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8) 마산 미더덕
DJ : 오늘부터 황금연휴가 시작했어요. 하지만 연휴를 누리지 못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맛있는 음식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보는 건 어떨까요? 이 연휴 우리가 즐길만한 음식을 들고 이분이 또 오셨네요. 이서 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 : 네, 안녕하세요.
DJ :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이서 님이 무언가를 들고 왔어요? 오늘 소개할 음식이 이건가요?
이 : 네, 저번 주에 거창 사과를 소개하면서 거창산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굉장히 죄송했는데 오늘은 딱! 원산지 음식재료 그대로를 들고 왔어요. 이게 또 창동스튜디오가 있는 마산을 대표하는 재료거든요.
DJ : 마산을 대표하는 음식재료, 벌써 감 잡으신 분들 많으실 듯한데요. 그나저나 오늘도 우리 작가님이 한 번 먹어보나요?
이 : 우리가 이 재료가 들어가는 요리에 익숙해서 그렇지, 사실 생으로도 많이 먹는다 하더라고요. 우리 작가님께서 맛있게 한 번! 먹어보는 걸로.
똘망똘망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미더덕. 마산산이 이름 나 있다.
작가 : (먹어보고) 비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고소하네요. 그나저나 이거 씻은 거 맞죠?
DJ : 청취자분들 뭔지 아시겠나요? 그렇습니다. 오늘의 맛있는 이야기 주인공은 마산 미더덕입니다. 마산이 고향이신 분들이야 미더덕 익숙하실 텐데, 그렇지 않은 분들을 위해서. 이 기자님 미더덕을 간략히 소개 부탁해요.
이 : 네, 마산 미더덕 주 생산지역은 마산합포구 진동면 고현마을이에요. 깊은 내만에 마을 앞바다 너머 여러 섬이 한 자리씩 차지한 동네요. 그래서 적당한 물 흐름이 있어 깨끗한 물 흐름을 유지한다고 해요. 바다 아래는 펄 아닌 모래에 가까운데 여기에 바닷물과 민물이 섞여 플랑크톤이 풍부하다고 해요. 미더덕이 자라기에 딱 좋은 환경이죠. 미더덕은 그 옛날 바다 천덕꾸러기에 가까웠어요. 처음 보는 사람은 징그럽다고도 하고 양식장이나 선박에 달라붙어 해적생물이라 불리기도 했죠. 양식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1980년대인데, 이것도 나라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아 불법으로 많이 수확했다고도 해요. 고현 사람들의 적극적인 홍보와 노력 덕분에 2001년 양식 허가를 받으면서 널리 퍼지기 시작했죠. 오늘날 마산 미더덕은 전국 생산량의 50~60% 차지한다고 하네요.
해물찜의 별미 미더덕. 쏙쏙 골라서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DJ : 미더덕 양식이 불법인 시절도 있었군요. 그나저나 제가 알기로 미더덕이라는 이름이 바다의 더덕이라는 뜻 혹은 여기저기 더덕더덕 붙어 있는 모양새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맞나요?
이 : 네네. 맞아요. 여기서 미는 물의 옛말이라고 하네요. 간혹 오만둥이 혹은 주름 미더덕이라 불리는 녀석과 미더덕을 헷갈리기도 하는데 외형적으로나 조금 달라요. 미더덕은 크면서 길쭉하지만, 오만둥이는 울퉁불퉁하면서 불규칙한 모양이죠. 수확 철도 다른데 미더덕은 1~8월, 오만둥이는 8월 이후에 본격적으로 난다고 해요. 가치도 오만둥이는 미더덕 절반 정도로 매겨진다고 하네요.
DJ : 또 먹을 줄만 알았지 그런 차이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책에도 미더덕이 나오잖아요? 책에서 보니 미더덕 껍질 까기 현장에도 직접 가셨더라고요?
이 : 네, 저희가 또 영광스럽게도 그 현장에 가 봤는데. 어머님들이 질문에 답하면서도 손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식칼 반 크기 정도로 뭉텅하게 별도 제작된 칼로 미더덕을 까는데 두 사람이 하루 동안 수확해서 가공할 수 있는 양이 무려 100kg에 이른다 해요. 하루 일당은 5만 원 정도고요. 미더덕 까는 요령도 알려주셨는데 칼에 너무 힘을 주거나 깊이 찔러선 안 된다고 해요. 저도 자신 있게 그 말만 믿고 한번 해 봤는데. 조금만 힘을 주니 미더덕 속 물이 툭 터지면서 흐르더라고요.
DJ : 말만 들어도 벌써 손이 벌벌 떨리네요. 음식 얘기 좀 해볼까요? 우리가 보통 아귀찜이나 된장국에 넣어 먹는 음식재료, 미더덕찜 정도로만 생각할 수 있는데, 미더덕 요리가 정말 많다면서요?
이 : 그렇죠. 터트려서 펄을 빼고 그냥 먹으면 가장 맛있는다는 미더덕 회는 물론, 미더덕 부침개도 있죠. 특히 미더덕 덮밥이 인기가 많다고 해요. 미더덕 속을 빼 꼼꼼하게 다지면 마치 잘 삭은 젓갈을 몇 숟갈 올려놓은 모양새가 되는데 여기에 참기름과 김 등을 올린 게 덮밥이죠. 이게 약간 시큼하면서 단맛이 나요. 고소하고 단 향기도 일품이고요. 이 밖에도 마산어시장에서는 미더덕 젓갈도 만나볼 수 있어요.
DJ : 어디선가 미더덕 향이 막 올라오는 것 같네요. 미더덕 덮밥 연휴 기간 저도 꼭 먹어보도록 할게요. 여기서 정말 궁금한 게, 미더덕 껍질은 먹어도 되나요?
이 : 네. 미더덕 껍질은 콜레스테롤이나 인체 해로운 물질을 흡착해 배설해주는 역할도 한다고 하는데요, 특히 콘드로이틴황산이라는 성분이 있어 피부미용에 좋다고도 하네요.
된짱찌개와도 찰떡궁합인 미더덕.
DJ : 오 껍질에 그런 기능이 있었군요. 제 피부를 위해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오독오독 다 씹어먹어 볼게요. 마지막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마산 미더덕이란?
이 : 향과 맛. 노화방지와 성인병에 예방에 탁월한 효능까지. 마산 미더덕 그것은 작은 알 속에 꽉 들어찬 바다로 정리해 볼게요.
DJ : 네,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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