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4) 고성 갯장어


DJ : 이번 주 비 소식이 많았죠? 벚꽃이 한창일 때라 비 소식이 내심 아쉬운 분도 많으실 텐데요, 주말엔 그 안타까움 잠시 접어두시고, 맛있는 여행 떠나 보는 건 어떨까요우리 라디오 청취자들의 맛있는 길잡이, 목요일을 사랑한다고 외치고 다니는 이서 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DJ : 이서 님은 벚꽃놀이 다녀오셨나요?

: , 창원시 진해 여좌천에 다녀왔어요. 발 디딜 틈 없는 낮을 피해 저녁 늦게 갔다 왔는데. 꽃도 꽃이지만 역시. 좋은 경치 옆에서 마시는 술 맛도 최고더라고요.

DJ : 역시 모든 걸 먹을 거와 연관시키는 분이네요. 맛있는 이야기, 오늘은 어디로 가 볼까요?

: 저번 주에 우리가 함양 산양삼으로 몸보신 특집 1편을 진행했었는데, 아직 부족한 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또 준비했습니다. 몸보신 특집 2. 특집 기념으로 간만에 퀴즈 한 번 낼까요? DJ 님은 남성과 관련한 음식!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DJ : 남자한테 참 좋은데 뭐라 설명하기 어렵다는 그 복분자가 딱 생각나기도 하는데, 뭐니뭐니해도 이거죠. 구워도 먹고 탕으로도 먹는 장어! 맞죠?

: 맞아요! 장어! 남자는 물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음식이죠. 맛도 있고요. 근데 사실 장어가 생각보다 복잡해요. 크게는 민물장어가 바닷장어로 구분할 수 있겠고 바닷장어(뱀장어)는 다시 생김새와 사는 곳 등에 따라 붕장어(아나고)와 먹장어(곰장어), 갯장어(하모)로 나눌 수 있죠. 오늘은 그중에서도 경남 고성의 특산물 중 하나인 갯장어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해요.


힘이 넘치는 고성 갯장어. 


DJ : 장어가 다 같은 장어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다양한지 몰랐네요. 그럼 갯장어는 어떻게 고성 특산물이 되었나요?

: 고성은 원래 기름진 땅 덕에 쌀 좋기로 이름난 고장이잖아요. 여기에 넉넉한 바다도 있어 굴, 미더덕, 멸치를 쏠쏠하게 내놓기도 하죠. 근데 이것만으로는 특산물로 내세우기에 부족한 감이 있는데 그 부족함을 채워주는 게 갯장어요. 고성에 가면 '자란만'이 있는데 이 자란만이 갯장어 주요 서식지에요. 갯장어는 따뜻한 물을 찾아다니는 습성이 있어요. 5월이면 서·남쪽 연해로 몰려들어 10월까지 월동하죠. 낮에는 수심 20~50m 모래 진흙 바닥에 숨어 있다가 밤에 활동하는데, 이러한 환경이 딱 들어맞는 게 고성 자란만이죠.

DJ : 그렇군요 자란만을 품은 게 고성이 갯장어로 이름 날릴 수 있었던 이유네요. 근데 워낙 갯장어를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소비량 감당하기도 어렵겠어요?

: 맞아요. 고성 사람들은 자신만만한 소리로 '옆 동네 통영도 갯장어가 유명하지만 거기 사람들도 일부러 까지 와서 먹는다'는 말을 하곤 해요. 그만큼 고성 갯장어가 맛있는데요, 이 맛있는 갯장어. 요즘에는 수를 늘리고자 어민들 스스로 노력한다고 해요. 갯장어 수확 철에 고성 앞바다를 보면 '갯장어 자원회복 동참 어선'을 내건 배들이 많이 보여요보통 갯장어는 3~4년 된 길이 60cm 이상의 것을 잡는데 40cm 이하 것은 그냥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을 실천하고 있는 배들이죠.

DJ : 그런 좋은 일도 하고 있군요. 이제 먹는 얘기를 좀 해볼까요? 저 같은 경우 보통 장어 하면 장어구이가 먼저 생각나거든요? 장어의 통통한 살을 구워먹으면 식감도 살고 특유의 부드러운 맛도 있잖아요. 고성에서는 어떤가요?

: 물론 구이로도 많이 먹지만, 최근에는 샤부샤부가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적당한 크기로 포를 뜨고서 펄펄 끓는 육수에 데쳐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 건데, 탱글탱글한 육질, 시원한 육수 맛이 일품이죠. 여기에 신선한 채소 약재가 들어가 담백함을 더해주다 보니 찾는 이가 점점 늘고 있어요혹시 드셔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갯장어 회도 빼먹을 수 없어요사실 갯장어는 잔가시도 많아 회로 먹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토막 내듯이 잘게 썰어야 하죠. 이 때문에 고성 주민들도 웬만한 기술자 아니면 힘들다고 해요. 손도 많이 가는데 껍질 벗겨 내고, 지느러미, 내장, 머리를 제각각 다뤄야 해요. 그만큼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그 맛은 모든 걸 잊게 해요.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에요. 쌈을 싸먹기도 하고 초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콩가루를 얹어 먹기도 하죠. 마지막으로 갯장어탕! 토막 낸 살과 껍질, 머리로 국물을 우려내고 고춧가루, 방아잎 숙주 등을 넣고 끓여 마늘 등으로 양념하는 음식인데. 개인적으론 이게 젤 좋아요. 뭔가 아저씨 입맛 같지만 시원한 국물 맛이 최고더라고요.

 

갯장어 회. 잔가시가 많아 토막 내듯 잘게 잘게 썰어야 한다. 정성이 듬뿍 담긴 만큼 그 맛도 일품! 고소함이 특히 매력적이다.


DJ :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옆에서 보기엔 아저씨 입맛이 맞는 거 같아요. 이렇게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갯장어. 하지만 어민들 수고는 이만저만이 아니라 해요?

: , 갯장어가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 정말 보통 일이 아니죠. 우선 낮에는 수백 미터 낚싯줄에 바늘을 일일이 끼워야 해요. 한 바구니 끼우면 4000원을 받는다 하더라고요. 갯장어가 활동 시간을 맞추다 보니 출항은 보통 새벽 3시에 해요. 40여 분 바다로 나가 미끼잡이 배에서 미끼를 받고, 받은 미끼를 또 일일이 낚싯줄에 끼워야 하죠. 어선 한 명에 보통 두 명이 오르지 예삿일이 아니죠다음부터는 낚싯줄을 던져 본격적으로 어획을 시작하는데, 낚싯줄을 감고 갯장어를 골라내 수족관에 넣고, 낚싯줄을 바꿔 끼고. 이게 또 낚싯줄마다 갯장어가 다 잡히지도 않아요. 130여 개 낚싯바늘 중에 보통 5~6개 정도인데, 보통 미끼 통 20개를 들고 가거든요? 기다림의 연속이죠. 그렇게 모든 어획을 마치고 육지로 오면 오후 2시쯤이죠.

DJ : 정말 고생이 많았겠어요. 제가 듣기로는 그때 갯장어잡이 배에도 직접 올랐다면서요?

: 네 잊을 수 없죠! 정말. 사실 생판 처음 타는 어선에서 뭘 할 수 있겠어요. 뱃머리에 가만히 앉아 어머니 아버지 말동무 하면서 있었죠. 근데 저도 참 바보 같은 게, 바다 보면서 아 좋다, 햇볕이 참 따뜻하다. 이러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저녁에 와보니 온몸에 화상을 입어서 아주 난리였어요. 안 그래도 까만 얼굴이 더 까매지고. 주변에서는 막 불쌍하다 그러고. 힘들었습니다.


직접 오른 갯장어 배. 미끼를 일일히 끼우고 낚싯줄을 감고. 갯장어를 골라내고. 엄청난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DJ : 그러고 보니 그때 탄 얼굴이 지금까지 안 돌아온 것 같기도 하네요. 근데 가끔 보면 갯장어는 8월 지나면 맛이 떨어진다는 소문이 있기도 해요?

: 안 그래도 저희도 고성 어촌 어르신들에게 그렇게 물어봤다가 된통 혼났어요. 갯장어는 보통 5월 초순부터 9월까지 맛볼 수 있거든요? 어르신들 말로는 변하고 없다고 해요. 물론 기름기가 많아져 맛이 변했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지만 살이 올라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하더라고요. 고성에서는 우스갯소리로 8월 중순 넘어가면 전어가 나오지 않느냐. 전어 파는 사람도 먹고살아야 하니 9월 갯장어는 맛없다는 소문이 퍼진 거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죠.

DJ : 결국 갯장어는 9월까지 어느 때 먹어도 상관없다 이 말이군요. 하긴 그 맛이 쉽게 변하겠나요. 마지막으로 오늘도 역시! 이서 님의의 한 마디! 고성 갯장어란?


장어구이. 특유의 부드러운 살, 식감, 매콤달콤 양념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


: 저희 책에 있는 말이 워낙 좋아서 오늘은 그 말은 그대로 옮길까 해요. 물론 제가 일을 안 하는 건 아닙니다. 오해 마세요. 고성 갯장어, 그것은 땀과 눈물의 바다에서 잉태되는 것이다. .

DJ : 오 역시 멋있네요. 오늘도 좋은 소식 잘 들었습니다. 다음 주에 뵐게요.

: ,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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