어난 홍합. 제가 다 기쁘네요. 하지만 앞서 기본안주 얘기처럼 아직도 그 가격만큼은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 맞죠. 홍합은 큰돈 들이지 않고 넉넉한 양을 구할 수 있거든요? 특히 11월 제철에는 25~30kg 되는 한 망을 싸게는 만 원짜리 한 장으로도 살 수 있다고 해요. 알맹이를 까서 팔면 단가가 높아지기도 하는데, 이 일이 또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하거든요. 하루 10시간 이상 내내 쪼그려 앉아 홍합 까기를 반복해야 하고, 또 장갑을 낀다고 하나 한겨울 손 시린 것도 참아내는 거에 비하면 아쉬운 대목이죠.

DJ : 역시 어민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이러한 많은 정성이 들어간 홍합, 한 망씩 사서 낑낑거리며 집으로 옮기고 나면, 밥상은 그만큼 또 푸짐해지겠죠?

: 그렇죠. 알게 모르게 홍합으로 할 수 있는 요리가 정말 많거든요? 홍합밥, 홍합탕, 홍합전, 홍합미역국뿐 아니라 천연 조미료로 조연 역할까지 톡톡히 하죠. 특히 라면 분말수프를 만드는 데도 이 홍합이 빠질 수 없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마산에서는 "국민 음식 라면, 홍합이 없으면 국물 맛이 나올 수가 없다"며 자랑하곤 하죠.

DJ : 우리 이 기자님이 정말 좋아한다던 그 라면! 그래서인지 홍합에 대한 애정이 더 느껴지네요. 여기에 요즘에는 홍합 파스타, 봉골레처럼 양식과도 조화를 이루기도 하죠? 맛있는 경남을 보니 직접 홍합 봉골레 요리를 만들어 보기도 하셨다면서요?

: , 마트에서 한 망에 4000원 하는 홍합을 두 망 사고 여러 요리를 만들어 봤는데, 특히 봉골레가 기억에 남아요. 껍데기 불순물을 제거해 홍합을 삶는 게 시작이었는데요, 여기서 살이 뭉개지기 쉬운 홍합은 너무 오래 삶으면 안 돼요. 다음으로는 적당히 썬 마늘 적당량을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서 10여 분 볶아 마늘 맛이 잘 배도록 하는 것, 이후 홍합, 화이트와인, 바질, 홍합 육수를 섞어 소스를 만드는 일, 큰 냄비·센 불에서 8분쯤 면을 삶은 일이 더해졌죠. 이렇게 만든 봉골레는 부드러움이 큰 매력이에요. 여기에 고소함이 더해져 건강식으로도 손색이 없는 듯하고요.


해물찜에도 빠질 수 없다. 홍합홍합홍합홍합


DJ : 자취를 하는 우리 이서 님도 손쉽게 만들었다고 하니, 청취자 분들도 집에서 한 번 도전해보면 좋을 듯하네요. 근데 이 홍합을 먹을 때 주의해야 할 점도 몇 가지 있다면서요?

: , 간혹 봄철에 홍합을 먹었다가 변을 당하는 일도 있는데요, 이는 '마비성 패류독소' 즉 홍합이 독성 플랑크톤을 섭취한 것을 먹었기 때문이에요. 주로 자연산 홍합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어지럼증, 안면마비가 온다면 바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합니다. 대신에 저장된 건홍합은 1년 내도록 마음껏 드셔도 될 되고요.

DJ : 봄철 홍합, 꼭 주의하도록 할게요. 마지막으로 홍합, 여성들에게 특히 좋다면서요?

: 네 홍합에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빈형 예방, 노화 방지, 피부 예방에 특히 탁월하다고 하니, 소주방에서 홍합탕은 우리 여성분들에게 조금 양보하는 걸로.


피부 미용, 노화 방지 등에 좋다고 하니 듬뿍듬뿍 먹자~~


DJ : 아까 가져오신 그 홍합. 방송 끝나면 저도 많이 먹어야겠네요. 끝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마산 홍합이란?

: 저희가 인터뷰했던 어르신이 이런 말씀을 해 주셨거든요. "전국 포장마차 어디를 가더라도 홍합국물이 나오면 그것은 마산홍합이라 확신해도 좋소." 여기서 힌트를 얻어 전해볼게요. 홍합은 마산이 길러낸 바다의 팔방미인이다.

DJ : 네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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