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6) 창녕 양파
DJ : 요즘 창녕에서는 유채꽃이 활짝 폈다고 하는데요, 미처 벚꽃을 즐기지 못하셨다면 노랗게 물든 들판에서 마음껏 누려보는 건 어떨까요. 아차! 꽃놀이할 땐 맛있는 음식까지 함께 한다면 더 좋겠죠? 그래서 오늘도 왔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나선 분, 이서 님 모셨어요. 안녕하세요?
이 : 네, 안녕하세요.
DJ : 이서 님은 저번에 벚꽃놀이는 갔다 왔다 하셨고. 유채꽃 축제는 따로 계획 없으신가요?
이 : 물론 정말 가고 싶지만. 봄에 더 취해서 외로워질까봐.. 농담이고요. 저는 못 가지만 창녕에 들르시는 청취자분들이 꼭! 먹었으면 좋을 듯한 음식 하나를 추천하며 대리만족할까 해요.
DJ : 역시 또 바로 음식 이야기네요. 창녕 지역 특산물이라면. 당장, 고추, 단감, 마늘 정도가 생각나는데요. 마늘은 저번에 남해편에서 소개했었고. 오늘은 고추 인가요?
이 : 아, 말씀하신 것들도 물론 창녕에서 이름났지만 오늘은, 저와 비슷한 식재료. 까면 깔수록 매력이 넘치는 양파를 소개할까 해요.
DJ : 아 양파였군요. 근데 제가 알기엔 합천도 양파가 유명하고 의령이나 함양 등도 양파를 많이 재배하고 있는데 왜 하필 창녕인가요?
양파 시배지로 이름 난 창녕.
이 : 맞아요. 사실 창녕은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뿐 양파 최대 생산지도 아니죠. 그럼에도 창녕 사람들이 양파 자부심을 품을 수 있는 건 창녕이 '최초 재배지'로 알려졌기 때문이에요. 양파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1900년대 초인데, 1908년 시험 재배를 거쳐 이듬해 창녕 성찬영 선생이라는 분이 처음 재배에 나섰죠. 물론 그 뒤로도 널리 보급되기까진 시간이 꽤 필요했어요. 그러다 1946년 창녕 영산면 조성국 선생 손에서 종자 생산이 이뤄졌고, 그 이후에 성찬영 선생의 손자이신 성재경 선생께서 여러 농민분에게 양파 재배방법을 알리셨다 해요. 실제 1970년대 창녕 양파 재배농가는 6000여 호에 달했다고 해요. 오늘날 양파 재배가 널리 퍼지게 된 건 역시 창녕이 고향이신 분들의 노력을 거쳐 가능해진 셈이죠.
DJ : 양파는 창녕이 원조다! 창녕 분들이 가히 자랑할 만하네요. 그러고 보니 양파망을 처음 이용한 곳도 창녕이라는 소리를 들은 거 같네요.(네네 맞아요) 창녕에선 양파가 그렇게 잘 자랐을까요?
이 : 네, 앞서 말했듯이 사람들 노력도 노력이지만 역시 자연환경이 중요하죠. 창녕의 토질 기온이 양파와 궁합 잘 맞는다 해요. 낙동강변에 자리해 칼슘, 마그네슘, 유황 등의 성분이 풍부하고 파종 전 강수량도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아 풍부한 수분 속에서 자란다는 점도 한몫한다네요.
DJ : 네, 그렇군요. 근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길 양파는 밥상에서 조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어떤가요. 창녕에서는?
이 : 맞아요. 양파는 주연보단 조연에 가깝죠. 고기 먹을 때 곁들여 먹듯이. 하지만, 요즘에는 주연 자리도 넘보고 있다고 하는데요. 양파전이나 감자·양파 볶음같이 익숙한 음식은 물론 양파차나, 바짝 마른 양파껍질을 우려낸 양파껍질차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요. 여기에 양파깔조네, 양파스테이크, 양파전골도 더해졌고요. 또 흑양파즙, 양파술 우포의 아침 같은 가공품으로도 개발됐죠. 개인적으로는 창녕에 갔을 때 양파즙을 넣어 만든 반죽과 육수가 들어간 양파국수가 기억에 남았는데요, 적당히 매콤한 맛이 일품이더라고요.
양파즙을 넣어 만든 양파국수. 밥상의 조연이자 감초였던 양파는 이렇듯 당당히 주연 자리도 넘보고 있다.
DJ : 정말 다양한 매력을 지닌 양파네요. 하지만 역시! 먹기는 쉽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다고 해요? 추수 끝난 모종을 심어 겨우내 키우다가 6월 초순 수확하니, 손이 정말 많이 가겠어요?
이 : 맞아요. 특히 모종을 심는 시기는 물론 물관리도 중요하다고 해요. 너무 습하면 병에 시달리기 쉽다고 하네요. 설이 지나면 영양분도 따로 공급해줘야 하고, 4월에는 풀베기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도 하네요. 근데 요즘에는 이보다도 인건비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해요. 저희가 만난 어르신들도 모두 입을 모아서 '생산 비용 중 반이 인건비'라고 말할 정도였거든요. 일손은 부족한데 그렇다고 안 쓸 수는 없어서 수확 철에는 버스 전세 내 다른 지역에서 데려온다고도 해요. 하루 일당은 중참비 포함해서 8만 5000원 정돈데, 아무래도 농사일에 익숙지 않은 사람도 많다 보니 효율성이 그리 높은 건 아니라고 하네요.
DJ : 일손 문제는 역시 모든 농촌이 안은 고민이군요. 이렇게 귀한 양파, 시중에서 봤을 때 아! 이건 창녕 양파라고 알 방법이 있을까요?
6월 수확철 창녕의 흔한 풍경.jpg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온통 양파. 손이 정말 많이 가는 식재료다.
이 : 그게 창녕 어르신들도 잘 모른다 해요. 대신에 눈으로는 모르지만 먹어보면 안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창녕 양파는 아니더라도 좋은 양파를 고르려면 '껍질 색이 선명하고 광택 나는 것'을 기억하면 좋을 듯해요. 수확시기도 중요한데 남부지방은 5~6월, 강원도는 9월 중순쯤에 나온 게 맛있다고 하네요. 또 눌러봤을 땐 단단한 게 좋고요.
DJ : 수확시기 확인하고, 눌러보고. 꼭 기억할게요. 오늘도 마지막 시간이 왔어요. 이서 님의 한 줄 평은?
이 : 오늘은 딱 한 단어로 정리해 봤어요. 창녕 양파는 '반전'이다. 강한 첫인상과 달리 뽀얀 피부를 지녔고 탁월한 능력에 다양한 음식으로 변신하는 능력까지. 반전이 있잖아요.
DJ : 뭔가 자신이 되고픈 남자 상을 말하는 거 같네요?! 양파 같은 이서 님이 되길 기대하면서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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