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3) 함양 산양삼
DJ : 봄이 훌쩍 다가왔음을 느끼는, 요즘 날씨입니다. 계절이 바뀌어서 그런가요? 저는 식욕도 커진 듯한데요, 이런 때일수록 생각나는 한 분. 오늘도 우리에게 맛있는 이야기를 소개해줄 맛남, 이서 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 : 네, 안녕하세요. 목요일을 사랑하는 이서입니다.
DJ : 왜, 지난주에 우리가 남해 마늘에 대해 알아봤잖아요. 그때 평소 마늘 많이 먹는다 하셨는데, 어떠셨나요. 지난주.
이 : 주말에 삼겹살집에 갔는데. 이상하게 마늘이 끌리더라고요. 뭔가 더 먹어야 한다는 의지도 생기고. 구워도 먹고 생으로도 먹고. 지난주보다 사람으로 한층 더 자란 느낌이네요.
DJ : 네, 그럼 오늘은 어떤 음식으로 맛있는 이야기를 채워주실 건가요.
이 : 앞서 봄이 되니까 식욕이 막 샘솟는다고 했잖아요. 사실 식욕도 식욕이지만 봄 되면 왜 몸이 축 처지는 기분이 들기도 하잖아요. 뭔가 주변에는 막 꽃도 피고 연인들도 많이 보이는데, 나만 외로운 듯하고. 그런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몸보신 특집! 함양 산양삼 이야기로 문을 열까 합니다.
DJ : 외롭다는 게 본인 이야기는 아니죠? 좋습니다. 근데 함양 산양삼이라는 말이 입에 착 달라붙진 않아요?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이 : 한자말을 옮기자면 '산에서 기르는 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왜 우리가 삼을 두고 하늘이 내린 약초라고도 하잖아요. 아무 곳에나 씨앗을 뿌린다고 나는 게 아닌, 귀한 약초죠. 물과 볕, 바람이 다 들어맞아야 삼이 잘 자라는데 함양이 딱 거기에 들어맞아요. 지리산, 남덕유산, 금원산, 기백산. 해발 1000m가 넘는 산만 15개고, 어느 방향으로도 바람이 잘 통한다 해요. 여기에 함양 땅은 물기가 많은 부엽토가 많다고 하니 삼을 키우기에 제격이었죠.
DJ : 그렇군요. 근데 이렇게 어렵게 키우는 산양삼이 특산물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뭔가요?
심봤다! 직접 캔 함양 산양삼! 저 잔뿌리 좀 보소~~
이 : 사실 100% 자연산이라고 볼 순 없죠. 자연에 많이 맡기긴 하는데, 잡초를 뽑고 낙엽을 덮어주는 등 사람 손도 어느 정도 타니까요. 이와 관련해 함양군은 2003년 재배 농가 지원에 나서서 450여 농가를 육성했다고 해요. 산양삼이 그 가치를 내려면 적어도 5~7년이 걸리니 2010년부터 그 결실을 보기 시작했죠. 2006년에는 전국 최초로 산양삼 생산 이력제를 도입해 시행했기도 했다네요.
DJ : 그러니까 좋은 자연환경과 함양군의 노력이 적절히 섞였다는 말씀이군요. 자라는데만 5~7년이 걸린다는 산양삼, 물론 많이 먹으면 좋겠지만 사실 먹기가 쉽지 않잖아요. 어떻게 먹는 게 좋을까요.
이 : 그렇죠. 산양삼을 동네 슈퍼에서 과자 사먹듯이 먹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또 우리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하지 한 번 먹을 때 잘 먹어야죠. 산양삼은 생으로 먹는데 젤 좋다고 해요. 잠자리에 들기 전이나 아침 공복에 먹으면 더 좋다고 하네요.
줄기와 잎을 말려서 가루 내 차로 먹기도 하고요, 삼을 달여서 먹기도 하지요. 열매도 먹는데요, 6월 중순에 딴 열매를 진액으로 만들거나 30분 이상 찐 열매는 3~4일 바짝 말려서 냉동보관 후 틈틈이 꺼내 먹기도 한다네요.
DJ : 역시 산양삼은 생으로 먹어야죠. 하지만, 요즘에는 다른 재료와 많이 어울리기도 한다 해요?
이 : 네, 혹시 드셔보셨는지 모르겠어요. 산양삼이 들어간 백숙! 저도 취재 갔을 때 먹었는데, 맛도 맛이지만 한 번 먹을 때마다 몸에서 막 열이 나는 기분이에요. 산양삼 백숙에는 5년 이상 된 삼 뿌리는 물론, 산삼진액, 마늘도 들어가는데요. 육질은 쫀득하고 기름기는 덜한 맛이 일품이에요. 여기에다 산양삼을 갈아 넣은 막걸리까지 먹으면 그냥 신선이 된 기분이죠. 그리고 한 가지 팁으로 백숙을 먹을 때 산양삼 잎으로 싸먹으면 느끼함은 줄고 아삭함은 커진다 하네요.
또 함양에서는 산양삼을 비빔밥, 부침개, 냉면, 해장국에 넣어 먹기도 한다고 하네요.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함양 산양삼 백숙과 막걸리, 탐스러운 김치까지. 다 먹을거야~~
DJ : 산양삼도 좋은데 막걸리까지. 벌써 군침이 도네요. 남해 마늘처럼 2차 가공식품 개발도 한창이라면서요?
이 : 네, 산양삼주, 산양삼겔, 산양삼캔디, 산양삼파우치까지. 점점 변화하는 산양삼이 더 주목되는, 이유죠.
DJ : 아, 캔디는 먹어본 듯해요. 왜 식당에서 밥 먹고 나오면 후식으로 문 앞에 있곤 하잖아요.
이 : 그게 그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맛은 비슷한 듯하네요.
DJ : 함양 가셨을 때 산양삼과 관련한 또 재미난 일은 없었나요?
이 : 저희가 취재하던 한 어르신이 기억에 남는데요, 취재 도중에도 삼을 찾는 사람, 감정하고자 하는 사람들 전화가 끊임없이 울리더라고요. 산과 함께 살아온 심마니 세월이 아주 여실히 드러났죠. 그리고 취재 장소 곳곳에 산양삼으로 담근 술이며, 진액 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150년 된 산삼이 떡 하니 있더라고요. 멧돼지가 뛰어와 자신을 덮치는 꿈을 꾸고 캐셨다 했는데, 저도 오늘 밤에 멧돼지가 나왔으면 하네요.
DJ : 저도 간절히 바랍니다. 직접 산양삼을 캐보기도 하셨다면서요?
이 : 네, 체험 삼아서 한번 해 봤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요. 심마니께선 한 곳을 가리키며 이 밑에 푹 넣었다 올리면 된다고 하셨는데 정말 손이 떨려요. 잔뿌리 하나라도 끊어먹을 순 없잖아요. 두발괭이를 옮겨 가면 이리저리 씨름하다가 어렵사리 캤던 기억이 나네요.
DJ : 네, 끝으로 좋은 산양삼을 고르는 기준 뭐가 있을까요.
이 : 사실 보통 사람들은 아무리 봐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해요. 또 요즘엔 중국산이 워낙 많으니. 그래도 딱 봤을 때 전체 모양은 사람 모양새와 비슷한 것, 잔뿌리가 많고 만졌을 때 까칠까칠하면 좋은 산양삼일 확률이 높다 하네요.
자연 그대로의 함양 산양삼. 다가올 봄, 산양삼으로 봄보신 해 보는건 어떨까요?
DJ : 네, 그럼 이서 님이 전하는 마지막 한마디, 함양 산양삼이란?
이 : 오늘 이런저런 이야기 많이 했는데. 이 말이 딱 떠오르네요. '하늘이 내린 선물, 산양삼은 가장 함양다운 약초다'.
DJ : 이렇게 보니 약간 산양삼 홍보대사? 같기도 하네요.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다음 주에도 맛있는 얘기 부탁합니다.
이 : 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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