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5) 의령 망개떡


DJ : 어제가 20대 총선 투표일이었죠? 앞으로 4년 동안 우리 국민을 대신할 대표자를 뽑는 날이었는데요. 다들 소중한 한 표 행사하셨나요우리 청취자들은 모두 한 표씩 잘 찍었을 거라 봐요. 콕콕 찍은 도장으로 우리 대표자를 뽑았다면 맛있는 이야기도 콕콕 찍어서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를 맛있는 경남으로 안내해주는 분, 이서 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DJ : 이서 님은 투표 잘하셨나요?

이 : , 저는 사전 투표일을 이용해서 했는데 정말 편하고 좋더라고요. 소중한 한 표 잘 행사하고 왔습니다.

DJ : 그렇군요. 콕 찍은 도장처럼 오늘은 어떤 음식을 콕 찍어서 이야기해주실 건가요?

: 투표장에 갔을 때 하얀 투표용지를 봐서 그런가요? 이 음식이 생각나더라고요. 약간 억지죠? 아무튼! 오늘은 잎··팥이 저마다 색다른 매력을 내는 의령 망개떡을 소개할까 해요.

DJ : 망개떡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그러고 보니 어느 때부턴가 망개떡 앞에는 의령이 한 단어처럼 착 달라붙어 있어요?

: 맞죠. 의령 망개떡이 마치 한 단어처럼 쓰이고 있죠. 사실 의령 망개떡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길어야 10년인데요, 망개떡이 예전에는 넉넉한 일부 계층만 즐기던 음식이었다 해요. 망개잎이 여름 한 철 밖에 사용할 수 없었던 게 가장 큰데, 의령에서는 그 잎을 소금에 절여 보관하는 방식으로 1년 내내 만들었다고 하네요. 그건 또 의령에 망개나무가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고요. 여기서 팁 하나! 망개나무는 경상도 방언이에요. 표준어는 청미래덩굴이라고 하네요.


언제 먹어도 맛있는 망개떡. 그 모양도 앙증맞다.



DJ : 그러니까 망개나무와 의령 사람들의 보관 방식이 의령 망개떡을 만든 셈이네요. 근데 정말 궁금한데. 망개떡에 망개잎을 싸는 이유는 뭔가요?

: 저희도 그게 정말 궁금했었는데요, 취재하면서 물어보니 '망개잎이 방부재 역할'을 한다고 해요. 실제로 동의보감에도 청미래덩굴 효능이 나와있기도 하고요. 또 이게 보기에도 참 좋다나요. 하트나 사과 모양을 닮았는데 사랑의 잎이라 불리기도 한다는군요.

DJ : 단순히 보기 좋을라고 싸는 게 아니었군요. 먹어도 상관없겠죠?

: 먹는 걸 또 워낙 좋아하시니. 망개잎이 맛은 약간 쓸지 몰라도 해열과 해독 효과에는 아주 좋다고 해요. 이에 의령에서는 망개잎을 차로 달여 먹기도 한다네요.

DJ : 저도 생으로는 먹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데 망개떡 먹기에는 참 편한데, 수고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해요?

: 네 맞아요. 망개잎을 따서 염장하는 건 차치하더라도 팥소 만드는 게 정말 힘들죠. 보통 팥 한 말 달이는데 7시간 가까이 걸리는데, 중간 중간 또 손으로 직접 저어야 한다고 하네요. 떡피도 마찬가지에요. 멥쌀을 8시간 물에 담갔다 꺼내 소금 간을 하고 분쇄하고 나서 찌고, 가래떡처럼 뽑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야 해요이렇게 잎, , 피가 다 준비되고 나면 이제 망개떡을 싸야죠. 요즘에는 또 한 입에 쏙 들어가도록 무게는 개당 30~35g, 팥소는 10g, 떡피는 가로·세로 7cm 내외로 한다고 하네요.

DJ : 듣기만 해도 숨이 차네요. 의령군에서 2011년 망개떡을 지리적 표시제로 등록시켰다 하는데, 들인 정성을 보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의령 가셨을 때 아주 귀한 분도 만났다면서요?

: , 저희가 취재했던 한 분이 독립운동가 안희제 선생의 손녀 분이셨어요. 망개떡을 만들어 팔고 계셨는데, 그 이름도 안희제 선생님 호를 딴 백산식품이었죠. 어르신께서 하신 말씀 중 하나가 기억에 남아요. 어르신이 어렸을 때 독립운동하던 할아버지가 집에서 망개떡을 많이 가져갔다고 해요. 어르신 말로는 '할머니가 그러는데, 아마도 배고픈 동지들 가져다주셨을 거다'라고 하셨죠. 뭔가 뭉클하더라고요.

DJ : 그렇네요. 단순히 맛만 좋은 게 아니라 깊은 역사까지 품은 망개떡이네요. 근데 요즘에는 때문에 고민도 많다고요?

: , 망개나무가 워낙 민감하고 번식력이 약하다고 하네요. 주변 큰 나무에 치이기도 하고요. 이에 의령에서는 경북이나 충청도 같은 곳에서 망개잎을 들여오기도 한다네요.

DJ : 그런 문제가 있었군요. 이 귀한 망개떡, 잘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 굳고 잘 상하는 망개떡 특성상 오리지널 의령 망개떡을 만나기가 쉽지만은 않은데요, 그래도 이왕 먹을 거 오리지널로 먹어봐야겠죠? 이때는 의령 지역 공동 브랜드인 '자연한잎'을 기억하면 좋을 듯해요. 자연한잎 의령망개떡이 적힌 상자에 담긴 망개떡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명품 먹을거리를 상징한다고 하네요.

DJ : 자연한잎 공동브랜드. 꼭 기억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서 님의 한 마디는?


고운 자태의 망개떡. 선물용, 손님 접대용으로도 손색없다.


오늘은 이렇게 정리해볼게요. 의령 망개떡은 여인들의 정성이 빚은 조화로운 결과물이다.

DJ : , 오늘도 맛있는 소식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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