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21) 통영 물메기, 남해 털게
DJ : 우리 청취자들은 '실패'와 관련해 어떤 말을 가장 먼저 떠올리시나요? 최근 SNS에서는 휴대폰 게임을 즐기다가 '실패'라는 단어가 뜨자 오히려 좋아하는 한 아이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지요. 어른들이 '너 실패라는 말이 무슨 뜻인 줄 알고 그렇게 좋아하냐'고 묻자 아이는 이렇게 답했다네요. "실패요? 이건 다시 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매주 맛있는 이야기로 우릴 초대하는 분. 이분은 실패에서 무엇을 떠올릴까요. 이서 님 모셨어요. 안녕하세요.
이 : 네 안녕하세요.
DJ : 오늘 맛있는 경남, 실패 이야기로 문을 열어봤는데. 이서 님. 오늘 음식 이야기와 실패. 혹시 연관이 있나요?
이 : 역시 눈치가! 사실 오늘은 사죄 말씀 먼저 드리고 시작해야 할 듯해요. 요 몇 주간 우리 지 작가님을 통해서! 그날 소개할 음식을! 비록 소리지만! 청취자분들에게 들려줬잖아요. 하지만 오늘 소개할 이 음식들, 정말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지만! 구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우리 작가님이 뭔가 원망의 눈초리로 저를 바라보시네요.
겨울철 별미 물메기탕!
DJ : 하필! 또! 제가 이렇게 정오의 희망곡을 대신하고 있는 이때! 음식 구하기에 실패했다니! 도대체 어떤 음식이기에 우릴 이렇게 애먹이는 건가요?
이 : 네, 남해라는 카테고리로 묶이는 이 녀석들 제철은 겨울과 봄이에요, 못생겼지만 계속 찾게 되는, 특유의 향과 맛으로 식객을 사로잡는! 오늘 주인공은 통영 물메기와 남해안 털게입니다.
DJ : 아, 이게 제철에 딱! 방송됐더라면 정말 푸짐한 정오의 희망곡이 될 수 있었을 텐데요. 아쉽네요. 그렇다고 또! 우리가 배움을 게을리해선 안 되겠죠? 우선 물메기와 통영 간의 연결고리 설명해주신다면요?
이 : 네, 물메기는 통영 추도~사랑도~욕지도로 이어지는 바다가 주 어장인데요, 그중에서도 추도 물메기가 유명하죠. 추도 물메기가 특별한 이유는 경험과 물에서 찾을 수 있죠. 물메기를 건조하려면 많은 물이 필요하거든요? 특히 민물을 사용하는데, 추도는 아래가 미륵도와 연결된 화산섬이어서 높은 압력을 가진 대서층 물이 땅 위로 계속 솟아오른다고 해요. 여기에 물메기를 반으로 갈라 내장·아가미·알을 제거하고 빡빡 씻는 일, 건메기 손질에서 피를 뽑는 일 등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추도 물메기는 더욱더 이름을 떨치게 됐죠.
보기만 해도 속이 시원~~
DJ : 풍부하고 깨끗한 물, 어민들의 손기술이 오늘날 추도 물메기를 만든 셈이네요. 그러면 남해안에서 털게가 잘 자란 이유는 또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이 : 네, 털게는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여수~남해~사천~통영~거제 해역에 걸쳐 잡히거든요, 이 중에서도 털게로 더 이름 알려진 곳은 남해죠. 털게는 모자반이라 불리는 해초에서 자생하거든요? 이빨이 강해서 그 해초를 먹고 자라는데, 남해 인근에는 이 모자반이 풍부해 털게가 자라기 딱 좋다고 하네요. 1960년대~1990년대까지 남해 털게는 잡자마자 급랭해서 전량 일본에 수출했다고 해요, 팔라 남은 것은 쪄서 혹은 된장국에 넣어 먹었고요. 그러다 2000년대 매스컴을 타면서 털게를 향한 우리나라 국민 관심도 높아졌고, 이제는 국내에서도 그 맛을 즐기고 있죠.
DJ : 맞아요, 저도 예전에 그 몇 박 며칠로 여행 다니는 그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남해 털게를 접한 적이 있거든요? 황금빛 털, 강철 갑옷 속 감춰진 뽀얀 속살이 기억에 남네요. 이제 먹는 이야기로 바로 넘어가 볼까요? 다가올 겨울·봄 물메기·털게, 어떻게 하면 제대로 맛볼 수 있을까요.
못 생겼다고 놀리지 마세요~~
이 : 네, 일단 물메기는 역시 탕이죠! 물메기탕은 역시 그 시원한 육수가 입맛을 사로잡잖아요, 이 육수는 먼저 고기와 함께 끓이다가, 고기가 익으면 고기만 건져낸 후 다시 끓이는 등의 노력이 뒷받침된다 해요. 또 모자기, 대파, 무밖에 없어 맑은 국물과 부산하게 뼈를 발라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부드러운 고기가 아주 조화롭죠. 그다음! 통영에서는 건메기로 메기를 먹기도 하거든요? 피를 쪽 빼 잘 말린 건메기는 구워서도 먹고 찜으로도 먹는데요, 우선 구워 먹는 건메기는 짭조름하면서도 홍어 삭힌 맛도 살짝 나더라고요. 그리고 찜으로 먹은 건메기! 이게 또 별미거든요. 간장으로 간을 한 건메기찜은 두툼했던 그 살이 바싹 말랐다가 다시 양념을 흡수해 풍부한 맛을 내더라고요.
DJ : 맞아요, 건메기 맛을 모르고 물메기 알았다고 하지 마라 이런 말도 있더라고요. 근데 이 건메기는 통영 아닌 다른 지역에서는 좀 접하기 어렵다 하더라고요. 혹시! 이번 여름휴가 때 통영여행 계획하신 청취자분들 계신다면 건메기 요리 꼭 한 번 맛보시기 바랄게요. 다음은 털게! 털게 요리하면 보통 쪄먹는 걸 떠올리잖아요. 이 외에 요리법 알려주신다면요?
이 : 찜 말고도 털게로 끓인 된장찌개가 특히 별미라고 해요. 다른 재료로 필요 없어요. 털게, 된장, 청양고추, 냉이면 충분하죠. 된장은 약간 싱겁다 할 정도로 풀어주는 게 좋은데, 완성된 찌개는 담백하면서 칼칼하고, 또 냉이와 털게 향이 입맛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죠.
DJ : 꽃게 넣은 된장찌개는 많이 먹어봤는데 털게와 된장찌개의 만남, 정말 기대가 되네요. <맛있는 경남> 책을 보면 음식과 관련한 오해를 푸는 코너도 있더라고요. 물메기와 털게, 오해 아닌 오해가 있을까요?
이 : 네, 물메기 같은 경우 간혹 미끌미끌한 껍질부분이 싫어 꺼리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하지만 물메기 껍질과 뼈 사이엔 교질이 풍부해 관절염, 당뇨병 예방에 효과가 있으니 꼭 챙겨드시길 바라고요. 털게! 사실 남해안 일대에서 나는 털 수북한 놈을 두고 털게라고 하지만 이게 엄밀히 따지면 틀린 말이에요. '왕밤송이게'가 정확한 말이죠. 실제 털게는 동해안 일대에서만 나는 별도 품종이죠. 하지만 어민들도 오히려 털게로 불리길 바라고, 품종은 다르지만 큰 차이가 없다고 하니. 다르게 부른다고 너무 눈치 주지 않기로~
DJ : 왕밤송이게, 조금 어색하긴 하네요. 아 참, 물메기·털게잡이 현장 직접 가보기도 하셨다면서요?
털게를 먹기 전 한 번 쏙쏙 눌러보는 요령도 필요!
이 : 네, 물메기는 철 되면 새벽 4시께 조업에 나서 정오에 돌아오는 생활이 반복된다 해요. 잡는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대나무통발을 주로 사용하는데, 35cm 안 되는 놈들은 그냥 놓아주기도 한다네요. 그리고 추도. 추도는 집집이 빨래는 없어도 물메기는 널려 있다는 말이 딱 맞는데요, 이곳에서 물메기를 다듬는 어머님들은 그 품삯도 물메기로 받기도 한다 하니 추도의 물메기 사랑 정말 엄청나죠. 털게잡이는 저인망 어업이 일반적이에요. 가까운 바다에서는 통발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소라·해삼·멍게 등등 각종 어종이 심심찮게 올라오거든요? 이걸 선별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하더라고요. 그래도 다행히 털게가 웬만해서는 물지 않는다고 하니! 혹 기회가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체험하시기 바랄게요.
DJ : 역시 맛있는 음식 뒤에는 수많은 노력이 함께 한다는 거 다시 한 번 기억할게요. 마지막 한 마디에 앞서 좋은 물메기와 털게! 고르는 방법 알려주신다면요?
이 : 네, 물메기는 알을 품어 크기와 살이 적은 암놈보다 수놈을 더 쳐주거든요? 성별 확인, 그리고 추도 원산지 확인 한 번 하면 될듯하고요. 털게는 가장 아래쪽 다리 윗부분을 눌렀을 때 껍데기가 단단하면 달고 맛있다고 해요. 그 부분이 물렁물렁하면 충분히 살이 오르지 않았다고 하니 한 번 쏙쏙 눌러보고 사면 될 듯해요.
DJ : 잘 기억해뒀다가 계절이 바뀌면 꼭 써먹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물메기와 털게는?
이 : 네, 이 두 녀석에겐 살짝 미안하지만 진심을 담아. 못생겼다 피하지 마라. 먹어보면 다시 찾게 된다.
DJ :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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