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16) 진해 피조개


DJ : 오늘이 6월의 마지막 날이죠? 어느덧 2016년 절반이 딱 지난 셈인데요, 다들 올해 계획한 일들 잘 실천하고 계신가요? 혹 계획된 대로 되지 않았더라도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아직 우리에겐 6개월 혹은 더 많은 시간이 남았고 계속 나아질 테니까요어쩌면 오늘 맛있는 이야기에서 소개할 이 음식도 우리 삶과 맞닿아 있지 않을까 해요.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는 것! 어떤 음식인지 정말 궁금한데요, 3달째 목요일을 사랑한다며 외치고 다니는 분 이서 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DJ : 오늘 맛있는 이야기, 올해 세웠던 계획 이야기로 문을 열었잖아요. 우리 이서 님은 올해 계획 잘 실천하고 계신가요?

: , 올해 초 세운 계획은 아니지만. 맛있는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아! 정말 매주 무사히 넘기자! 라는 계획을 세웠었는데, 아직까진 괜찮은 거 맞죠?


벚꽃과 피조개의 고장 진해. 


DJ : 그렇죠?! 아무튼 오늘 이 음식, 우리 삶과 닮았다고 하셨는데 도대체 어떤 음식인가요?

: , 이 음식재료는 선명한 붉은색, 탄력적인 육질이 특징인데요. 이런 특성은 캄캄한 겨울 바다 깊은 펄 안에서 체온을 단속하고 스스로 단단해지는 과정을 거치며 생겨났다고 해요. 또 이를 잡는 어민들도 오랜 세월 양식 방법 변화를 꾸준히 모색하면서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하고요. 어떤 음식재료인지 말하기 전에 역시! 우리 작가님이 또 먹어봐야겠죠? 작가님~

: 안녕하세요. 지 작가입니다.

DJ : 쫄깃쫄깃한 육질이 돋보이는 오늘의 음식. 그렇습니다. 오늘 맛있는 이야기는 진해 피조개로 준비해 봤습니다. 그런데 이서 님, 진해와 피조개. 언뜻 보면 낯설기도 해요?

: 네 옛 시절 피조개는 일본에 전량 수출해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맛보기 어려웠어요. 오늘날 피조개양식수협이 진해가 아닌 마산에 자리 잡은 이유도 일본 수출 경로에 유리했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일본 초밥에 이용되는 해산물이 다양해지고, 중국·러시아·북한까지 경쟁에 가세하면서 내수 시장이 뒤늦게 활성화하기 시작했죠.


쫄깃함이 일품인 진해 피조개.


DJ :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이왕 공부한 김에 하나만 더 알고 가 볼까요? 아까 이 기자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우리 어민들이 피조개 양식 방법을 꾸준히 찾아왔다 했잖아요. 피조개 양식 역사와 진해와의 연결고리. 알려주신다면요?

: , 피조개 양식이 본격화한 것은 1960년대 후반기라고 해요. 앞서 말했듯이 일본 수출에 물꼬를 트면서 어민들이 피조개에 눈 돌리기 시작한 시기죠. 이 중 진해만은 파도가 세지 않고 조류 흐름이 적당함은 물론! 무엇보다 피조개 서식지인 펄이 무르고 깨끗해 양식하기 더없이 좋았다고 해요. 이와 함께 국내 종묘 개발은 물론 어민들을 통해 피조개는 육지 물이 바다로 흘러내리는 곳에서 잘 자란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는데요, 이 같은 노력을 거쳐 1980년대 중후반 피조개 양식은 정점에 다다랐죠. 1988년에는 수출액 1600억을 달성했다고도 하니 정말 엄청나죠?

DJ : 어민들 처지에서는 피조개가 그야말로 보물이었겠어요. 하지만 그 사이 여러 아픔도 있었다지요?

: , 1900년대 들어서면서 대량 폐사와 종패 부족이 이어졌는데요. 생존율이 40~50%에서 1~2%로 떨어지기도 했다 해요. 이 때문에 진해 어민들 스스로 양식 방법 변화를 찾기 시작했고요. 시험에서는 생존율을 90%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네요. 이런저런 노력 끝에 4~5년 전부터 조금씩 나아지는 분위기고요.

DJ : 정말 한 해 한 해 계획한 바를 열심히 실천하고 계시는 어민들이시네요. 이제 음식 이야기도 해볼까요? 사실 피조개는 두툼한 살 덕분에 초밥 재료로 널리 알려졌잖아요. 이 외에도 피조개로 할 수 있는 음식 뭐가 있을까요?

: 네 피조개는 꼬치구이나 볶음용으로도 아주 훌륭하고요. 또 홍합밥이나 굴밥처럼 밥을 해먹거나 샤부샤부용으로도 인기가 많다고 해요. 그뿐만 아니라 된장찌개를 끓이거나 튀김을 해도 괜찮고요. 이게 다 피조개 특유의 육질 때문인데, 두껍고, 달고, 향이 진해 흡사 육고기 장점을 닮았다고 말하는 이도 있더라고요. 저희도 맛있는 경남을 취재하면서 이런저런 피조개 음식을 먹어봤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건 피조개무침이에요. 조갯살이 무침양념과 채소에 묻히지 않고 꼿꼿하게 자기 색깔을 내면서 꼬들꼬들 씹는 맛이 아주 돋보인 음식이죠.

DJ : 맞아요. 저도 한 번 먹어봤거든요? 사실 저는 회 종류를 주로 초장 맛으로 먹는 편인데 피조개는 회를 먹는다는 느낌보다는 고기를 먹는 느낌? 뭐 그런 기분이 들더라고요.

: 그렇죠. 근데 그 피조개살을 발라내는 게 또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해요. 익혀 먹는 거야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관자와 연결된 날갯살과 내장을 분리하고 마치 나비가 날개 펼치듯 내장을 완전히 제거하고, 씻으면 된다는데 아무래도 날카로운 도구를 써야 하니 위험하기도 하다 하더라고요. 그런 분들을 위해! 10~ 3월 제철이 아니더라도 피조개양식수협에서는 진공 포장한 피조개살을 팔고 있다고 하니 유용하게 이용하시면 될 듯해요.

진해지역 횟집에서도 만날 수 있다.


DJ : 피조개를 잘 사먹는 팁까지! 꼭 기억할게요. 아 근데 저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있다면 피조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왜 유독! 피조개만 붉은 피가 선명한가요?

: , 이게 달리 보면 피조개 효능과도 연관이 있어요. 사실 조개류에는 다 피가 있지만 묽어서 보이지 않는 편이죠. 하지만 피조개는 포유동물의 혈액색소인 헤모글로빈을 안고 있어 선명한 붉은색을 드러낸다고 해요. 근데 이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주원료가 철이거든요? 피조개에는 쇠고기보다 2~3배 많은 철분이 들어 있다고도 하고요. 피조개 많이 먹으면 빈혈에 좋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여기 있고요. 또 단백질, 비타민 등도 풍부해 산모에게 좋다 하네요.

DJ : ! 머리가 어지럽다 싶으면 이젠 쇠고기보다 피조개를 먹어야겠네요. 마지막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진해 피조개란?

: 취재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역시 어민들의 고생이죠. 피조개 선별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느꼈는데요, 갈고리로 채취한 7cm 이상 자란 피조개 500kg을 끌어올려 겨울날 손 시릴 틈 없이 씻고 고르고. 보통 새벽 4시에 시작해 정오쯤 끝나더라고요. 이런 고생을 담아 정리해봤어요. 추위와 시간과의 피는 싸움이 피조개를 만든다.

DJ : 네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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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맛 - (15) 통영 굴


DJ : 속설이라는 말이 있죠? 사전적으로는 세간에 전하여 내려오는 설이나 견해를 말하는데요, 선풍이 틀어놓고 자면 안 된다, 미역국 먹으면 시험에 미끄러진 다와 같은 이야기들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그러고 보면 음식과 관련한 속설도 참 많은데요. 하루에 커피를 두 잔 마시면 좋다더라, 먼지를 많이 배출하려면 삼겹살 같은 기름진 음식을 먹어야 한다 등 풍문으로 떠도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때로는 우리 밥상을 더 풍요하게 채워주기도 하죠. 그리고 오늘, 이 음식과 연관한 속설을 꼭 깨고 싶다며 온 분이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경남 곳곳의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분 이서 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DJ : 속설 이야기로 맛있는 이야기 문을 열어봤는데요, 오늘 소개할 이 음식은 도대체 어떤 속설이 있기에! 꼭 깨트리겠다며 만만의 준비를 하고 오셨나요?

: , 사실 이 음식 제철은. 여름의 정반대인! 겨울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속설이 생기지 않았나 싶은데요, 이 음식은 5(May), 6(June)처럼 알파벳 R자가 없는 달에는 먹지 말라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있어요. 하지만! 여름에도 맛있게 먹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거! 오늘 알찬 내용으로 소개하기에 앞서, 우리 작가님이 또 몸소 실천해 주셔야겠죠?


신선한 굴과 함께 풍요로운 겨울을!


: 안녕하세요. 지 작가입니다.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DJ : 맞아요. 이 음식. 여름에는 나지도 않을뿐더러, 막상 있다 해도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면서도 막상 먹으면 빠질 수밖에 없는. 뭔가요. 이 음식!

: , 흔히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죠? 전으로도 먹고 국으로도 먹고 생으로도 먹는! 팔방미인. 오늘 맛있는 이야기는 통영 굴 편으로 준비해 봤습니다.

DJ : 아 정말! 아까 준비해 오신 굴 때문인지 우리 스튜디오에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기분도 드는데요,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속설부터 풀고 가야겠죠? 여름철 굴 정말 먹으면 안 되나요.

: 사실 먹고 싶어도 못 먹는다는 표현이 더 맞는 듯해요. 굴 수확은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인데요, 5월부터 9월까지 산란기여서 생식소 부분이 몸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다 아린 맛이 강해 이 시기에는 수확하지 않기도 하죠. 또 여름철이면 식중독 우려로 해산물 자체를 피하기도 하잖아요. 결국 생산도 안 하고, 조심도 해야 하고. 여름 굴을 먹지 말라는 이유가 생겨난 원인이죠.

DJ : 참 굴 좋아하는 사람 처지에서는 여름이 얄밉기도 하겠어요. 그러면 여름 굴은 안 된다는 속설, 과연 어떻게 깰 수 있을까요?

: 사실 여름철에도 가을이나 겨울에 수확해 냉동이나 건조한 상태로 보관한 것이 시중에 나와 있어 굴을 먹을 수 있거든요? 근데 또 싱싱한 굴이 아쉽기도 하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정말 희소식 하나가 날아왔는데 올해 4월 국립수산과학원은 연중 수확할 수 굴 대량생산에 성공했다고 해요. 특히 여름철에는 먹이생물이 많아 글리코겐 함량이 높아지므로 이 시기에 수확하는 굴은 겨울철보다 단맛이 더 많이 난다고까지 했는데요. 우리 어민들에게 새로운 소득원이 될 수 있음은 물론, 싱싱한 여름 굴까지! 조만간 만나볼 수 있다고 하지. 앞선 속설도 없어져야 하는 게 맞겠죠?

DJ : 여름에도 마음껏 굴을 먹을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길 저도 간절히 바라고 있겠습니다. 이제 통영 이야기도 해볼까요? 굴하면 통영, 통영 하면 굴이잖아요. 통영과 굴이 만난 역사, 짧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 , 오늘날 굴은 키워서 수확하는 게 대부분이거든요? 통영은 그중에서도 조개껍데기, 말목, 뗏목, 밧줄 등에 부착성 조개류를 부착하여 양식하는 수하식 양식을 택하고 있어요. 통영 수하식은 1960년대 정착했다고 알려졌는데 이후 1973년에는 수출용패류생산해역으로 지정되면서 그 가치가 더 높아졌다고 해요. 오늘날 수하식 굴은 통영 인근 바다에서 나는 것이 전체 생산량의 70%가량 된다 해요. 물론! 이처럼 통영 굴이 잘 자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역시! 한려수도로 불리는 청정 해역이 있기 때문이고요.


통영에서 굴이 잘 자라는 이유는? 역시 한려수도!


DJ : 전국 생산량의 70%라니, 굴과 통영이 한 단어처럼 착 붙은 이유가 거기 있었군요. 근데 우리가 보통 시중에서 만나는 굴을 보면 '껍질'이 까 있잖아요. 여기에 또 어마어마한 노동이 필요하다면서요?

: , 통영에서는 '굴까는 아지매가'가 약 1만 명에 이른다는 소리도 있는데요, 숙련된 어머니들은 하루에 많게는 100kg가량을 깐다고 해요. 깐 굴은 대략 kg2500원가량을 받는데 손 저림, 허리 통증 등을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고 하더라고요.

DJ : 역시 맛있는 음식 뒤에는 농민·어민들의 수고가 늘 있다는 거. 다시 한 번 배우네요. 이렇게 소중한 굴, 참 먹는 방법이 다양하잖아요? 저는 초장에 바로 찍어 먹는 생굴을 특히 좋아하는데요, 다른 음식 몇 가지 소개해 주신다면요?

: 맞아요. 사실 굴 하면 날것 그대로 먹는 게 가장 유명한데요, 하지만 굴은 코스요리로 개발된 만큼 그 활용법이 무궁무진해요. 통영 굴을 취재하면서 굴 코스요리를 직접 접하기도 했는데요, 생굴-굴구이-굴 무침-굴전-탕수육-굴국-굴밥 순으로 나와서 아주 굴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해주더라고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굴탕수육이에요. 쌀가루와 부침가루만으로 옷을 입힌 굴탕수육은 보통의 탕수육보다 조금 더 부드럽고, 더 찐한 맛이 특징이더라고요.

DJ : 굴로 가득 채운 밥상, 다 먹고 다면 정말 건강해진 느낌이겠네요. 근데 굴 요리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면서요?

: , 굴은 씻을수록 향이 날아가 본래 맛을 해치거든요? 특히 생굴을 조리할 때에는 세 번 이상 씻으면 좋지 않다는 점을 꼭 기억하셨으면 해요. 또 가정에서 각굴을 먹을 일이 있다면 굳이 억지로 껍데기를 까기보단 쪄서 먹는 법을 추천해 드려요. 껍데기를 까는 도구와 경험 없이 날카로운 기구를 사용하다 보면 다치는 일도 많거든요.


생으로 먹어로, 쪄서 먹어도, 구워 먹어도 좋은 굴. 굴로 밥상에 풍미를 더해볼까요?!


DJ : 앞으로 비린내 제거한다고 빡빡! 굴을 씻는 일은 없어야겠네요. , 책을 보니 직접 굴 까기 체험도 하셨더라고요? 어땠나요?

: 일단 그 규모에 압도당해요. 크레인을 통해 700~800kg가량 되는 굴이 쏟아지고 컨베이어벨트가 쉴 새 없이 돌고. 겨울인데도 마치 한여름 같죠. 굴 껍질은 열릴 것 같은데 열리지 않고. 또 괜한 힘을 주면 껍데기가 부서지고. 정말 애간장을 태우는데요, 껍데기 윗부분에 붙은 굴의 관자 부분을 한칼에 싹 잘라내면 된다고 하는데. 저는 여전히 어렵네요.

DJ : 일은 좀 못해도! 맛있게는 먹는! 그게 또 우리의 일이니까요. 굴까는 건 차근차근 알아가는 걸로~ 마지막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통영 굴이란?

: 굴이 몸에 좋은 건 익히 알려졌잖아요. 근데 껍질 까기, 여름철 속설처럼 우리 애간장을 살살 태우기도 하고요. 그래서 준비했어요. 잘난 놈 인물값 한다더니, 그래 굴 너 잘났다!

DJ :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14) 마산 홍합


DJ : 음식점에 가면 기본메뉴라는 게 있죠? 본 음식이 나오기 전 식탁을 채워주는 '밑반찬'을 말하는데요, 김치나 나물 몇 가지, 계란찜 정도를 떠올릴 수 있겠네요그런데 이 기본메뉴, 가끔 너무 익숙해 그 소중함을 종종 잊어버리진 않나요? 오늘! 이 음식만큼은 그 소중함을 꼭 일깨워주겠다며 온 분이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맛있는 이야기로 우릴 이끄는 이서 님 모셨어요.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DJ : 우리가 오늘 기본메뉴 이야기를 하며 맛있는 이야기 문을 열었잖아요. 오늘 소개할 이 음식도 '기본'과 연관이 있을까요?

: 맞아요. 이 음식은 일반음식점보다는 소주방에서 '기본 안주'로 많이 불리는 음식의 원재료인데요. 사실 요즘이 제철은 아닙니다만. 우리가 또 워낙 익숙하게 만나는 음식이기에! 더 자세히 알아보며 소중함을 느껴보고자 준비해 봤어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않길! 홍합 홍합 홍합!


DJ : 벌써 기대가 되네요. 이에 맞춰 오늘도 '이 음식' 들고 왔잖아요. 듣기로는 또 이걸 직접 삶아 오셨다고. 그렇다면 역시! 이 시간이면 세상 제일 부러운 사람, 우리 작가님 또 불러봐야겠죠? 작가님~

: 안녕하세요.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DJ : 여러분 눈치 채셨나요? 이서 님 뭔가요 이 음식.

: , 붉고 큰 조개라 불리며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는! 음식이죠. 소주방 기본탕, 짬뽕 먹을 때 문득문득 귀찮기도 한, 오늘은 맛있는 이야기는 홍합 편입니다.

DJ : 정말 기본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재료네요. 근데 오늘 준비해 온 홍합이 또 '마산 홍합'이라면서요?

: , 흔히 마산만 곳곳에 떠있는 수하식양식 부표를 보면 '아 저거는 미더덕 아니면 홍합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잖아요. 우리가 앞서 이야기해 봤던 미더덕과 같이 이 홍합도 마산을 대표하는 수산물인데요, 오늘날 홍합은 양식이 95%가량 되거든요? 그 중 마산만, 특히 구산면을 중심으로 나오는 것이 70%에 육박한다고 하네요.

DJ : 그렇군요. 그러면 또 우리가 하나 배우고 가야겠죠? 마산만에서 홍합이 이렇게까지 많이 날 수 있었던 이유, 어디에 있을까요?

: , 우리가 이 시간에 누누이 이야기하듯이 사실 기본은 자연환경인데요, 이 홍합은 자연보다는 사람 덕이 컸다고 해요. 맑은 물, 적정 수온 같은 환경을 바탕으로 1960년대에 구산면 주민 몇몇이 선도적으로 양식을 시작했고 점차 널리 퍼졌다고 하는데요, 해안 바위에 붙어 있는 자연산을 그냥 떼어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줄을 이용한 양식을 도입한 거죠. 양식 초창기에는 파도가 덜한 안쪽 바다에서만 하다가 모험 삼아 외만에서도 시도해 보았는데 큰 무리가 없었고 홍합 양식은 더 퍼지게 되었죠.

DJ : 우리 어민들의 모험심과 노력이 큰 역할을 했네요. 근데 이 홍합이 한때는 '말썽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했다면서요?

: , 홍합 껍데기 때문인데, 산소를 없애고 적조 원인으로 지목받으면서 마산 바다 오염원으로 미움을 받았죠. 특히 알맹이만 까서 내놓은 마을은 특히 껍데기 처리에 골치였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이 껍질을 잘게 부수고 염분을 빼 농가 비료로 이용한다고 해요. 특히 이 비료는 토질 개선 효과도 좋다고 하네요.


국물요리와 궁합이 잘 맞는 홍합.


DJ : 천덕꾸러기 신세를 벗어난 홍합. 제가 다 기쁘네요. 하지만 앞서 기본안주 얘기처럼 아직도 그 가격만큼은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 맞죠. 홍합은 큰돈 들이지 않고 넉넉한 양을 구할 수 있거든요? 특히 11월 제철에는 25~30kg 되는 한 망을 싸게는 만 원짜리 한 장으로도 살 수 있다고 해요. 알맹이를 까서 팔면 단가가 높아지기도 하는데, 이 일이 또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하거든요. 하루 10시간 이상 내내 쪼그려 앉아 홍합 까기를 반복해야 하고, 또 장갑을 낀다고 하나 한겨울 손 시린 것도 참아내는 거에 비하면 아쉬운 대목이죠.

DJ : 역시 어민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이러한 많은 정성이 들어간 홍합, 한 망씩 사서 낑낑거리며 집으로 옮기고 나면, 밥상은 그만큼 또 푸짐해지겠죠?

: 그렇죠. 알게 모르게 홍합으로 할 수 있는 요리가 정말 많거든요? 홍합밥, 홍합탕, 홍합전, 홍합미역국뿐 아니라 천연 조미료로 조연 역할까지 톡톡히 하죠. 특히 라면 분말수프를 만드는 데도 이 홍합이 빠질 수 없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마산에서는 "국민 음식 라면, 홍합이 없으면 국물 맛이 나올 수가 없다"며 자랑하곤 하죠.

DJ : 우리 이 기자님이 정말 좋아한다던 그 라면! 그래서인지 홍합에 대한 애정이 더 느껴지네요. 여기에 요즘에는 홍합 파스타, 봉골레처럼 양식과도 조화를 이루기도 하죠? 맛있는 경남을 보니 직접 홍합 봉골레 요리를 만들어 보기도 하셨다면서요?

: , 마트에서 한 망에 4000원 하는 홍합을 두 망 사고 여러 요리를 만들어 봤는데, 특히 봉골레가 기억에 남아요. 껍데기 불순물을 제거해 홍합을 삶는 게 시작이었는데요, 여기서 살이 뭉개지기 쉬운 홍합은 너무 오래 삶으면 안 돼요. 다음으로는 적당히 썬 마늘 적당량을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서 10여 분 볶아 마늘 맛이 잘 배도록 하는 것, 이후 홍합, 화이트와인, 바질, 홍합 육수를 섞어 소스를 만드는 일, 큰 냄비·센 불에서 8분쯤 면을 삶은 일이 더해졌죠. 이렇게 만든 봉골레는 부드러움이 큰 매력이에요. 여기에 고소함이 더해져 건강식으로도 손색이 없는 듯하고요.


해물찜에도 빠질 수 없다. 홍합홍합홍합홍합


DJ : 자취를 하는 우리 이서 님도 손쉽게 만들었다고 하니, 청취자 분들도 집에서 한 번 도전해보면 좋을 듯하네요. 근데 이 홍합을 먹을 때 주의해야 할 점도 몇 가지 있다면서요?

: , 간혹 봄철에 홍합을 먹었다가 변을 당하는 일도 있는데요, 이는 '마비성 패류독소' 즉 홍합이 독성 플랑크톤을 섭취한 것을 먹었기 때문이에요. 주로 자연산 홍합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어지럼증, 안면마비가 온다면 바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합니다. 대신에 저장된 건홍합은 1년 내도록 마음껏 드셔도 될 되고요.

DJ : 봄철 홍합, 꼭 주의하도록 할게요. 마지막으로 홍합, 여성들에게 특히 좋다면서요?

: 네 홍합에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빈형 예방, 노화 방지, 피부 예방에 특히 탁월하다고 하니, 소주방에서 홍합탕은 우리 여성분들에게 조금 양보하는 걸로.


피부 미용, 노화 방지 등에 좋다고 하니 듬뿍듬뿍 먹자~~


DJ : 아까 가져오신 그 홍합. 방송 끝나면 저도 많이 먹어야겠네요. 끝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마산 홍합이란?

: 저희가 인터뷰했던 어르신이 이런 말씀을 해 주셨거든요. "전국 포장마차 어디를 가더라도 홍합국물이 나오면 그것은 마산홍합이라 확신해도 좋소." 여기서 힌트를 얻어 전해볼게요. 홍합은 마산이 길러낸 바다의 팔방미인이다.

DJ : 네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13) 하동 재첩


DJ : 우리 정오의 희망곡 식구들은 어떤 음식으로 숙취를 없애시나요? 시원한 음료? 아니면 뜨끈뜨끈한 국물? 햄버거로 숙취를 해결한다고도 하는 분도 계시던데요, 이분은 어렸을 때부터 '숙취 해소'에는 또 이것만 한 게 없다고 배웠답니다. 목요일을 사랑한다는 분 이서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DJ : 오늘 시작부터! 술 얘기를 했잖아요. 숙취 해소법도 막 나오고. 본격적인 음식 이야기에 앞서 우리 이창언 기자는 뭐로 해소를 하시나요.

: 저는 뭐. 원래 술을 썩 좋아하진 않지만. 혹시나 과음하는 날이 있을 때면. 다음 날 먹는 라면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DJ : 맛있는 먹거리를 소개해주시는 분이 또 막상 즉석 음식을 좋아하는 게 참 아이러니하네요. 그나저나! 아까 어렸을 때부터 오늘 소개할 음식에 대해 들어왔다 하셨는데 우리 이서 님과 어떤 연관이 있나요.

: , 이 음식 주 생산지가 지난번 녹차를 통해 한 번 소개했던 하동이거든요. 그래서 나름대로 이름 붙여봤습니다. 고향사랑 특집 제2. 어렸을 적부터 저희 아버지를 포함하며 동네 어르신들이 이 음식을 마치 차처럼! 자주자주 드시는 모습을 자주 봤거든요. 술 먹고 난 다음 날은 물론이고 뭔가 기력이 약해졌을 때도요. 이 음식! 오늘도 역시나 우리 작가님이 시식을 통해 청취자분들 오감을 자극하며 힌트를 줘야겠죠? 작가님~

: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DJ : 아 사실 아까부터 이 음식을 끓이는 향이 정말 좋았거든요. 우리 청취자분들 눈치 채셨나요? 그렇죠. 하동 하면 섬진강, 섬진강 하면 역시 이 음식이죠. 오늘 맛있는 경남은 섬진강 재첩 편으로 준비해 봤습니다. , 오늘 이 재첩 직접 하동에서 들고 오셨다면서요?

: , 오늘 아침에 공수해 온 싱싱한 재첩이거든요. 사실 아침밥으로도 이 재첩국에 밥 한 그릇 뚝딱 말아먹고 왔어요.


속이 확 풀리는 재첩국.


DJ : 어쩐지 오늘 왠지 속이 든든해 보이더라고요. 이렇게 좋은 재첩. 우리가 또 잠깐 공부해 봐야겠죠? 먼저 하동 재첩 역사를 설명해 주신다면요.

: , 하동 사람들은 '재첩국 사이소~'를 외치던 아낙네들을 통해 재첩 역사를 말하기도 하는데요, 1950년대 그 어머니들께서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져요. 이후 1960년대 식당으로 나와 팔리기 시작했고요. 사실 1980년대 중반까지는 섬진강보다 낙동강 재첩 이름값이 높았다고 해요. 하지만 1987년 하굿둑이 들어서면서 낙동강 재첩은 그 자취를 감췄죠. 그 때문에 섬진강 재첩은 1990년대 그 명성을 확고히 했죠. 재첩은 물 맑은 곳만 찾거든요. 오늘날 대량 채취가 가능한 곳은 섬진강이 유일한데, 섬진강은 모래톱이 많아 자연정화가 잘 된다고 해요. 또 바닷물이 적절히 섞여 재첩 서식이 도움을 준다 하네요.

DJ : 역시 깨끗한 물이 있었기에 오늘날 하동 재첩이 탄생할 수 있었군요. 근데 이 재첩, 긴 역사만큼 아픔도 많았다고 해요?

: 맞아요. 30~40년 전과 현재 비교하면 재첩 양이 많이 줄었거든요. 주암댐·섬진강댐이 들어서면서 하류 쪽으로 내려가는 물이 적어졌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바닷물이 더 올라와 염도가 높아져 재첩 서식 환경이 나빠졌고요. 여기에 1970년대 후반에는 섬진강 모래를 퍼다 날라 토목공사에 사용하거나 일본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해요. 이 때문에 하구 바닥이 낮아져 역시 바다 짠물이 밀려오면서 재첩 서식지도 상류로 많이 올라갔고요.

DJ : 참 우여곡절이 많았군요. 그런데도 여전히 이 재첩을 고집할 수밖에 없는 이유, 뛰어난 맛도 맛이겠지만 어민들 수입에 큰 도움이 된다면서요?

: , 10년 전보다 재첩을 채취하는 사람들 3배 가까이 늘어나기도 했는데요, 하루 8시간 작업해 30kg 정도 잡으면 수입이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고 해요. 이 때문에 부부가 함께 부지런을 떨면 허름한 집을 새로 지을 수 있다는 말도 생겨났죠.

DJ : 그렇군요. 하지만 이 재첩잡이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면서요?

: 그렇죠. 재첩 채취는 4~6월과 9~11월이 절정이거든요. 이 시기, 어민들은 오전 5~6시에 나가 오후 늦게까지 작업하는 경우가 많죠. 재첩잡이는 거랭이라 불리는 도구를 주로 이용하는데 채취하는 내내 구부린 자세에다가 큰 무게를 감당해야 하니 허리 성할 리 없다고 해요. 물웃을 입기는 하지만 차가운 기운도 그대로 느껴야 하고요.

DJ : 재첩이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또 있었네요. 이제 음식 이야기 좀 해볼까요? 흔히 재첩 하면 재첩국으로 많이 먹는데 재첩무침과 재첩전도 인기라면서요?

: , 국 외에도 재첩은 여러 음식으로 먹는데요, 물기를 쏙 뺀 재첩살과 잘게 썬 사과, , 당근, 오이, 양배추를 버무리고 초고추장으로 간을 보탠 무침은 담백하면서 고소한 맛이 일품이에요. 여기에 배즙도 살짝 섞어서 달달한 맛도 나고요. 재첩전은 부추와 고추, 재첩으로 반죽해 얇게 구은 전으로 재첩국과 함께 먹으면 서로 돋우는 맛이 좋죠.

DJ : 듣기만 들어도 막 군침이 도네요. 또 재첩국 같은 경우 정말 궁합이 잘 맞는 다른 재로도 있다면서요?

: , 재첩 효능과도 연관이 있는데 미네랄 등 각종 무기질이 풍부해 장을 편안하게 하고 혈당을 내려주거든요, 대신 이 비타민 A가 조금 부족한데, 부추가 이를 잘 보충해준다고 해요. 감칠맛도 더 살아나고요. 또 입맛에 따라 땡초나 애호박을 잘게 썰어 넣어 먹기도 하고요. 여기서, 재첩국은 식으면 비린 향이 좀 강해지거든요? 이왕이면 따뜻할 때 드시는 것을 권합니다.'


맑고 뽀얀 국물과 탱탱한 살, 재첩은 섬진강 그 자체다.


DJ : 뜨끈뜨끈하게 먹되 부추를 넣어 먹어라! 꼭 기억할게요. 근데 우리가 재첩을 먹을 때 이거 혹시 중국산 아닐까 하고 걱정하기도 하잖아요. 구분할 수 있을까요?

: 사실 하동 재첩이 안은 고민이기도 해요. 암암리에 속여 파는 이들이 적발되는 일도 있었으니까요. 이 때문에 하동군은 하동재첩특화마을을 조성해 원산지 신뢰를 높이는 데 특히 신경을 쓰고 있어요. 그래도 기초 구분법을 알아보면요, 하동산과 중국산은 일단 크기부터 달라요. 하동산은 주로 12~20mm 정도로 자란 것만 채취를 하는데 중국산은 이보다 훨씬 크죠. 또 하동 재첩은 청자와 같은 고운 빛깔을 낸다고 하네요.

DJ : 저도 우려낸 국물 맛, 그 깊이에서도 차이가 난다고 들었거든요. 앞으로는 크기와 색깔도 유심히 보도록 할게요. 마지막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하동 재첩이란?

: 맛있는 이야기에서 소개한 하동 특산물은 녹차와 재첩이 다거든요. 뭔가 아쉬운 마음을 담아 준비해봤어요. 두 시간 넘게 푹 끓여 낸 맑고 뽀얀 국물과 탱탱한 살, 바로 섬진강 그 자체입니다.

DJ : 감사합니다. 오늘 소식도 잘 들었어요.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12) 함안 의령 수박


DJ : ''이라는 말이 있죠? 사전적으로는 둘 또는 그 이상이 서로 어울려 한 벌이나 한 쌍을 이루는 것을 말하는데요, 우리 일상에서도 이처럼 서로 어울려 마치 한 쌍처럼 여겨지는 거들이 많죠? 당장 라면엔 김치, 삼겹살엔 소주, 동지엔 팥죽 등등이 떠오르는데요맛있는 먹을거리를 찾아다니는 이분은 '여름'에 맞는 짝으로 이 음식을 뽑았다고 하네요. 매주 목요일 맛있는 음식 세계로 우리는 안내하는 분, 이서 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DJ : 오늘은 정말! 두 손이 무겁게! 뭔가를 들고 왔잖아요. 저도 딱 보자마자 여름이 떠오르는데요. 본격적인 소개에 앞서 역시 우리 작가님이 먹어보나요?

: 이제는 빠질 수 없는! 뭔가 코너 속의 코너 같은 느낌! 우리 지 작가님의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를 역시 진행해야겠죠? 근데 뭐. 사실 이미 많은 분이 눈치 채셨을 거라 보고. 오늘은 우리 작가님이 얼마나 청취자분들 식욕을 북돋을 수 있는지! 이게 또 판매량하고 연결될 수도 있으니까요. 소리에 더 집중해서 보도록 할게요. 작가님~

: ~


여름 대표 과일 수박.


DJ : 그렇죠! 여름 하면 바로 이 과일! 오늘 맛있는 이야기는 수박 편으로 준비했습니다. 근데 우리도 방송하기 전에 살짝 맛을 봤잖아요. 어떤가요. 이서 님은?

: 단 거야 말할 필요도 없고. 아삭아삭 거리는 식감이 특히 기억에 남더라고요.

DJ : 맞죠! 오늘 들고 온 수박이 함안산이라면서요? 오늘 맛있는 이야기는 수박 중에서도 함안 수박에 대해 이야기하나요?

: , 하지만! 저희가 여태까지 한 음식당 한 고장을 중심으로 소개했잖아요. 오늘은 조금 다릅니다. 수박하면 물론 함안도 유명하지만 토요애라는 브랜드로 이름난 의령도 빼놓을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함안 의령 수박으로 묶어서 이야기해볼까 해요.

DJ : 역시 의령도 빼놓을 수 없죠. 여기에! 남강을 끼고 있다는 점도 이 두 지역이 수박으로 묶이는 이유라면서요?

: 맞아요. 자연스럽게 이 함안과 의령에서 수박이 특산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이유와도 연결되는데요, 함안군 군북·법수·대산면과 의령 용덕·정곡·지정면은 남강을 끼고 서로 마주한 동네로 수박 주산지거든요. 이 지역은 모래 성분이 많은 땅 덕분에 배수가 잘 돼 수박 농사짓기 좋은 토양이라고 하네요. 함안과 의령에서 수박 농사가 처음 도입된 건 1970년대, 지금처럼 하우스 재배가 자리 잡은 건 1980년대라고 하는데요, 늙은 잎을 잘라 넝쿨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게 하고, 첫 가지·곁가지를 제거하고 벌을 통해 수정하고. 이런 세심한 재배기술이 하나하나 축적되고 공유되면서 오늘날까지 이르렀다고 하네요.


남강 물과 배수가 잘 되는 토양 등은 오늘날 함안 의령 수박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사진은 수박 듬뿍 담긴 화채!


DJ : 역시 어떤 특산물이든 환경 외에 사람들의 정성이 또 받쳐줘야 하는군요. 하지만 또! 각 지역 수박만이 내세우는 자랑거리도 있다면서요?

: . 전국 하우스 수박 면적의 14%가량을 차지하는 함안 수박은 1999년 함안군 수박연구회가 만들어지는가 하면 2008년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하면서 그 유명세를 더 떨치고 있죠. 겨울 수박 전국 생산량 가운데 30% 가까이 차지하는 의령 수박은 군 농산물 브랜드가 있어 유통 걱정 없이 질 좋은 상품에 전념하고 있다네요. 여기에 의령에서는 슈퍼 수박으로 이름난 농민도 계시거든요? 이분이 한 통 무게만 70kg대에 이르는 수박을 만들어 국내 기록을 안고 있다고 하네요.

DJ : 한 통에 70kg면 일주일 내내 수박만 먹어도 되겠네요. 그러고 보니 두 지역 모두 수박 축제를 열기도 하잖아요? 서로 싸우거나 하진 않겠죠?

: 네 올해도 역시 두 지역 모두 나란히 4월에 축제를 열었는데요, 함안·의령 분들은 굳이 제 지역 것을 더 드러내려거나 남의 것을 깎아내리지 않고 오로지 수박 그 자체를 즐긴다고 하네요.

DJ : 뛰어난 맛만큼 두 지역 분들의 훈훈한 마음도 엿볼 수 있네요. 이제 음식 이야기 좀 해볼까요? 맛있는 이야기에서 말하기로는 수박에도 유행이 있다고 해요?

: , 10여 년 전까지는 원통 계통이 대세였는데 지금은 달걀형이 주를 이룬다고 해요. 또 겉 노란 수박, 속 노란 망고 수박 같은 것이 나오기도 했고. 2007년 함안에서는 씨 없는 수박을 첫 상품화 하기도 했다네요. 물론 이러한 수박들이 일반 수박보다 맛이 더하거나 덜하진 않고. 희귀성에 초점이 맞혀 있다 보니 kg1000~2000원 더 받기도 하고요.

DJ : 노란 망고 수박, 한번 먹고 싶네요. 그리고 보면 수박 먹을 때 우리가 늘 고민하는 게 또 있잖아요. 수박 씨를 삼킬 것인가 뱉을 것인가, 껍질은 어디까지 먹어야 하는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 물론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아요. 하지만 수박 씨와 껍질이 몸에는 좋다는 거! 알아줬으면 해요. 씨를 꼭 씹어먹으면 콜레스테롤을 낮춰져 심장 질환에 좋다고 하네요. 껍질 같은 경우 깨끗하게 발라내 시원하게 무쳐 먹으면 여름철 밥반찬으로도 이용할 수가 있다고 해요. 게다가 껍질은 천연 정력제!로 이름이 나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꼭 먹어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물론 저는!! 수박의 빨간 부분이 최대한 없어질 때까지! 먹곤 합니다.

DJ : 어쩐지 아까도 당장에라도 다 씹어 먹을 것처럼 수박을 드시더라고요. 근데 이 좋은 수박이 또 재배하기까지. 정말 만만치 않다고 해요?

: . 당장 여름 수박 철에는 주로 새벽에 작업을 한다고 해요. 하우스 온도가 40도 이상 되는 낮 대신 조금이라도 시원한 시간을 찾은 이유도 있고 기온이 서늘할 때 수확하면 당도가 높게 유지된다고 하네요. 또 새벽에 수확해야지 그날 대도시로 보낼 수 있기도 하고요. 함안·의령에서는 1년에 수박 수확을 2~3차례 하거든요? 겨울에 한 번 하고 나서 4~6월에 한 번 하죠. 이후 가을에 또 하는 곳도 있고요. 4~6월 수확 이후에는 하우스를 철거한 후 모내기를 하는데 땅 연작장애를 막기 위해서라고 해요. 철거하지 않는 곳에서는 땅에 물을 넣어서 병해충을 익사시키는 물 소독이라는 것을 한다고도 하네요.


수박 씨와 껍질, 몸에는 좋다! 먹어보기 도전?


DJ : 1년 내내 정말 쉴 틈 없이 가꿔야 하네요. 그럼 이렇게 귀하게 키운 수박, 잘 고르는 요령이 있다면요?

: 많은 분이 이미 실천하고 계시는 두드려 보기, 맑은소리가 나야 좋은 거고요. 살짝 함몰된 배꼽과 몸통으로 갈수록 털이 없는 줄기, 녹색 바탕과 검은 띠 색이 짙고 선명하면 좋다고 하네요.

DJ : , 끝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함안·의령 수박은?

: 오늘은 오히려 우리 청취자분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형식으로 할게요. 수박 없었다면 무슨 맛으로 여름 났을까?

DJ : 네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11) 진주 딸기


DJ : 우리 청취자분들은 '빨간색' 하면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르시나요? 요즘 같은 날씨엔 정말 얄미운 붉은 태양? 아니면 금방이라도 사랑에 빠지게 할 것 같은 붉은 립스틱? 여러 가지 생각이 나는데요. 매주 맛있는 먹을거리를 찾아다니는 이분은 '빨간색' 하면 이 음식이 먼저 떠오른다고 하네요. 이서 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DJ : 빨간색으로 오늘 맛있는 경남 문을 열어 봤는데 오늘 들고 오신 이 과일 보니 딱 실감이 나네요.

: 그렇죠. 아마 많은 분이 사과나 수박을 생각하실 듯한데. 사과는 저희가 거창 편에서 이미 소개를 했고. 오늘은 수박일까요? 우리 작가님께서 일단 역시나! 먹방을 통해 살짝 힌트를 주는 걸로~ 작가님


새빨간 딸기.


: 냠냠

DJ : 소리는 수박과도 비슷한데요? 하지만! 오늘 주인공은 수박이 아닙니다. 오늘 맛있는 경남은 딸기로 준비해 봤어요. 근데 이 기자님, 오늘 들고온 딸기가 또 '진주' 딸기라면서요?

: , 사실 경남에서는 하동, 거창, 양산, 산청, 합천, 밀양 등 딸기를 특산물로 내세울 만한 고장이 많은데요, 그럼에도! 진주를 뽑은 이유는! 진주 딸기가 올해 싱가포르는 물론 베트남에도 수출하는 등! 잘 나가거든요. 여기에 딸기가 5월이 거의 끝물이다 보니 뭔가 아쉬운 마음에!

DJ : 역시 경남 먹을거리 홍보 대사를 꿈꾸는 우리 이 기자님! 기회를 살릴 줄 아네요. 오늘 진주 딸기 홍보를 아주 팍팍! 그럼 먼저 또 우리가 그냥 지나칠 순 없죠. 진주에서 딸기가 잘 자라게 된 배경 뭔가요.

: 사실 많은 분이 진주 딸기보단 진주 수곡 딸기, 대평 딸기가 익숙하실 텐데요. 진주에서는 수곡면 대평면이 딸기 주 생산지역이기 때문이죠. 딸기는 물 영향을 많이 받는데 수곡면·대평면 지역은 암반굴착으로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다고 해요. 여기에 넉넉한 일조량이 있어 당도를 높여주고요. 진주에서는 1970년대 말부터 딸기를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는데요, ·보리에 비해 딸기가 수익성이 높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점차 퍼졌다고 해요. 2014년에는 특허청의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으로 등록되면서 그 명성을 더욱 굳혔죠. 특히! 한때 국내 딸기 대부분은 일본 품종을 썼거든요? 그러다가 '매향', '설향'이라는 국산 품종이 개발되면서 진주뿐 아니라 전국 농민 시름을 덜기도 했죠.


진주 딸기의 재료는 좋은 물과 햇빛이다.(사진과는 무관)


DJ : 그렇군요. 좋은 물과 햇빛이 오늘날의 딸기를 만든 셈이네요. 근데 저는 딸기 제철을 '겨울'로 알고 있거든요? 맞나요. 이게?

: 농사 방법에 따라 변했다고 보는 게 맞는데요. 20~30년 전 대부분 노지 딸이던 시절에는 봄에나 그 맛을 볼 수 있었죠. 근데 하우스로 넘어가면서 제철이 겨울로 바뀐 셈이죠. 진주에서도 하우스 겨울 딸기 재배가 대부분을 차지하거든요? 저희가 취재를 갔을 때도 겨울이었는데 하우스 앞 온도계는 영하 2.2도를 가리키는데 안은 영상 20도 전후를 유지하더라고요.

DJ : 설날 전후 딸기가 가장 맛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군요. 하지만 이 맛있는 딸기, 재배부터 수확과정까지 정말 손이 많이 간다면서요?

: , 딸기농사가 농사꾼들 사이에서도 힘든 일로 통한다고 해요. 90% 이상이 수분인 딸기는 자칫 상하기 쉬워서 여간 신경 써서 다루어야 하거든요. 또 좁은 고랑 사이로 딸기 수확용 수레를 발로 밀고 가는 것부터가 보통 일이 아닌데, 여기에 또 쪼그리고 앉아서 딸기를 따야 하잖아요.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는 어르신들 말을 흘려 들을 수가 없더라고요여기에 딸기는 14개월 농사라 불리기도 하거든요? 3~4월에 모종을 심고 이를 9월에 재배하우스에 옮긴 다음 한 달 후 검은 비닐을 씌우고 꽃이 피면 이듬해 5월까지 출하하죠. 그다음에는 손에 물이 들 정도로 또 선별·포장을 해야 하고요. 부지런한 농가는 또 5월이 넘어서도 잼용 딸기를 출하한다고 하는 데 이게 들이는 품에 비해선 벌이는 썩 좋지 않다고 하네요.

DJ : 역시 우리가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네요. 이제 음식 이야기 좀 해 볼까요? 저도 가끔 헷갈리는데 딸기를 설탕에 찍어 먹기도 하잖아요? 괜찮나요?

: 예전에는 당도가 낮아서 설탕에 찍어 먹기도 했는데, 비타민 B 성분이 파괴되기 때문에 바람직하진 않죠. 혹 단맛의 유혹을 못 버린다면 생크림에 찍어 먹거나 믹서에 갈 때 꿀을 조금 넣으면 좋다고 하네요.

DJ : 오늘 또 좋은 상식 하나 배워가네요. 그전에! 잘 먹으려면 잘 골라야 하잖아요! 좋은 딸기를 고르는 방법, 어떤 게 있을까요?

: 모든 과일이 그렇듯 딸기도 꼭지가 파릇파릇하고 싱싱한 것을 골라야 해요. 또 마트나 시장에서 구입하실 때에는 포장용기 겉 말고 속도 유심히 살피시길 바라요. 겉은 윤기가 나는데 속은 뭉개진 경우가 있으니까요. 딸기 표면의 씨 같은 경우는 육질에 싸여 속으로 들어간 것이 좋다고 하네요.

DJ : 저도 장을 볼 때! 꼭 유의하도록 할게요. 근데 이 딸기가 그냥 먹는 것도 좋지만 디저트 음식과도 참 잘 어울리잖아요? 딸기를 활용한 디저트 하나만 소개해 주신다면요?


샐러드, 드래싱, 잼 등으로 즐길 수 있는 딸기.


: 맞아요. 특히 빵과 참 잘 어울리는 딸기인데, 이건 또 집에 오븐이 있어야 만들 수 있으니. 잠시 제쳐놓고요. 가장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게 딸기샐러드가 아닐까 해요. 딸기와 어린잎채소를 섞어 먹는 건데 드래싱이 특히 중요하잖아요. 이 드래싱 같은 경우 믹서기에 간 딸기 한 숟갈에 레몬즙, , 소금, 올리브유 등이 들어가는데! 좀 맛이 안 산다 싶으면 그 떠먹는 딸기요구르트를 한 세 숟갈 정도 넣어주면 좋다고 하네요.

DJ : 뭔가 약간 꼼수 같기도 하고요? 저도 한 번 시도해 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진주 딸기란?

: 오늘은 취재 당시 인터뷰했던 어르신 말을 그대로 전달할까 해요. "농사란 곧 사람이에요. 자기가 못 먹는 것을 지으면 안 되죠. 손자 손녀에게도 마음 놓고 먹일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진주 딸기입니다"

DJ : 네 오늘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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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맛 - (10) 하동 녹차


DJ : 봄을 지나 여름을 향해가는 이 계절, 청명한 날씨 덕분인지 경남 곳곳에선 축제가 한창인데요, 당장 이번 주만 해도 합천 황매산 축제와 밀양 아리랑 대축제, 사천 와룡문화제 등이 열린다고 해요이와 함께 경남 하동에서는 '이 음식재료'를 주제로 한 축제도 펼쳐진다고 하는데요, 오늘 맛있는 이야기에서 소개할 음식재료이기도 하다네요. 이서 님 모셨어요.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DJ : 오늘 유독 얼굴이 밝아 보여요?

: 그런가요? 사실 오늘 음식재료의 주 고장인 경남 하동이 저와 관련이 깊거든요. 유독 힘이 나네요.

DJ : 그러고 보니 뭔가 오늘 더 신경 쓰신 거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오늘도 뭔가를 들고 왔잖아요? 역시 우리 작가님이 먹어봐야겠죠?

: 그렇죠. 우리 작가님을 위해 오자마자 열심히 우려내고 있었으니. 맛있게 드셨으면 하네요. 작가님?

: 맛있는 소리로 한 모금!

DJ : 역시 작가님, 소리도 소리지만 오늘 식재는 정말 향이 좋아요. 우리 청취자분들 눈치 채셨나요? 맞습니다. 오늘 맛있는 경남은 하동 녹차 편으로 준비해봤어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19일부터 22일까지는 하동 야생차 축제도 열린다고 하는데요, 먼저 이 기자님 하동 녹차가 이렇게까지 널리 알려질 수 있었던 이유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왕의 녹차로 이름난 하동 녹차.(사진과는 무관)


: , 많은 분이 알고 계시듯이 하동 녹차는 하동군 화개면이 주 생산지거든요. 차나무는 연평균 기온이 13~16, 강수량은 연간 1400mm 이상 되어야 잘 자라는데 화개면이 이 조건에 딱 맞아떨어져요. 여기에 화개면은 지리산과 섬진강이라는 보물도 안고 있는데요. 지리산은 차나무에 알맞은 자갈밭을 내주고 북풍을 막아주기도 하죠. 섬진강은 안개와 습한 기후를 만들어 녹차 향을 돋우는 데 큰 몫을 한다고 하네요.

DJ : 저도 하동 화개면에 몇 번 가 본 적이 있는데, 산 곳곳에 녹차 밭이 있던 게 기억에 남네요. 여기에 화개에는 1000년 된 녹차 나무도 있다지요?

: 맞아요. 하동군 화개면 정금리 도심 다원 내 비탈에 자란 차 나무는 한국 최고의 차 나무로 꼽히는데요, 20061월 경남도기념물 제264호로 지정되기도 했죠. 이 나무에서 만든 녹차 한 통(100g)은 경매를 통해 1300만 원에 팔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고요근데 하동 야생차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오늘날 화개에는 밭에 잘 정돈된 차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버려진 것처럼 불쑥불쑥 자라는 차나무도 많거든요? 이게 좋은 자연환경도 환경이지만 축사, 송전탑이 없는 조건도 한몫한다고 해요. 여기에 농약까지 쓰지 않는다 해서 하동 녹차는 3무 녹차라 불리기도 한다네요.

DJ : 하동 녹차를 소개하는 이서 님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거 보니 그 좋은 환경이 고스란히 느껴지네요. 하지만! 녹차 하면 또 전남 보성도 빼놓을 수 없잖아요. 어떻게 다른 가요 두 지역?


하동 녹차 주 생산지인 화개면 입구에서는 녹차가 유명한 찻집도 만나볼 수 있다.


: 오늘날 생산량은 보성이 더 많죠. 보성 녹차 밭은 일제강점기 수탈 목적으로 계획적이면서 대단위로 세워졌기 때문인데요, 워낙 재배 면적이 크다 보니 일일이 손으로 따고 볶기보단 기계를 이용하는 편이죠. 나무도 대량생산이 쉬운, 4m가량의 키 큰 나무고요.

반면에 하동 녹차는 생산량이 2m 정도밖에 안 돼요. 지금도 할머니들이 한 잎 한 잎 손으로 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덖음 과정에서도 뜨거운 가마솥에 장갑 낀 손을 넣어 계속 젓는 등 사람이 직접 하다 보니 고작 1kg를 따고 덖음 작업을 마치면 하루가 훌쩍 간다고 하네요. 하동 사람들이 녹차 품질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기도 하고요.

DJ : 생산과 수확 과정에 큰 차이가 있었군요. 우리 이서 님이야 당연히 하동 녹차 맛이 더 좋다고 할 테니, 맛 비교는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음식 이야기 좀 해볼까요? 요즘에는 발효 녹차도 인기라면서요?

: , 그 중 황차라 불리는 발효차를 소개 하자면요, 어린 찻잎을 손으로 따 덖지 않고 비벼 메주 띄우는 온도로 24시간 정도 섞어주면 녹색 잎이 검은색으로 변하거든요? 이 검은색 잎을 바짝 말려서 5년 정도 숙성시킨 게 황차에요. 황차는 떫은 맛이 없고 단맛이 은은하게 도는 게 매력적인데요, 화개에서는 특히 모시떡과 함께 내놓기도 하죠.

DJ : 그렇군요. 여기서 개인적으로 궁금한 거 하나! 우리가 보통 차 마실 때 격식을 따지기도 하잖아요. 어떤가요. 화개에서는?


격식파괴! 녹차라테로도 즐길 수 있는 하동 녹차.


: 사실 이렇다 할 격식을 크게 따지지는 않아요. 이와 관련해 취재 과정 중에 만난 화개 쌍계사 스님의 말씀이 기억이 남는데요. 스님께서는 "차 마시는 걸 어려워들 하는데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마시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하시더라고요.

DJ : 역시 어떤 음식이든 편안하고! 맛있게 먹는 게 중요하군요. 끝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하동 녹차란?


하동 녹차 주 생산지인 화개로 향하는 길. 섬진강을 낀 풍경이 아름답다.


: 충치 예방, 노화방지 등 녹차의 효능에 대해서는 오늘 따로 말하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조금 아쉬움이 있으니 이 한 마디로 짧게나마 알리고 싶어요. 임금님에게도 바쳤습니다. 하동 녹차. 말 그대로 왕의 녹차입니다.

DJ : 네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9) 남해 멸치


DJ : '스승의 은혜는 아름다워서~' 3일 후면 스승의 날이죠? 다들 마음속에 스승 한 분씩 담아두고 계신가요? 이번 주말 혹시 시간 된다면 직접 찾아봬 옛 추억에 빠져보는 걸 어떨까요. 기분 좋은 만남에 맛 좋은 음식까지 있으면 더욱 좋겠죠? 그래서 또 왔습니다. 이서 님,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DJ : 오늘은 빈손으로 오셨어요? 어쩐 일이죠?

: , 저번 주에 우리 작가님께 생 미더덕을 먹였잖아요. 작가님께서 뭔가 굉장히 저를 원망하는 눈빛이어서. 오늘만큼은 좀 조용히 넘어가고자. 빈손으로 왔습니다. 대신 더 맛있는 이야기들을 준비해왔으니까요! 너무 실망하진 마세요.

DJ : 그렇군요. 우리 작가님이 내심 안심하는 눈치네요. 그래도 뭔가 허전한데요. 이 허전함을 가득 채워줄 오늘의 음식재료는 그럼 뭔가요?

: , 딱 이렇게 소개하면 될 듯해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오늘 음식은 우리네 밥상에서 정말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멸치!를 준비해봤어요.

밥상 위 팔방미인 멸치.


DJ : 멸치, 그러고 보니 저는 아침에도 먹고 왔는데요. 사실 멸치 하면 우리 경남에서 통영이나 고성, 거제도 이름이 나 있고. 이 중에서 어디 멸치인가요?

: 물론 말씀하신 지역들도 좋은 멸치가 나지만 이번 맛있는 이야기는 '죽방렴 멸치'로 유명한 남해산으로 꾸려볼까 해요.

DJ : , 남해 멸치가 있었군요. 지난번에 마늘도 그렇고 남해는 역시 먹을거리가 풍부한 고장임이 실감 나는데요, 우리가 또 역사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잖아요. 남해 멸치가 특산물이 된 배경 뭔가요?

: 역시 이제는 알아서 척척! 공부하는 자세를! 남해 멸치 하면 죽방렴이 먼저 입에 딱 붙잖아요. 그 역사만 약 600여 년이고 2010년에는 국가지정 명승에 포함하기까지 한 어획 도구죠. 죽방렴은 멸치 습성과도 연관이 깊은데 선두를 따라 떼로 움직이는 멸치는 시야각이 넓은 쪽으로 향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죽방렴 원형 안으로 들어가면 두 개의 문에 부딪히면서 계속 8자 형태로 돌기만 할 뿐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하네요. 여기에 남해 환경까지 도움을 주는데, 죽방렴은 창선교 아래 지족해협에서 주로 쓰거든요? 이 지역은 밀물과 썰물이 하루 두 번씩 오가는데 밀물 때 죽방렴 안에 들어온 멸치를 썰물 때 뜰채로 건지기만 하면 된다고 해요. 상처 나지 않은 멸치만 잡을 수 있는 셈이죠.


싱상한 멸치가 통째로! 남해멸쌈밥.


DJ : 멸치 습성을 이용하고 자연환경까지 뒷받침하는! 선조의 지혜가 돋보이네요. 근데 제가 알기로 실제 죽방렴을 이용해서 잡은 멸치는 남해에서 잡히는 것의 1%도 안 된다고 해요?

: 맞아요. 죽방렴보다는 그물을 펴서 잡는 방법을 가장 많이 이용하죠. 죽방렴은 현재 제도적으로 더는 만들 수도 없을뿐더러 죽렴 하나가 15000만 원에서 많게는 5억 원에 이른다고 하네요. 그래도 남해 멸치 이름값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건 틀림없죠.

DJ : 죽방렴 하나만 있어도 아주 든든하겠네요. 음식 얘기 좀 해볼까요? 멸치는 흔히 밥상의 감초라고도 하잖아요. 멸치볶음은 물론 육수와 액젓으로도 활용하고요. 근데 막상 멸치요리를 해먹으려 하면 막막해 지는 경우가 많아요?

: 그렇죠. 그러니까 딱 한 가지 정도! 요리로 기억하고 먹어보면 좋을 듯한데, 바로 멸치 쌈밥이죠. 멸치 쌈밥은 멸치 쌈장이 생명인데 이 쌈장은 잘 볶은 양파에 머리와 내장을 뗀 멸치를 넣고 집된장과 고춧가루 한 소쿰 끓이고서 청양 초와 대파, 다진 마늘 정도를 넣어 다시 끓이면 완성된다고 해요. 남해에서는 대체로 된장을 기본양념으로 하고 각자의 방법을 더한다고 하네요.

DJ : 정말 밥 도둑이죠! 밥 도둑. 근데 직접 요리를 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멸치를 고르는 것과, 보관법도 참 중요하잖아요? 맛있는 경남에서는 어떻게 소개하고 있나요?

: 등에 은빛이 돌고 배가 하얗고 모양이 예쁘고 상처가 없는 멸치가 최고라 하네요. 근데 이 예쁘다는 게 알쏭달쏭하잖아요? 이에 대해서 한 주민께서 '얌전하게 인사하듯 살짝 굽은 게 이쁜거다'고 하시더라고요. 보관법 같은 경우 냉동보관이 권장된다고 해요. 간혹 잘못 보관해 눅눅해진 멸치는 전제레인지에 살짝 돌렸다가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괜찮다 하네요.

DJ : 예쁜 멸치는 인사를 잘하는 멸치다! 꼭 기억할게요. 여기서 정말 궁금한 점 하나! 멸치 내장은 먹는 게 좋나요? 떼는 게 좋나요?

: 흔히 멸치 효능을 얘기할 때 칼슘은 우유의 10, 고등어 못지않게 풍부한 오 메가3, 타우린 등을 이야기하는데요. 이 좋은 성분들이 검은 내장이 많이 있다고 해요. 다 드시는 걸 권장합니다.

DJ : 내장까지 꼭꼭 씹어먹겠습니다. 끝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남해 멸치는?


멸치는 남해바다가 안긴 보물! 사진은 남해 송정 해수욕장.


: 멸치 입장을 대변하는 마음으로 오늘 한마디를 정리해볼게요. 멸치, 생선 맞느냐 놀리지 마라, 바다의 특별한 놈인 걸 알만 한 사람은 다 안다!

DJ : 네 오늘도 좋은 소식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8) 마산 미더덕


DJ : 오늘부터 황금연휴가 시작했어요. 하지만 연휴를 누리지 못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맛있는 음식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보는 건 어떨까요? 이 연휴 우리가 즐길만한 음식을 들고 이분이 또 오셨네요. 이서 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DJ :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이서 님이 무언가를 들고 왔어요? 오늘 소개할 음식이 이건가요?

: , 저번 주에 거창 사과를 소개하면서 거창산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굉장히 죄송했는데 오늘은 딱! 원산지 음식재료 그대로를 들고 왔어요. 이게 또 창동스튜디오가 있는 마산을 대표하는 재료거든요.

DJ : 마산을 대표하는 음식재료, 벌써 감 잡으신 분들 많으실 듯한데요. 그나저나 오늘도 우리 작가님이 한 번 먹어보나요?

: 우리가 이 재료가 들어가는 요리에 익숙해서 그렇지, 사실 생으로도 많이 먹는다 하더라고요. 우리 작가님께서 맛있게 한 번! 먹어보는 걸로.


똘망똘망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미더덕. 마산산이 이름 나 있다.


작가 : (먹어보고) 비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고소하네요. 그나저나 이거 씻은 거 맞죠?

DJ : 청취자분들 뭔지 아시겠나요? 그렇습니다. 오늘의 맛있는 이야기 주인공은 마산 미더덕입니다. 마산이 고향이신 분들이야 미더덕 익숙하실 텐데, 그렇지 않은 분들을 위해서. 이 기자님 미더덕을 간략히 소개 부탁해요.

: , 마산 미더덕 주 생산지역은 마산합포구 진동면 고현마을이에요. 깊은 내만에 마을 앞바다 너머 여러 섬이 한 자리씩 차지한 동네요. 그래서 적당한 물 흐름이 있어 깨끗한 물 흐름을 유지한다고 해요. 바다 아래는 펄 아닌 모래에 가까운데 여기에 바닷물과 민물이 섞여 플랑크톤이 풍부하다고 해요. 미더덕이 자라기에 딱 좋은 환경이죠. 미더덕은 그 옛날 바다 천덕꾸러기에 가까웠어요. 처음 보는 사람은 징그럽다고도 하고 양식장이나 선박에 달라붙어 해적생물이라 불리기도 했죠. 양식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1980년대인데, 이것도 나라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아 불법으로 많이 수확했다고도 해요. 고현 사람들의 적극적인 홍보와 노력 덕분에 2001년 양식 허가를 받으면서 널리 퍼지기 시작했죠. 오늘날 마산 미더덕은 전국 생산량의 50~60% 차지한다고 하네요.


해물찜의 별미 미더덕. 쏙쏙 골라서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DJ : 미더덕 양식이 불법인 시절도 있었군요. 그나저나 제가 알기로 미더덕이라는 이름이 바다의 더덕이라는 뜻 혹은 여기저기 더덕더덕 붙어 있는 모양새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맞나요?

: 네네. 맞아요. 여기서 미는 물의 옛말이라고 하네요. 간혹 오만둥이 혹은 주름 미더덕이라 불리는 녀석과 미더덕을 헷갈리기도 하는데 외형적으로나 조금 달라요. 미더덕은 크면서 길쭉하지만, 오만둥이는 울퉁불퉁하면서 불규칙한 모양이죠. 수확 철도 다른데 미더덕은 1~8, 오만둥이는 8월 이후에 본격적으로 난다고 해요. 가치도 오만둥이는 미더덕 절반 정도로 매겨진다고 하네요.

DJ : 또 먹을 줄만 알았지 그런 차이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책에도 미더덕이 나오잖아요? 책에서 보니 미더덕 껍질 까기 현장에도 직접 가셨더라고요?

: , 저희가 또 영광스럽게도 그 현장에 가 봤는데. 어머님들이 질문에 답하면서도 손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식칼 반 크기 정도로 뭉텅하게 별도 제작된 칼로 미더덕을 까는데 두 사람이 하루 동안 수확해서 가공할 수 있는 양이 무려 100kg에 이른다 해요. 하루 일당은 5만 원 정도고요. 미더덕 까는 요령도 알려주셨는데 칼에 너무 힘을 주거나 깊이 찔러선 안 된다고 해요. 저도 자신 있게 그 말만 믿고 한번 해 봤는데. 조금만 힘을 주니 미더덕 속 물이 툭 터지면서 흐르더라고요.

DJ : 말만 들어도 벌써 손이 벌벌 떨리네요. 음식 얘기 좀 해볼까요? 우리가 보통 아귀찜이나 된장국에 넣어 먹는 음식재료, 미더덕찜 정도로만 생각할 수 있는데, 미더덕 요리가 정말 많다면서요?

: 그렇죠. 터트려서 펄을 빼고 그냥 먹으면 가장 맛있는다는 미더덕 회는 물론, 미더덕 부침개도 있죠. 특히 미더덕 덮밥이 인기가 많다고 해요. 미더덕 속을 빼 꼼꼼하게 다지면 마치 잘 삭은 젓갈을 몇 숟갈 올려놓은 모양새가 되는데 여기에 참기름과 김 등을 올린 게 덮밥이죠. 이게 약간 시큼하면서 단맛이 나요. 고소하고 단 향기도 일품이고요. 이 밖에도 마산어시장에서는 미더덕 젓갈도 만나볼 수 있어요.

DJ : 어디선가 미더덕 향이 막 올라오는 것 같네요. 미더덕 덮밥 연휴 기간 저도 꼭 먹어보도록 할게요. 여기서 정말 궁금한 게, 미더덕 껍질은 먹어도 되나요?

: . 미더덕 껍질은 콜레스테롤이나 인체 해로운 물질을 흡착해 배설해주는 역할도 한다고 하는데요, 특히 콘드로이틴황산이라는 성분이 있어 피부미용에 좋다고도 하네요.


된짱찌개와도 찰떡궁합인 미더덕.


DJ : 오 껍질에 그런 기능이 있었군요. 제 피부를 위해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오독오독 다 씹어먹어 볼게요. 마지막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마산 미더덕이란?

: 향과 맛. 노화방지와 성인병에 예방에 탁월한 효능까지. 마산 미더덕 그것은 작은 알 속에 꽉 들어찬 바다로 정리해 볼게요.

DJ : ,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7) 거창 사과


DJ : 이번 주 화요일이었죠? 서울 낮 기온이 29.5까지 오르며 역대 두 번째로 높은 4월 하순 기온을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가요? 여름이 훌쩍 다가왔음을 느낍니다. 날씨 때문인지 오늘은 이분께서 이 음식을 떡 하니 들고 오셨어요. 목요일마다 우리에게 맛있는 여행을 선물하는 분. 이서 님 모셨어요.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DJ : 그나저나 오늘 소개할 식재료가 들고 오신 이거 맞나요?

: , 저번 주에 제가 양파를 소개하면서, 다음 주에 우리 DJ 님께 양파를 선물하겠다 이런 농담을 했는데, 양파를 생으로 먹기엔 아무래도 좀 그러니. 뭔가 비슷한 이 음식을 준비해봤어요.

DJ : 그러고 보니 좀 비슷하기도 하네요. 그러면 우리 청취자분들도 알 수 있게, 우리 작가님이 한 번 소리로 이 음식을 표현해 보는 건 어떨까요?

: 좋아요. 작가님께서 아주 맛있게 한 번 먹어보는 걸로 (아삭아삭!)

DJ : 눈치 채셨나요? 그렇습니다. 오늘 소개할 음식은 붉은 태양을 닮은 사과에요. 그런데 오늘 들고 오신 사과 원산지가 거창이라면서요?

 

달고 맛있는 사과. 참 친숙한 과일이다.


: , 오늘 맛있는 이야기는 거창 사과 편으로 준비했는데요, 본격적인 수확 철은 아니지만 올여름 더 맛있게 사과 즐겨보시라고 마련했어요. 그전에! 또 우리가 역사 이야기를 안 할 순 없잖아요? 아는 만큼 맛있게 먹는다는 자세로거창 사과 같은 경우 2012년 기준으로 생산량은 전국 7, 도내에서는 66.5%를 차지한다고 해요. 거창군 전체 농업소득에서는 3분의 1이 사과라고 하니 고장을 먹여 살리는 자산이죠. 거창 사과는 1930년 거창읍 대동리에서 처음 재배해 1941년 퍼지게 됐다고들 해요. 1966년에는 정부 농특사업에 지정됐고 1987년에는 지역 내 제1 농특산물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고 하네요. 거창 사과가 유명해 질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늘 그렇듯 자연환경이 큰 역할을 했는데요, 거창은 평균 일교차가 11.6도로 크고 전 지역이 해발 200~900m에 이르는 고지대라 사과가 자라기 좋다고 하네요.

DJ : 우리에게 친숙한 이유가 있었네요. 그 오랜 역사를 지닌 사과가 요즘에는 다양하게 변신도 한다면서요? 저는 사과로 만든 와인은 먹어봤거든요. 또 뭐가 있을까요?

: , 사실 우리가 알지 못해서 그렇지 일상에서 꽤 많이 먹고 있더라고요.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건 탕수육! 탕수육 소스엔 이 사과가 필수라고 하네요. 카레나 샐러드도 빼놓을 수 없고요. 여기에 취재과정에서 알게 된 요리들도 있는데 사과가 돼지고기하고 특히 잘 어울린다고 해요. 풍미도 더해주고 소화도 잘 시켜준다고 하네요. 그래서 얇게 썬 사과와 잘 펴진 등심, 치즈, 깻잎을 김밥 말듯이 만 돼지고기 등심롤이라는 요리가 있더라고요. 또 볶은 사과 위에 얇은 햄을 살짝 얹힌 햄 사과 크레페도 있고요. 이게 또 술안주로 최고라네요.

DJ : 사과의 변신 정말 무궁무진하네요. 여기서 정말 궁금한 게 우리가 보통 사과하면 밤 사과는 독이다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어떤가요.


밤에 먹는 사과는 독? 소화기능이 튼튼한 사람이라면 걱정 안 해도 돼요~


: 저희도 취재할 때 그 부분을 몇 번 물어봤었거든요. 이게 오해가 아닌 사실에 가깝다고 해요. 펙틴이라는 성분 때문인데, 이 성분이 잠자리에서 장 소화기능에 부담을 줄 수가 있다고 하네요. 근데 소화기능이 튼튼하고 위가 건강한 사람이면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하더라고요.

DJ : 그렇다면 저는 별로 문제가 없겠네요. 듣기로는 거창을 가셨을 때 직접 사과 따기 체험도 하셨다면서요?

: , 서툰 솜씨로 몇 개 따 봤는데. 무엇보다 상처가 나지 않게 따는 게 참 중요하더라고요. 엄지손가락을 사과와 가지 사이에 끼고 옆으로 돌리면 톡 하고 떨어지는데 이게 또 사과마다 생긴 게 다르니. 다 통하진 않다 보니 결국 하나하나 정성이 필요하죠. 숙도와 색을 위해 과수 아래에 깔아놓은 은색 비닐 때문에 햇볕이 더 뜨겁게 느껴지는 건 말도 할 수 없고요.

DJ : 그렇군요. 이렇게 힘들게 딴 사과 잘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통 우리가 빨간색이 좋다는 건 알고 있잖아요?

: , 사과 본 색깔 외에도 꼭지 색깔도 중요한데 이게 가늘면서 푸른색을 띤 것이 좋다고 하네요. 또 가볍게 두들겼을 때 탱탱한 소리가 나면 좋은 사과라고 합니다.

 

좋은 사과를 고르는 방법은? 꼭지 색깔도 꼭 살피세요+_+


DJ : 네 잘 알았습니다. 끝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거창 사과란?

: 앞서 말하지는 못했는데 사과가 세계적으로 품종만 700종이 된다고 해요. 그 중 거창에서는 부사라 불리는 후지와 홍로를 많이 재배하죠. 기후 변화에 맞는 품종 개량은 물론 재배 기술 개발에 많이 힘쓰고 있다고 하는데요, 더 맛있는 사과를 만들고자 노력. 그래서 거창 사과는 '과일이 아니라 과학이다'라고 정리해볼게요.

DJ : , 오늘도 좋은 소식 잘 들었습니다. 다음 주에 뵐게요~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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