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21) 통영 물메기, 남해 털게


DJ : 우리 청취자들은 '실패'와 관련해 어떤 말을 가장 먼저 떠올리시나요? 최SNS에서는 휴대폰 게임을 즐기다가 '실패'라는 단어가 뜨자 오히려 좋아하는 한 아이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지요. 어른들이 '너 실패라는 말이 무슨 뜻인 줄 알고 그렇게 좋아하냐'고 묻자 아이는 이렇게 답했다네요. "실패요? 이건 다시 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매주 맛있는 이야기로 우릴 초대하는 분. 이분은 실패에서 무엇을 떠올릴까요. 이서 님 모셨어요.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DJ : 오늘 맛있는 경남, 실패 이야기로 문을 열어봤는데. 이서 님. 오늘 음식 이야기와 실패. 혹시 연관이 있나요?

: 역시 눈치가! 사실 오늘은 사죄 말씀 먼저 드리고 시작해야 할 듯해요. 요 몇 주간 우리 지 작가님을 통해서! 그날 소개할 음식을! 비록 소리지만! 청취자분들에게 들려줬잖아요. 하지만 오늘 소개할 이 음식들, 정말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지만! 구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우리 작가님이 뭔가 원망의 눈초리로 저를 바라보시네요.


겨울철 별미 물메기탕!


DJ : 하필! ! 제가 이렇게 정오의 희망곡을 대신하고 있는 이때! 음식 구하기에 실패했다니! 도대체 어떤 음식이기에 우릴 이렇게 애먹이는 건가요?

: , 남해라는 카테고리로 묶이는 이 녀석들 제철은 겨울과 봄이에요, 못생겼지만 계속 찾게 되는, 특유의 향과 맛으로 식객을 사로잡는! 오늘 주인공은 통영 물메기와 남해안 털게입니다.

DJ : , 이게 제철에 딱! 방송됐더라면 정말 푸짐한 정오의 희망곡이 될 수 있었을 텐데요. 아쉽네요. 그렇다고 또! 우리가 배움을 게을리해선 안 되겠죠? 우선 물메기와 통영 간의 연결고리 설명해주신다면요?

: , 물메기는 통영 추도~사랑도~욕지도로 이어지는 바다가 주 어장인데요, 그중에서도 추도 물메기가 유명하죠. 추도 물메기가 특별한 이유는 경험과 물에서 찾을 수 있죠. 물메기를 건조하려면 많은 물이 필요하거든요? 특히 민물을 사용하는데, 추도는 아래가 미륵도와 연결된 화산섬이어서 높은 압력을 가진 대서층 물이 땅 위로 계속 솟아오른다고 해요. 여기에 물메기를 반으로 갈라 내장·아가미·알을 제거하고 빡빡 씻는 일, 건메기 손질에서 피를 뽑는 일 등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추도 물메기는 더욱더 이름을 떨치게 됐죠.


보기만 해도 속이 시원~~


DJ : 풍부하고 깨끗한 물, 어민들의 손기술이 오늘날 추도 물메기를 만든 셈이네요. 그러면 남해안에서 털게가 잘 자란 이유는 또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 , 털게는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여수~남해~사천~통영~거제 해역에 걸쳐 잡히거든요, 이 중에서도 털게로 더 이름 알려진 곳은 남해죠. 털게는 모자반이라 불리는 해초에서 자생하거든요? 이빨이 강해서 그 해초를 먹고 자라는데, 남해 인근에는 이 모자반이 풍부해 털게가 자라기 딱 좋다고 하네요. 1960년대~1990년대까지 남해 털게는 잡자마자 급랭해서 전량 일본에 수출했다고 해요, 팔라 남은 것은 쪄서 혹은 된장국에 넣어 먹었고요. 그러다 2000년대 매스컴을 타면서 털게를 향한 우리나라 국민 관심도 높아졌고, 이제는 국내에서도 그 맛을 즐기고 있죠.

DJ : 맞아요, 저도 예전에 그 몇 박 며칠로 여행 다니는 그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남해 털게를 접한 적이 있거든요? 황금빛 털, 강철 갑옷 속 감춰진 뽀얀 속살이 기억에 남네요. 이제 먹는 이야기로 바로 넘어가 볼까요? 다가올 겨울·봄 물메기·털게, 어떻게 하면 제대로 맛볼 수 있을까요.


못 생겼다고 놀리지 마세요~~


: , 일단 물메기는 역시 탕이죠! 물메기탕은 역시 그 시원한 육수가 입맛을 사로잡잖아요, 이 육수는 먼저 고기와 함께 끓이다가, 고기가 익으면 고기만 건져낸 후 다시 끓이는 등의 노력이 뒷받침된다 해요. 또 모자기, 대파, 무밖에 없어 맑은 국물과 부산하게 뼈를 발라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부드러운 고기가 아주 조화롭죠. 그다음! 통영에서는 건메기로 메기를 먹기도 하거든요? 피를 쪽 빼 잘 말린 건메기는 구워서도 먹고 찜으로도 먹는데요, 우선 구워 먹는 건메기는 짭조름하면서도 홍어 삭힌 맛도 살짝 나더라고요. 그리고 찜으로 먹은 건메기! 이게 또 별미거든요. 간장으로 간을 한 건메기찜은 두툼했던 그 살이 바싹 말랐다가 다시 양념을 흡수해 풍부한 맛을 내더라고요.

DJ : 맞아요, 건메기 맛을 모르고 물메기 알았다고 하지 마라 이런 말도 있더라고요. 근데 이 건메기는 통영 아닌 다른 지역에서는 좀 접하기 어렵다 하더라고요. 혹시! 이번 여름휴가 때 통영여행 계획하신 청취자분들 계신다면 건메기 요리 꼭 한 번 맛보시기 바랄게요. 다음은 털게! 털게 요리하면 보통 쪄먹는 걸 떠올리잖아요. 이 외에 요리법 알려주신다면요?

: 찜 말고도 털게로 끓인 된장찌개가 특히 별미라고 해요. 다른 재료로 필요 없어요. 털게, 된장, 청양고추, 냉이면 충분하죠. 된장은 약간 싱겁다 할 정도로 풀어주는 게 좋은데, 완성된 찌개는 담백하면서 칼칼하고, 또 냉이와 털게 향이 입맛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죠.

DJ : 꽃게 넣은 된장찌개는 많이 먹어봤는데 털게와 된장찌개의 만남, 정말 기대가 되네요. <맛있는 경남> 책을 보면 음식과 관련한 오해를 푸는 코너도 있더라고요. 물메기와 털게, 오해 아닌 오해가 있을까요?

: , 물메기 같은 경우 간혹 미끌미끌한 껍질부분이 싫어 꺼리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하지만 물메기 껍질과 뼈 사이엔 교질이 풍부해 관절염, 당뇨병 예방에 효과가 있으니 꼭 챙겨드시길 바라고요. 털게! 사실 남해안 일대에서 나는 털 수북한 놈을 두고 털게라고 하지만 이게 엄밀히 따지면 틀린 말이에요. '왕밤송이게'가 정확한 말이죠. 실제 털게는 동해안 일대에서만 나는 별도 품종이죠. 하지만 어민들도 오히려 털게로 불리길 바라고, 품종은 다르지만 큰 차이가 없다고 하니. 다르게 부른다고 너무 눈치 주지 않기로~

DJ : 왕밤송이게, 조금 어색하긴 하네요. 아 참, 물메기·털게잡이 현장 직접 가보기도 하셨다면서요?


털게를 먹기 전 한 번 쏙쏙 눌러보는 요령도 필요!


: , 물메기는 철 되면 새벽 4시께 조업에 나서 정오에 돌아오는 생활이 반복된다 해요. 잡는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대나무통발을 주로 사용하는데, 35cm 안 되는 놈들은 그냥 놓아주기도 한다네요. 그리고 추도. 추도는 집집이 빨래는 없어도 물메기는 널려 있다는 말이 딱 맞는데요, 이곳에서 물메기를 다듬는 어머님들은 그 품삯도 물메기로 받기도 한다 하니 추도의 물메기 사랑 정말 엄청나죠털게잡이는 저인망 어업이 일반적이에요. 가까운 바다에서는 통발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소라·해삼·멍게 등등 각종 어종이 심심찮게 올라오거든요? 이걸 선별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하더라고요. 그래도 다행히 털게가 웬만해서는 물지 않는다고 하니! 혹 기회가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체험하시기 바랄게요.

DJ : 역시 맛있는 음식 뒤에는 수많은 노력이 함께 한다는 거 다시 한 번 기억할게요. 마지막 한 마디에 앞서 좋은 물메기와 털게! 고르는 방법 알려주신다면요?

: , 물메기는 알을 품어 크기와 살이 적은 암놈보다 수놈을 더 쳐주거든요? 성별 확인, 그리고 추도 원산지 확인 한 번 하면 될듯하고요. 털게는 가장 아래쪽 다리 윗부분을 눌렀을 때 껍데기가 단단하면 달고 맛있다고 해요. 그 부분이 물렁물렁하면 충분히 살이 오르지 않았다고 하니 한 번 쏙쏙 눌러보고 사면 될 듯해요.

DJ : 잘 기억해뒀다가 계절이 바뀌면 꼭 써먹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물메기와 털게는?

: , 이 두 녀석에겐 살짝 미안하지만 진심을 담아. 못생겼다 피하지 마라. 먹어보면 다시 찾게 된다.

DJ :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 세상의 훈훈한 이야기를 모아모아서-.

좀 더 따뜻한 세상이 되길 바라며, 사람 냄새 나는 글을 전합니다.





(1) 2016년 8월 다섯째 주 소식


DJ :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덥더니,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온 기분이죠정말 무더웠던 올여름, 막상 보내려니 아쉬움 마음도 드는데요. 매주 목요일 '좋은 이야기들만 골라 골라 오는 이분'은 이렇게 위로하고 싶다 하네요"섭섭해 마세요, 올가을에는 더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거에요." 훈훈한 세상 만들기에 앞장서는 분이죠, 이서 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DJ : 지난주 첫 방송이 나가고 나서 주변 반응 좀 어땠나요?

: 다행히도 칭찬이 많았다는 점. 마음이 따뜻해진다, 훈훈하다 부터 시작해 우리 동네에도 좋은 일 생기면 연락주겠다까지! 고마운 이야기들이 많아 참 감사한 한 주였죠.

DJ : 맞죠! 뭔가 저도 한 주 만에 우리 사회가 더 따뜻해진 기분이랄까? 그렇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열심히 달려야겠죠?! 지난주 우리 경남에서는 어떤, 훈훈한 일들이 또 있었나요?

: , 오늘도 역시! 세 가지 키워드로 준비해봤어요. 고르는 재미도 있고! 오늘의 키워드는 소통, 공무원, 저금통이에요. 뭐부터 시작할까요?

DJ : 제가 또 소통 왕 아니겠어요?! 오늘의 경사세! 소통으로 먼저 열어볼게요.

: , 4개월간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앞장선 분들이 소통 키워드 주인공들이신데요23, 합천군 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사랑의 수화교실 수료식이 열렸다고 해요.

DJ : 말로만 듣던 수화, 참 힘들었을 텐데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군요.

: , 유난히 무더웠던 날씨에도 수강생 12분은 매주 화요일 2시간 동안 기초단어부터 대화연습까지 꼬박꼬박 익혀갔다 하는데요, 그 결과 농아인과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만큼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에 대해 임영수 농아인협회 합천군지부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농아인에 대한 이해와 인식개선 계기가 되었다"며 열심히 수화를 배운 수료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요.

DJ : 따뜻한 마음으로, 배움의 열정으로 고생해오신 수강생 여러분께 다시 한 번 박수를! 그나저나 이 좋은 수업, 앞으로도 계속 들을 수 있는 거죠?

: , 천군 사랑의 수화교실. 뜨거운 관심에 힘입어 하반기에는 초급반 이수자를 대상으로 중급반 과정을 추가로 개설하고, 초급반도 동시에 운영한다고 하니 많은 참여 바란다고 하네요.

DJ : 첫 번째 소식 들었으니! 기념으로 한 번 외쳐볼까요? 경사세!! 다음으로, 두 번째 키워드! 저금통과 관련한 훈훈한 소식 들려주신다면요?

: , 혹시 우리 복자 씨는 지인 중에 창원 팔룡동에 거주 중인 분이 있으신가요? 우리 청취자분들 중에 팔룡동에 사는 지인이 있다!, 한 번쯤 칭찬해 줘도 괜찮을 듯해요. 팔룡동 주민들께서 요즘 아주 뜻깊은 일을 실천하고 계시거든요.

DJ : 저금통과 팔룡동 주민들! 저는 딱 감이 오는데요? 한 푼 두 푼 모은 동전들, 좋은 일이 쓰일 수 있도록 기부하신 거죠?

: 딱 맞아요! 지난 6월이었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남본부와 협약을 체결한 팔룡동 주민센터가 팔룡동 내 14000여 가구에 저금통을 배포했는데요, 사랑의 동전 모금 '행복나눔사업'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후원사업은! 아프리카 케냐 식수지원을 위해 시작됐어요.

DJ : 우리 <경사세> 세계로 뻗어가는 건가요? 나눔이라는 거, 말로는 쉽지만 직접 실천하기란 참 어렵잖아요. 우리 팔룡동 주민들 정말 대단하신걸요?

: 그렇죠. 주민들은 지난 29일 저금통 1차 전달식을 열었는데요, 이날 전달식에는 약 700여 개의 저금통이 접수됐다고 해요. 이 중 어린이집 원생 20명은 직접 행사장을 찾아 저금통을 전달하고 메시지 카드를 적기도 했고요, 팔룡동한마음단체협의회는 366만 원의 모금액을 전달하며 사업에 힘을 보태기도 했네요그 덕분에 현재까지 모금액은 저금통을 제외하고 일시후원 776만 원, 정기후원은 연간 606만 원에 다다랐다고 하네요. 사업은 10월 말까지 진행된다고 하니 미처 참여하시지 못한 주민분들이 있으신다면! 주민센터로 바로 전화하면 된다고 하네요.

DJ : 내가 아낀 작은 동전 하나가, 지구 반대편 어린이들에게 기쁨으로 돌아갈 수 있다니. 정말 뿌듯한 일이겠네요. 역시나 오늘도 훈훈한 경사세! 그 마지막을 장식할 '공무원' 키워드에 대해 이야기해 주신다면요?

: , 사실 공무원이라는 키워드 앞에 '생명을 지킨'이라는 수식어가 있으면 더 좋을 듯한데요, 주인공은 창원시 공보관 소속 김용하 계장이에요. 김 계장은 지난 25일 마창대교 도로 한쪽에 쓰러진 30대 남성의 생명을 구하셨거든요.

DJ : 정말 긴박했을 그 순간, 김 계장님은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 , 김 계장님은 그날 행사를 마치고 시청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는데요, 길가에 쓰러진 남성을 발견하고 너무 상황이 이상하다 싶어 차를 뒤로 돌렸다고 해요. 아니나 다를까 가까이서 보니 남성은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상황은 매우 심각했었고요. 계장님이 바로 119에 연락했지만 마냥 기다릴 수 없었던 이유도 여기 있고요. 계장님은 곧 소방본부 행사를 취재하면서 익혔던 응급조치를 떠올렸다고 하는데요, 예전에는 물에 빠져 호흡이 멎은 사람도 같은 방법으로 구한 적이 있었대요. 곧바로 깍지를 낀 손으로 심폐소생을 시작했고 몇 차례 시도하니 가까스로 호흡이 돌아왔다고 하네요. 곧바로 차에 있는 야외용 매트로 그늘을 만들어 남성이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했고요.

DJ : 정말 쉽지 않았을 텐데, 침착한 대응이 한 생명을 구한 셈이네요. 근데 또 이런 분들이 자신의 공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시잖아요?

: 정확해요. 계장님은 오히려 "소방대원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무더위 속에 을지훈련까지 진행 중이었는데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하더라. 저보다 소방대원들이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네요. 그러면서 "다만, 그전에 지나갔던 차도 있었을 테고 이후에도 지나가던 차들이 응급상황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고 덧붙이셨고요.

DJ : 그러고 보면 응급처치법 꼭 익혀 둬야 한다, 정말 필요한 거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저도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복습해봐야겠어요. 지난주! 역시 훈훈한 소식들로 가득했던 우리 경남, 가시기 전에 또 오늘 소식들 한마디로 정리해주신다면요?

: , 오늘은 이렇게 정리해봤어요. "생활 속 작은 실천, 나눔을 낳고 생명을 구합니다". 무슨 캠페인 표어 같지 않나요?

DJ : 얼핏 그런 거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20) 함양 흑돼지


DJ : 음식을 표현하는 소리, 참 많죠? 어떨 때는 그 소리만으로 맛있는 밥상을 떠올리기도, 입맛을 자극하기도 하는데요. '보글보글'하면 뜨끈뜨끈한 찌개가, '사각사각' 하면 달고 단 과일이, '노릇노릇'하면 잘 익은 전이 떠오르는 건 저뿐만이 아니겠죠? 오늘 소개할 이 음식 역시 '이 소리'와 아주 잘 어울린다고 하는데요, 전국 구석구석, 우리 지역의 음식재료를 찾아 떠나는 분, 이서 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 볼게요.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DJ : 오늘 맛있는 이야기, 음식과 관련한 소리로 문을 열었는데, 우리 이서 님은 어떤 소리 가장 좋아하시나요?

: 저는 개인적으로 면 음식 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아, 후루룩후루룩 소리만 들으면 아주 심장이 요동쳐요.

DJ : 그러면 혹시, 오늘 들고온 이 음식도 면 음식인가요? 뭔가 뜨끈뜨끈 한 것 같긴 한데요?

: 어떤 음식일지! ! 오늘도 우리 지 작가님 불러봐야겠죠? 작가님!

: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DJ : 벌써 눈치 채신 분들 많으실 텐데요, 이 음식 어떤 음식인가요?


'지글지글' 삼겹살. 언제 먹어도 최고! 


: , 이 음식하면 역시 '지글지글'이라는 소리가 딱 붙는데요, 물론! 오늘은 여건상 직접 고기를 굽지는 못하고, 이게 들어간 '전골'로 준비해봤어요. 삼겹살로도 먹고 오겹살로도 먹고, 찌개에 넣어도 먹고, 볶아서도 먹는 국민 음식! 오늘 맛있는 이야기는 돼지 편입니다.

DJ : 지난주 전어에 이어 우리 입맛 다시는 청취자들 많으실 텐데요, 근데 오늘 이 돼지가 일반 돼지와는 조금 다르다면서요?

: 그렇죠. 흔히 똥돼지라고도 하죠? 경남 함양이 주 고장인 흑돼지로 준비해봤는데요, 백돼지에 비해 온몸이 검은 털로 덮여있고 몸집도 작은 녀석이지만 이야깃거리만큼은 아주 풍성하더라고요.

DJ : 함양 흑돼지! 저는 꽤 귀한 음식으로 알고 있거든요? 이 흑돼지 오늘 샅샅이 파헤쳐 보기로 해요. 먼저 우리가 또! 공부하고 가야죠? 함양과 흑돼지의 연결고리 말해 주신다면요?

: , 함양은 험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농사지을 만한 땅이 부족한 곳이죠. 가축이라도 길러야 했지만 이 또한 변변치 않아 돈사와 화장실을 한 공간에서 해결하는 것에 생각이 뻗친 것이죠. 재래식 방식으로 키우는 똥돼지는 1970년대 초반까지 함양을 비롯한 지리산 주변 등에서 볼 수 있었는데요, 1980년대 들어서는 생산성, 위생, 경제성 등의 문제로 모두 일반돼지로 옮겨갔죠. 그러다 2000년대 이후 흑돼지에 다시 눈을 돌렸다 해요. 우량교배를 통해 퇴화하던 흑돼지를 되살렸고, 육질을 단단히 하는 사료를 집중적으로 먹이면서 옛 명성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하네요. 물론 지금도 함양에서는 재래식 똥돼지 흔적을 찾아볼 수 있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아는 이에게 의뢰받아 한 마리씩 키우는 정도에 그친다 하네요.

DJ : 맞아요, 예전에 함양에서 위에는 화장실, 아래는 돈사 형태인 임시 건물을 본 기억이 있는데요, 이제는 그 자리를 흑돼지가 또 채워주고 있다고 하니! 너무 아쉬워하지 않아도 될 듯하네요. 그나저나 책을 보면 흑돼지 사육에 인생을 건 분도 만났다 하더라고요?

: , 10여 년째 흑돼지 농장을 운영하신 한 농민이신데, 이분이 200220마리로 시작해 7000마리까지 개체수를 늘렸다고 해요. 함양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최대규모라 하고요. 흑돼지 농장을 운영하면서 주의해야 할 몇 가지도 알려주셨는데요, 여름에는 기온·습도, 그리고 환기가 특히 중요하다 하네요. 또 흑돼지 육질을 좌우하는 큰 요소로 사료를 뽑아주셨는데 당귀라 불리는 한약재를 섞어 사료로 쓴다고도 해요.

DJ : 역시 좋은 것 먹고 자란 우리 흑돼지들!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 또 있었네요. 여기서! 오해 하나 풀고 갈까요? 흑돼지는 모두 토종돼지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어떤가요. 실제로는.

: 참 모호한데요, 고구려 시대부터 이어진 재래종과 서양에서 들어온 종이 함께 섞였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해요. 자연환경, 키우는 방식에 따라 점차 변화해 왔기도 하고요.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재밌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왜 우리가 흑돼지 고기 보면 까만 털이 송송 박혀 있는 게 있잖아요? 한때는 이게 재래종임을 상징하는 일종의 보증수표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해요아무튼 어느 흑돼지든 품종 개량을 통해 더 건강한 흑돼지를 만드는 노력이 뒷받침된 만큼 토종이든 재래종이든, 외래종이든 모두 다 맛있고 건강하다는 사실! 잊지 않았으면 해요.


좋은 흑돼지를 만들려는 노력이 뒷받침된 만큼 토종이든 재래종이든외래종이든 모두 건강하다는 사실!


DJ : 우리 농민들 노력이 뒷받침됐다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이제 먹는 이야기 좀 해볼까요? 국민 음식이라 불리는 삼겹살부터, 전골까지. 돼지로 할 수 있는 요리 정말 많잖아요. 몇 가지 소개해 주신다면요?

: , 저는 그 함양읍 중앙시장 내 한 식당에서 먹었던 순대와 머리 고기가 기억에 남는데요, 국물을 내는 사골까지 모두 흑돼지가 재료이더라고요. 우선 머리 고기는 연골과 껍질의 조화도 훌륭해서 '싱싱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더라고요. 잘게 간 머리 고기에 양파, 대파, 양배추, 배추, 깨순, 부추, 당근 등을 넣어 만든 피순대는 담백하면서 야채와 고기 선지가 제 맛을 다 낸다 해야 할까요? 먹으면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느낌이더라고요.

DJ : 물론 저도 순대를 좋아하긴 하지만 고기 군내 때문에 순대 종류를 꺼리는 분도 계시잖아요? 함양 흑돼지, 그런 문제는 없나요?

: , 함양에 또 물이 좋잖아요. 지리산이 내린 지하수에 1시간 정도 담가 피를 뺀다 하니 군내가 정말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래도 조금 부담스럽다는 분들이 계신다면 역시! 구워 먹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살과 고기가 겹겹이 오겹살을 이룬 함양 흑돼지는 이미 맛있는 조건을 타고났는데요, 맑은 육즙과 지방의 조화가 특히 뛰어나 쌈 채소 없이도 몇 점이고 그냥 먹게 되더라고요. 흑돼지 갈비찜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부드럽게 뼈와 살이 분리되면서 입에 착 감기는 그 맛! 다만, 짠맛 강해 술안주보다는 한 끼 밥반찬으로 제격이지 않나 생각되더라고요.


전골로도 많이 먹는 흑돼지. 사진은 불고기 전골!


DJ : 오늘 저녁은! 저도 돼지고기 요리 꼭 먹어야겠네요. 이렇게 맛있는 흑돼지! 당연히 우리 몸에도 좋겠죠?

: 그렇죠! 동의보감에는 돼지고기가 신장과 위장, 간장을 튼튼하게 하며 건조한 것을 촉촉하게 한다고도 나와있는데요, 마른기침을 잡아주는 데도 특히 좋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 몸에 좋은 흑돼지도 먹을 때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요. 돼지고기는 기본적으로 찬 성질이거든요? 잘못 먹으면 소화기병이나 기력손상이 올 수 있다고 하니 꼭꼭! 익혀서! 적당량만 드시길 권장할게요.

DJ : 맞습니다! 맛있다고! 무작정 많이 먹기 없기! 다 같이 꼭 기억해요. 마지막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함양 흑돼지란?

: 오늘은 뭔가 시처럼. 흑돼지의 오겹, 그것은 땅·돼지·사람의 돌고 도는 인연이 겹겹이 쌓인 것이니라.

DJ :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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