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2) 남해 마늘



DJ : 안녕하세요. 오늘도 우리에게 맛있는 이야기를 들려 줄 분, 아서 기자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DJ : 지난 한 주 어떻게 보내셨어요?

: 정신없이 보냈어요. 첫 방송 떨림이 한 주 내도록 이어지더라고요. 덜덜 떨면서 보냈죠.

DJ : 오늘은 떨지 마시고요. 이번 주는 어떤 맛있는 이야기로 우릴 초대하실 건가요.

: , 지난주 통영 멍게를 소개하며 바다로 갔다면 오늘은 땅으로 가볼까 해요. 사실, 오늘 음식은 음식이라기보단 우리 생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왜 우리 조상은 이걸 먹고 사람이 됐다고도 하잖아요.

DJ : 퀴즈 아니죠? 바로 딱 감이 오네요. 거의 모든 음식에 빠짐없이 들어가는 이것. 마늘이네요.

: 그렇죠. 마늘! 오늘은 그중에서도 남해 마늘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해요.

DJ : 남해와 마늘, 뭔가 익숙한 듯, 낯선데요. 왜 남해인가요?


마늘 수확이 한창인 남해.


: , 남해가 섬이잖아요. 사실 농사를 짓기에는 땅이 많이 부족하죠. 얼마 되지 않는 땅에서 벼농사만 지을 수는 없었고 벼 수확한 겨울 땅에 보리 밀 같은 것을 심고 했었죠. 마늘도 그 중 하나인데요, 다행히 온화한 기후 덕에 이모작이 가능했고 마늘 농사가 발달했다고 해요. 70년대 중반까지 남해 마늘은 스스로 먹을 양념용이었지 내다 팔 정도는 아니었다고 해요. 그러다가 중국 상해에서 새로운 종을 들여왔고 이후 군 전체로 널리 퍼졌다 하네요2007년에 남해 마늘은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하기도 했는데요. 군에서는 '해풍을 먹고 자라 남해 마늘'이라 홍보하기도 하죠. 해풍이 공기를 맑게 해주고 파도에 반사된 햇살이 마늘에 골고루 퍼지는 효과도 있다네요.

DJ : 아 척박한 땅과 해풍이 남해 마늘을 키운 셈이네요. 저도 남해를 몇 번 가봐서 하는데. 남해 사람들 말로는 마늘 농사가 정말 손이 많이 간다고 해요?

: 네 남해마늘은 9월 초순 파종 준비에 들어가는데요, 세부적으로 밭마늘은 9월 중순, 논마늘은 10월 초라하네요파종 후 한 달 때쯤 지나면 겨울을 견디고자 비닐을 씌우고 싹이 날 수 있도록 일일이 구멍을 뚫는다 해요. 그리고 5월 초순 마늘종을 뽑고 6월 초순까지 수확에 들어가죠. 남해 어르신들 사이에선 '마늘 농사 싫어 외지로 시집가려 했다'는 말이 돌기도 하죠. 5월에 어버이날이 있잖아요. 그러면 온 가족이 고향에 모여 마늘종을 뽑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기도 하죠.

DJ : 듣기만 해도 숨이 차내요. 이렇게 귀하게 재배한 마늘 요즘은 흑 마늘로도 먹는다 해요?

: 네 흑 마늘은 적정 습도, 높은 온도에서 1~2주간 숙성한 걸 말하는데, 마늘 특유의 냄새는 줄고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 해요. 생으로 먹기에도 안성맞춤이죠. 그리고 이를 진액으로 만들어 마시기도 했는데요, 저희가 취재를 갔을 때 당시 군수님께서도 보자마자 흑 마늘즙을 건넬 정도니, 남해 사람들의 마늘 사람은 대단하죠.

DJ : 소리만 들어도 막 힘이 솟네요. 사실 마늘은 밥상의 조연 느낌이 강하잖아요. 하지만 주연으로 떠오르는 음식도 있다지요?

: , 마늘이야 모든 음식에 다 들어가잖아요. 고춧가루 파와 함께 3대 양념이기도 하고요. 사실 마늘은 버릴 데가 없는 재료이기도 한데요, 마늘종, 마늘장아찌처럼 익히 알려진 음식은 물론, 마늘대는 사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해요남해마늘연구소도 마늘을 사용한 음식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여러 노력 끝에 마늘 먹인 남해 한우 돼지가 인기를 끌고 있는가 하면 흑마늘 딥소스, 선식, 커피,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만들어졌다고 해요.

DJ : 그렇군요. 맛있는 이야기를 살펴보니 마늘이 두 번째로 등장하더군요. 남해 마늘을 만나며 기억에 남는 일은 없었나요?


밥상의 조연, 주연 역활을 가리지 않는 마늘.


: , 저희가 5, 마늘 수확이 한창이던 때에 취재를 갔었는데요. 정말 여기도 마늘, 저기도 마늘이었죠. 좀 더 좋은 사진을 찍고자 한 20m 가다가 차를 세워 사진을 찍고, 괜찮다 싶어서 가다가도 또 내려서 찍고 하곤 했었죠. 한 농가에서 만난 어르신은 마늘 농사 고달픔을 털어놓기도 하셨는데요. 남해에서 45년 동안 마늘 농사를 지었다는 어르신은 허리가 정말 많이 아프다 하시네요. 어르신은 마늘 밭 옆 한 나무에 1.5리터 페트병 소주를 늘 두시기도 하셨는데요, 홀짝홀짝 마시면서 '이거 안 마시면 허리 아파서 일 못한다, 이게 곧 약이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셨죠.

DJ : , 정말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렇게 귀한 남해 마늘, 우리가 더 잘 고르려면 어떤 걸 유의해야 할까요.

: , 통마늘은 단단하게 여문, 손으로 들었을 때 묵직하고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아야 좋은 상품이고요, 깐마늘은 마늘쪽이 하얗고 통통한 게 좋다고 하네요.

DJ : 저도 잘 보고 골라야겠어요. 끝으로 남해 마늘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구워 먹어도 좋고 생마늘도 좋다. 막창, 삼겹살과 마늘도 찰떡궁합.


: 그 시간이 왔군요. , 오늘의 한 마디. 남해 마늘은 '남해 사람들의 매운 인생'.

DJ : 네 감사합니다. 오늘도 고생하셨고요. 다음 주에 뵐게요.

: 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