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훈훈한 이야기를 모아모아서-.

좀 더 따뜻한 세상이 되길 바라며, 사람 냄새 나는 글을 전합니다.





(13) 2016년 11월 셋째 주 소식


DJ :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100만 개의 촛불이 타올랐다고 하죠? 가족과 친구와 동료와 연인과. 삼삼오오 모여 찾은 그 광장에서 많은 이들이 가슴 속에 응어리져있던 울분을 쏟아냈다고 하는데요, 미처 광장을 찾지 못한 이들 가슴에도! 저마다 촛불이 환하게 빛난 한 주가 아니었나 생각되네요세상을 밝게, 또 따뜻하게 하는 건 비단 촛불만이 아니죠? 우리 주변에 있는 따뜻한 사람들 역시 환한 촛불만큼이나 훈훈함을 안겨주는 존재인데요, 그런 이야기들을 모아 모아 오늘도 이서 님과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DJ : 연말이라 그런가요? 정말 일주일이 훅훅 지나가는 느낌인데, 우리 이서 님은 이번 주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 며칠 전, 부랴부랴 올해 초 세웠던 계획을 돌이켜 봤는데요. 10개 중에 절반 정도 실천했더라고요. 나머지 절반은 거의 포기 상태인데! 그중에서도! '여행을 자주 다니자!' 이런 계획이 있더라고요. 다른 건 못하더라도! 노는 걸 뺄 수 없죠! 주말마다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DJ : 그래서 그런가요? 오늘 유독 피곤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계획 실천도 좋지만! 뭐니뭐니해도 역시 건강이 최고겠죠? 우리 이서 님이나 청취자분들이나 너무 무리하진 마시고! 남은 한 달 반! 못다 했던 올 계획 차근차근 실천해가길 바라고 있을게요. 피곤함을 이겨내고 준비해 오신! 오늘의 키워드 한 번 들어볼까요?

: , 오늘은 정말! 촛불만큼이나 따뜻한, 두 분의 이야기를 준비해 봤는데요. 키워드는 동화, 세탁소에요. 어떤 거 먼저 해볼까요?

DJ : , 요즘 동화 같은 일들이 하도 많이 일어나곤 하니, 동화! 동화 먼저 해 볼까요?

: , 현실과는 뭐 크게 상관없지만! 좋아요. '작은 도서관'이 있는 소설 <토지>의 무대 하동 악양면 취간림에서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할머니가 있어 화제라고 하는데요, 주인공은 성인문해교실을 통해 뒤늦게 한글을 익힌 이순자(72)·손순자(70) 어르신이에요.

DJ : 뒤늦게 한글을 익힌, 그 열정도 대단하신데, 또 좋은 일까지 하신다뇨. 어르신들! 2의 청춘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듯하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책을 읽어주는지, 궁금한걸요?

: 그렇죠! 어르신들은 지난 10일 취간림 도서관에서 열린 '할머니와 함께하는 취간림 책 읽기' 행사에서 지역 어린이집 원생과 초등학교 1·2학년 50여 명에게 동화 <준치가시>를 읽어줬다고 해요. 이에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은 '손자가 할머니에게 들려주는 동화'라는 이벤트로 성인문해교실 어르신들에게 동화 <할아버지와 도깨비>를 읽어주며 화답했고요.

DJ : 주거니 받거니, 책으로 하나 된 작은 도서관. 훈훈한 기운이 물씬 풍겼겠네요.

: . 글 읽기 행사는 성인문해교실에서 한글을 깨친 어르신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책 읽기로 할머니와 아이들이 교감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열렸다고 하는데요, 이날 행사에는 어린이집 원생과 초등학생 외에도 성인문해교실 회원, 책 보따리 회원, 새마을문고 관계자, 면사무소 직원, 면민들이 참석해 할머니와 손자들의 교감을 흐뭇한 모습으로 지켜봤다고 하네요.

DJ : 그 많은 사람 앞에서 책 읽기. 참 어떻게 보면 가슴 떨리는 일이잖아요. 우리 어르신들, 혹시 긴장하시진 않으셨나요?

: , 오히려 어르신들은 어려운 형편이나 배움의 시기를 놓쳐 한글을 배우지 못한, 마음속의 한을 푸는 기분으로 임하셨다고 하는데요, 이순자 어르신은 "글을 몰라서 내 자식에게 읽어주지 못한 책을 이렇게 많은 손자에게 읽어줄 수 있어 뿌듯하고 즐거웠다""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하네요.

DJ : 한평생 가슴 속에 아픔으로 남았을 글공부. 앞으로는! 좋은 글 많이 읽으시며 그 아픔 훌훌 날려버렸으면 좋겠네요.

: , 어르신들은 이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 것을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매월 정기적으로 관내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군내 아이들도 초청해 다양한 동화와 이야기를 들려줄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우리 DJ 님 말처럼! 행복한 동화 읽기! 계속 되길 기원하고 있겠습니다.

DJ : 어르신들의 열정, 가슴 한쪽에 잘 간직하고 바로 다음 키워드 가볼까요? 보자! 세탁소! 세탁소가 있었죠? 어떤 이야기인가요?

: , 창원 마산 오동동 한 세탁소에서 밤마다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인데요, 우리 나이로 일흔여덟. 잔뜩 쌓인 빨랫감 옆에서 피아노를 치는 배명규 어르신이 주인공이에요.

DJ : 어르신 연세도 연세지만 세탁소와 피아노, 정말 특별한 만남인데요? 어떤 사연이 숨어 있나요?

: 배 할아버지는 스무 살 무렵에 우연히 피아노를 배웠다고 해요. 물론 정식으로 교육과정을 거친 것은 아니고요. 어르신은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했다는 하는데요, 부친께서 양품점 사업을 했는데, 일주일에 꼭 한 번씩은 일본을 오갈 정도로 수완이 좋아 6·25를 거친 힘든 시기에도 음악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고 하더군요.

DJ : 우연히 배운 피아노, 평생 친구가 된 셈이네요. 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면, 어르신이 피아노를 마냥 취미로만 즐기지는 않으셨을 듯한데요, 맞나요?

: , 어르신은 한때 지금 세탁소 자리에 피아노 레슨실을 열었다고도 해요. 피아노 4대를 들여놨었고 80여 명씩 할아버지를 찾아왔고요. 이웃집에서 자취를 하며 당시 은행에 다니던 동갑내기 여성도 피아노를 배우러 왔다는데, 그녀가 바로 지금의 아내다고요.

DJ : 피아노가 평생의 반려자까지 찾아준 셈이네요. 혹시 지금! 외롭다 싶은 우리 청취자분들 계신다면! 당장 악기 하나 배워야겠는 걸요?

: 그렇죠? 저도 어르신을 보면서! 내년 계획으로 벌써 올려놨습니다! 어르신은 피아노뿐 아니라 세탁소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신데요, 40년 가까이 운영하면서 자식들 다 공부시키고 이제는 그만둘 때도 됐다고 말했지만,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며 간판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는 말에서 여전히 애정이 느껴지더라고요. 또 근처뿐만 아니라 함안, 의령 등에서도 빨랫감을 보내는 단골도 많다고 하고요.

DJ : 피아노에, 세탁소 일에. 정말 바쁘신 우리 어르신! 행여나 건강에는 문제가 없겠죠?

: , 오히려 어르신은 "피아노를 치니까 첫째로 손가락을 계속 움직인다. 그래서인지 몸이 건강하다. 둘째로 악보에 집중하니까 정신 또한 건강해집니다. 마지막으로 마음이 여유로워진다"고 힘주어 말했는데요, 어르신에게 피아노는 최고의 건강식품이 아닐까 생각되더라고요.

DJ : 웃음과 건강, 아름다운 연주 소리가 끊이지 않을 세탁소. 앞으로도 쭉 이어지길 바라고 있겠습니다. 촛불만큼이나 따뜻한! 어르신들을 만나 본 오늘의 경사세. 가시기 전 정리해 주신다면요?

: 오늘은 한 마디 대신! 신청곡으로 그 마음을 전할게요! GOD의 촛불 하나! 지치고 힘들 땐 내게 기대! 가사가 좋잖아요~

DJ : 촛불 하나 들으며 다음 주에 뵐게요.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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