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16) 진해 피조개
DJ : 오늘이 6월의 마지막 날이죠? 어느덧 2016년 절반이 딱 지난 셈인데요, 다들 올해 계획한 일들 잘 실천하고 계신가요? 혹 계획된 대로 되지 않았더라도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아직 우리에겐 6개월 혹은 더 많은 시간이 남았고 계속 나아질 테니까요. 어쩌면 오늘 맛있는 이야기에서 소개할 이 음식도 우리 삶과 맞닿아 있지 않을까 해요.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는 것! 어떤 음식인지 정말 궁금한데요, 3달째 목요일을 사랑한다며 외치고 다니는 분 이서 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 : 네 안녕하세요.
DJ : 오늘 맛있는 이야기, 올해 세웠던 계획 이야기로 문을 열었잖아요. 우리 이서 님은 올해 계획 잘 실천하고 계신가요?
이 : 네, 올해 초 세운 계획은 아니지만. 맛있는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아! 정말 매주 무사히 넘기자! 라는 계획을 세웠었는데, 아직까진 괜찮은 거 맞죠?
벚꽃과 피조개의 고장 진해.
DJ : 그렇죠?! 아무튼 오늘 이 음식, 우리 삶과 닮았다고 하셨는데 도대체 어떤 음식인가요?
이 : 네, 이 음식재료는 선명한 붉은색, 탄력적인 육질이 특징인데요. 이런 특성은 캄캄한 겨울 바다 깊은 펄 안에서 체온을 단속하고 스스로 단단해지는 과정을 거치며 생겨났다고 해요. 또 이를 잡는 어민들도 오랜 세월 양식 방법 변화를 꾸준히 모색하면서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하고요. 어떤 음식재료인지 말하기 전에 역시! 우리 작가님이 또 먹어봐야겠죠? 작가님~
지 : 안녕하세요. 지 작가입니다.
DJ : 쫄깃쫄깃한 육질이 돋보이는 오늘의 음식. 그렇습니다. 오늘 맛있는 이야기는 진해 피조개로 준비해 봤습니다. 그런데 이서 님, 진해와 피조개. 언뜻 보면 낯설기도 해요?
이 : 네 옛 시절 피조개는 일본에 전량 수출해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맛보기 어려웠어요. 오늘날 피조개양식수협이 진해가 아닌 마산에 자리 잡은 이유도 일본 수출 경로에 유리했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일본 초밥에 이용되는 해산물이 다양해지고, 중국·러시아·북한까지 경쟁에 가세하면서 내수 시장이 뒤늦게 활성화하기 시작했죠.
쫄깃함이 일품인 진해 피조개.
DJ :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이왕 공부한 김에 하나만 더 알고 가 볼까요? 아까 이 기자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우리 어민들이 피조개 양식 방법을 꾸준히 찾아왔다 했잖아요. 피조개 양식 역사와 진해와의 연결고리. 알려주신다면요?
이 : 네, 피조개 양식이 본격화한 것은 1960년대 후반기라고 해요. 앞서 말했듯이 일본 수출에 물꼬를 트면서 어민들이 피조개에 눈 돌리기 시작한 시기죠. 이 중 진해만은 파도가 세지 않고 조류 흐름이 적당함은 물론! 무엇보다 피조개 서식지인 펄이 무르고 깨끗해 양식하기 더없이 좋았다고 해요. 이와 함께 국내 종묘 개발은 물론 어민들을 통해 피조개는 육지 물이 바다로 흘러내리는 곳에서 잘 자란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는데요, 이 같은 노력을 거쳐 1980년대 중후반 피조개 양식은 정점에 다다랐죠. 1988년에는 수출액 1600억을 달성했다고도 하니 정말 엄청나죠?
DJ : 어민들 처지에서는 피조개가 그야말로 보물이었겠어요. 하지만 그 사이 여러 아픔도 있었다지요?
이 : 네, 1900년대 들어서면서 대량 폐사와 종패 부족이 이어졌는데요. 생존율이 40~50%에서 1~2%로 떨어지기도 했다 해요. 이 때문에 진해 어민들 스스로 양식 방법 변화를 찾기 시작했고요. 시험에서는 생존율을 90%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네요. 이런저런 노력 끝에 4~5년 전부터 조금씩 나아지는 분위기고요.
DJ : 정말 한 해 한 해 계획한 바를 열심히 실천하고 계시는 어민들이시네요. 이제 음식 이야기도 해볼까요? 사실 피조개는 두툼한 살 덕분에 초밥 재료로 널리 알려졌잖아요. 이 외에도 피조개로 할 수 있는 음식 뭐가 있을까요?
이 : 네 피조개는 꼬치구이나 볶음용으로도 아주 훌륭하고요. 또 홍합밥이나 굴밥처럼 밥을 해먹거나 샤부샤부용으로도 인기가 많다고 해요. 그뿐만 아니라 된장찌개를 끓이거나 튀김을 해도 괜찮고요. 이게 다 피조개 특유의 육질 때문인데, 두껍고, 달고, 향이 진해 흡사 육고기 장점을 닮았다고 말하는 이도 있더라고요. 저희도 맛있는 경남을 취재하면서 이런저런 피조개 음식을 먹어봤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건 피조개무침이에요. 조갯살이 무침양념과 채소에 묻히지 않고 꼿꼿하게 자기 색깔을 내면서 꼬들꼬들 씹는 맛이 아주 돋보인 음식이죠.
DJ : 맞아요. 저도 한 번 먹어봤거든요? 사실 저는 회 종류를 주로 초장 맛으로 먹는 편인데 피조개는 회를 먹는다는 느낌보다는 고기를 먹는 느낌? 뭐 그런 기분이 들더라고요.
이 : 그렇죠. 근데 그 피조개살을 발라내는 게 또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해요. 익혀 먹는 거야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관자와 연결된 날갯살과 내장을 분리하고 마치 나비가 날개 펼치듯 내장을 완전히 제거하고, 씻으면 된다는데 아무래도 날카로운 도구를 써야 하니 위험하기도 하다 하더라고요. 그런 분들을 위해! 10월 ~ 3월 제철이 아니더라도 피조개양식수협에서는 진공 포장한 피조개살을 팔고 있다고 하니 유용하게 이용하시면 될 듯해요.
진해지역 횟집에서도 만날 수 있다.
DJ : 피조개를 잘 사먹는 팁까지! 꼭 기억할게요. 아 근데 저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있다면 피조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왜 유독! 피조개만 붉은 피가 선명한가요?
이 : 네, 이게 달리 보면 피조개 효능과도 연관이 있어요. 사실 조개류에는 다 피가 있지만 묽어서 보이지 않는 편이죠. 하지만 피조개는 포유동물의 혈액색소인 헤모글로빈을 안고 있어 선명한 붉은색을 드러낸다고 해요. 근데 이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주원료가 철이거든요? 피조개에는 쇠고기보다 2~3배 많은 철분이 들어 있다고도 하고요. 피조개 많이 먹으면 빈혈에 좋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여기 있고요. 또 단백질, 비타민 등도 풍부해 산모에게 좋다 하네요.
DJ : 아! 머리가 어지럽다 싶으면 이젠 쇠고기보다 피조개를 먹어야겠네요. 마지막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진해 피조개란?
이 : 네 취재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역시 어민들의 고생이죠. 피조개 선별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느꼈는데요, 갈고리로 채취한 7cm 이상 자란 피조개 500kg을 끌어올려 겨울날 손 시릴 틈 없이 씻고 고르고. 보통 새벽 4시에 시작해 정오쯤 끝나더라고요. 이런 고생을 담아 정리해봤어요. 추위와 시간과의 피는 싸움이 피조개를 만든다.
DJ : 네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 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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