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15) 통영 굴


DJ : 속설이라는 말이 있죠? 사전적으로는 세간에 전하여 내려오는 설이나 견해를 말하는데요, 선풍이 틀어놓고 자면 안 된다, 미역국 먹으면 시험에 미끄러진 다와 같은 이야기들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그러고 보면 음식과 관련한 속설도 참 많은데요. 하루에 커피를 두 잔 마시면 좋다더라, 먼지를 많이 배출하려면 삼겹살 같은 기름진 음식을 먹어야 한다 등 풍문으로 떠도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때로는 우리 밥상을 더 풍요하게 채워주기도 하죠. 그리고 오늘, 이 음식과 연관한 속설을 꼭 깨고 싶다며 온 분이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경남 곳곳의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분 이서 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DJ : 속설 이야기로 맛있는 이야기 문을 열어봤는데요, 오늘 소개할 이 음식은 도대체 어떤 속설이 있기에! 꼭 깨트리겠다며 만만의 준비를 하고 오셨나요?

: , 사실 이 음식 제철은. 여름의 정반대인! 겨울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속설이 생기지 않았나 싶은데요, 이 음식은 5(May), 6(June)처럼 알파벳 R자가 없는 달에는 먹지 말라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있어요. 하지만! 여름에도 맛있게 먹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거! 오늘 알찬 내용으로 소개하기에 앞서, 우리 작가님이 또 몸소 실천해 주셔야겠죠?


신선한 굴과 함께 풍요로운 겨울을!


: 안녕하세요. 지 작가입니다.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DJ : 맞아요. 이 음식. 여름에는 나지도 않을뿐더러, 막상 있다 해도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면서도 막상 먹으면 빠질 수밖에 없는. 뭔가요. 이 음식!

: , 흔히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죠? 전으로도 먹고 국으로도 먹고 생으로도 먹는! 팔방미인. 오늘 맛있는 이야기는 통영 굴 편으로 준비해 봤습니다.

DJ : 아 정말! 아까 준비해 오신 굴 때문인지 우리 스튜디오에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기분도 드는데요,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속설부터 풀고 가야겠죠? 여름철 굴 정말 먹으면 안 되나요.

: 사실 먹고 싶어도 못 먹는다는 표현이 더 맞는 듯해요. 굴 수확은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인데요, 5월부터 9월까지 산란기여서 생식소 부분이 몸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다 아린 맛이 강해 이 시기에는 수확하지 않기도 하죠. 또 여름철이면 식중독 우려로 해산물 자체를 피하기도 하잖아요. 결국 생산도 안 하고, 조심도 해야 하고. 여름 굴을 먹지 말라는 이유가 생겨난 원인이죠.

DJ : 참 굴 좋아하는 사람 처지에서는 여름이 얄밉기도 하겠어요. 그러면 여름 굴은 안 된다는 속설, 과연 어떻게 깰 수 있을까요?

: 사실 여름철에도 가을이나 겨울에 수확해 냉동이나 건조한 상태로 보관한 것이 시중에 나와 있어 굴을 먹을 수 있거든요? 근데 또 싱싱한 굴이 아쉽기도 하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정말 희소식 하나가 날아왔는데 올해 4월 국립수산과학원은 연중 수확할 수 굴 대량생산에 성공했다고 해요. 특히 여름철에는 먹이생물이 많아 글리코겐 함량이 높아지므로 이 시기에 수확하는 굴은 겨울철보다 단맛이 더 많이 난다고까지 했는데요. 우리 어민들에게 새로운 소득원이 될 수 있음은 물론, 싱싱한 여름 굴까지! 조만간 만나볼 수 있다고 하지. 앞선 속설도 없어져야 하는 게 맞겠죠?

DJ : 여름에도 마음껏 굴을 먹을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길 저도 간절히 바라고 있겠습니다. 이제 통영 이야기도 해볼까요? 굴하면 통영, 통영 하면 굴이잖아요. 통영과 굴이 만난 역사, 짧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 , 오늘날 굴은 키워서 수확하는 게 대부분이거든요? 통영은 그중에서도 조개껍데기, 말목, 뗏목, 밧줄 등에 부착성 조개류를 부착하여 양식하는 수하식 양식을 택하고 있어요. 통영 수하식은 1960년대 정착했다고 알려졌는데 이후 1973년에는 수출용패류생산해역으로 지정되면서 그 가치가 더 높아졌다고 해요. 오늘날 수하식 굴은 통영 인근 바다에서 나는 것이 전체 생산량의 70%가량 된다 해요. 물론! 이처럼 통영 굴이 잘 자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역시! 한려수도로 불리는 청정 해역이 있기 때문이고요.


통영에서 굴이 잘 자라는 이유는? 역시 한려수도!


DJ : 전국 생산량의 70%라니, 굴과 통영이 한 단어처럼 착 붙은 이유가 거기 있었군요. 근데 우리가 보통 시중에서 만나는 굴을 보면 '껍질'이 까 있잖아요. 여기에 또 어마어마한 노동이 필요하다면서요?

: , 통영에서는 '굴까는 아지매가'가 약 1만 명에 이른다는 소리도 있는데요, 숙련된 어머니들은 하루에 많게는 100kg가량을 깐다고 해요. 깐 굴은 대략 kg2500원가량을 받는데 손 저림, 허리 통증 등을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고 하더라고요.

DJ : 역시 맛있는 음식 뒤에는 농민·어민들의 수고가 늘 있다는 거. 다시 한 번 배우네요. 이렇게 소중한 굴, 참 먹는 방법이 다양하잖아요? 저는 초장에 바로 찍어 먹는 생굴을 특히 좋아하는데요, 다른 음식 몇 가지 소개해 주신다면요?

: 맞아요. 사실 굴 하면 날것 그대로 먹는 게 가장 유명한데요, 하지만 굴은 코스요리로 개발된 만큼 그 활용법이 무궁무진해요. 통영 굴을 취재하면서 굴 코스요리를 직접 접하기도 했는데요, 생굴-굴구이-굴 무침-굴전-탕수육-굴국-굴밥 순으로 나와서 아주 굴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해주더라고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굴탕수육이에요. 쌀가루와 부침가루만으로 옷을 입힌 굴탕수육은 보통의 탕수육보다 조금 더 부드럽고, 더 찐한 맛이 특징이더라고요.

DJ : 굴로 가득 채운 밥상, 다 먹고 다면 정말 건강해진 느낌이겠네요. 근데 굴 요리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면서요?

: , 굴은 씻을수록 향이 날아가 본래 맛을 해치거든요? 특히 생굴을 조리할 때에는 세 번 이상 씻으면 좋지 않다는 점을 꼭 기억하셨으면 해요. 또 가정에서 각굴을 먹을 일이 있다면 굳이 억지로 껍데기를 까기보단 쪄서 먹는 법을 추천해 드려요. 껍데기를 까는 도구와 경험 없이 날카로운 기구를 사용하다 보면 다치는 일도 많거든요.


생으로 먹어로, 쪄서 먹어도, 구워 먹어도 좋은 굴. 굴로 밥상에 풍미를 더해볼까요?!


DJ : 앞으로 비린내 제거한다고 빡빡! 굴을 씻는 일은 없어야겠네요. , 책을 보니 직접 굴 까기 체험도 하셨더라고요? 어땠나요?

: 일단 그 규모에 압도당해요. 크레인을 통해 700~800kg가량 되는 굴이 쏟아지고 컨베이어벨트가 쉴 새 없이 돌고. 겨울인데도 마치 한여름 같죠. 굴 껍질은 열릴 것 같은데 열리지 않고. 또 괜한 힘을 주면 껍데기가 부서지고. 정말 애간장을 태우는데요, 껍데기 윗부분에 붙은 굴의 관자 부분을 한칼에 싹 잘라내면 된다고 하는데. 저는 여전히 어렵네요.

DJ : 일은 좀 못해도! 맛있게는 먹는! 그게 또 우리의 일이니까요. 굴까는 건 차근차근 알아가는 걸로~ 마지막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통영 굴이란?

: 굴이 몸에 좋은 건 익히 알려졌잖아요. 근데 껍질 까기, 여름철 속설처럼 우리 애간장을 살살 태우기도 하고요. 그래서 준비했어요. 잘난 놈 인물값 한다더니, 그래 굴 너 잘났다!

DJ :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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