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18) 진영 단감


DJ : '원조'라는 말이 있죠? 어떤 일을 처음으로 시작한 사람, 사물이나 물건의 최초 시작으로 인정되는 사물이나 물건을 뜻하는 말인데요. 이 말, 음식과 관련해서도 참 자주 쓰이죠원조 땡땡 보쌈, 원조 할매 국밥 등이 낯설지 않게 다가오며 찾는 이에게 믿음을 주기도 하는데요. 오늘 소개할 이 음식재료는 요즘 '원조'와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고 해요. 어떤 음식일지, 매주 맛있는 밥상을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는 분이죠. 이서 님과 자세히 알아볼게요.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DJ : 오늘 원조 이야기로 맛있는 이야기 문을 열었잖아요. 그나저나 오늘 이 음식, 원조와 어떤 연관이 있는 거죠?

: 네 이 음식을 두고 두 지역이 서로 '원조'임을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최초 시배지는 우리 지역이다, 아니다, 우리가 먼저다는 싸움 아닌 싸움이 벌어진 거죠. 어떤 음식인지. 우리 지 작가님이 먼저 먹어보고 더 자세하게 이야기 나눠볼게요. 작가님~

: 네 안녕하세요.

DJ : 여러분 눈치 채셨나요? 그렇습니다. 오늘 맛있는 이야기는 단감 편으로 준비해봤어요.


탐스러운 진영 단감.


: 맞아요. 근데 오늘은 그중에서 김해 진영 단감 편으로 준비해봤거든요? 앞서 말했듯이 요즘 창원 북면과 진영 단감 사이에 시배지 지위를 놓고 대결을 벌이기도 했거든요. 물론 우리 맛있는 경남이 어떤 지역이 먼저다고 감히 정의 내릴 순 없는 거고요. 그저 우리는 진영 단감은 이런 역사와 특징, 맛을 지니며 이만큼 좋다! 라고 알차게 소개하려 해요.

DJ : 창원 단감이 너무 섭섭해하진 않았으면 하네요. 그럼 먼저 역사 이야기 좀 해볼까요?

: 네 창원 단감이 전국 생산량의 20% 정도를 차지하며 전국 최대 주산지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진영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데요, 우선 단감은 추위에 약해요. 한창 무르익을 때는 높은 온도여야 떫은맛이 제대로 없어지죠. 연평균 기온은 13도 이상, 성숙기인 9월에는 21, 11월에도 9도 정도여야 하는데 진영이 이 조건에 딱 맞아떨어져요. 영 일조시간은 2300시간을 넘어야 하며 겨울에도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지면 안 되고요. 여기에 낙동강 변 모래 성분이 많은 땅도 단감 생식에 영향을 주죠.

DJ : 역시 어느 특산물이든 자연환경과 사회적 배경이 크게 작용하는군요. 그럼 진영에서 우리가 단감 '원조'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 있나요?


진영 단감의 우수성과 뛰어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단감 축제.


: , 진영읍 신용리에는 단감 시배지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있어요. 그 내용을 보면 '1972년 단감나무를 처음 식재한 곳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단감나무 60여 그루가 재배되고 있는 우리나라 단감 첫 재배지이다'라고 돼 있죠. 여기에 진영역장을 지내며 한국 여인과 결혼한 일본인이 최초 시배자라는 이야기도 붙는데요. 이에 맞서 창원에서는 '아니다, 100여 년 전 창원 대산면 빗돌배기마을, 북면 마산동에서 처음 재배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죠.

DJ : 결국 단감 원조 논쟁도 단감에 대한 두 지역 자부심이 불러온 게 아닌가 싶네요. 먹는 이야기 좀 해 볼까요? 오늘 들고온 감말랭이도 그렇고, 단감을 먹는 방법 참 다양하다면서요?

: , 단감은 자체로도 훌륭한 과일이지만 다른 과일과 달리 숙도나 보관 방법에 따라 형태나 그 맛이 다양해요. '호랑이가 무서워했다'는 곶감이 껍질을 깐 감을 통째 말린 것이라면 감 말랭이는 먹기 좋을 크기로 잘라 말린 것이죠. 감말랭이는 곶감에 비해 만들기가 비교적 쉽고 먹기 편한 장점도 있고요. 질기지 않고 먹을수록 깊은 단맛이 나죠. 감을 활용한 가공품도 인기가 많은데요, 감식초와 감잎차가 대표적이죠. 특히 감식초가 기억에 남는데요, 매년 5월 가장 어린 감나무 잎을 따 만드는 감잎차는 녹차보다 떫은맛은 약하고 은은한 감 향이 나는 게 특징이에요. 이 감잎차는 비타민 C가 풍부해 감기 예방에도 좋다하고요.

DJ : 단감의 무한한 변신, 앞으로도 더 기대해볼 만하네요. 하지만 이렇게 맛있는 감이 우리 곁으로 오기까지, 또 농민들 고생이 많겠죠?

: 그렇죠. 단감 농사는 곧 물싸움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보통 단감나무는 심은 지 10년서부터 30년까지 좋은 감을 내놓데, 한창 자라는 시기에 물이 없으면 성장을 멈춘다고 해요. 그다가도 또 갑자기 물을 받으면 비대해지면서 품질이 떨어지고요. 농민들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죠.

DJ : 그러면 우리 소비자 관점에서 잘 키운, 좋은 단감을 고르는 요령이 있을까요?

: , 일단 색감 좋고 꽃받침이 큰 것은 튼실히 자란 것으로 받아들이면 돼요. 또 단감 아랫부분이 볼록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간 것은 씨가 없는 건데, 씨가 없으면서도 무게에서 다른 것과 뒤처지지 않는다면 그만큼 튼실하고 품질 좋은 것으로 봐도 되고요.


단감, 많이 먹어도 변비 안 걸려요!


DJ : 색감, 무게. 단감 살 때 꼼꼼히 살펴보도록 할게요. 마지막 한 마디를 전하기 전에! 오해 아닌 오해 하나 풀고 갈까요? , 감을 많이 먹으면 변비 걸린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 말 진짜인가요?

: 이 말에 대해 농민분들은 딱 '떪은 감에나 해당하는 이야기지, 단감하고는 상관없어'라고 정리해 주시더라고요. 근데 감에서 떫은맛을 내는 '타닌'이라는 성분은 설사에 도움을 주기도 하거든요? 여기에 경남대 식품영향학과연구팀은 '단감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가 장에 잔류한 변을 내보내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도 있고요. 결국 단감은 변비가 아닌 오히려 변을 없애는데 도움을 주고, 떫은 감은 변비를 일으키기는 하지만 설사로 고생하는 이들에게는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겠네요.

DJ : 변비로 고생하시는 우리 청취자분들 있다면! 단감 부지런히 챙겨드시기 바랄게요. 마지막으로 이서 님 생각하는 진영 단감이란?

: 경상도식 '라임'을 살려서 해볼까요? 단감, 단디보면 단순하지 않다.

DJ :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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