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대로 세 대 먼저 맞고 시작하자. 근데 인간적으로 얼굴은 때리지 말자.”

알았어. 벌써 몇 번이나 얘기해뒀다. 쟤나 중간에 발끈하지 말래.”

까만 놈과 여자 무리 대장이 이야기를 나누고서 놈들이 바라던 경기가 시작했다. 장소는 후미진 골목, 양측 선수는 맷집이 좋기로 소문난, 키 작은 꼬봉과 구멍 난 양말 소유자였다.

경기 시작. 여자애는 오른 주먹을 쥐더니 내 오른쪽 가슴을 쳤다. 아프지 않다. 내 아픔 정도를 모두 알아차렸는지 야유가 쏟아졌다.

두 대밖에 안 남았다.”

니 그러다가 나중에 터진다. 칠 수 있을 때 세게 쳐라.”

여자애가 다시 한 번 오른쪽 가슴을 쳤다. 전보다 힘이 많이 들어간 주먹에 나도 모르게 '' 하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한쪽에서는 박수 소리, 다른 쪽에서는 그것도 못 참느냐는 욕이 들렸다.

아픔이 분노로 바뀐다. 놈들에게 수없이 맞을 땐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올라왔다. 여자애에게 울분을 토하고 싶어졌다. 인사 한 번 제대로 나누지 않았던, 나와 같은 처지였던, 이 자리에 투견처럼 끌려왔던 아이인데, 내 분노는 오롯이 여자아이에게 향했다.

살짝 빗나간 마지막 주먹은 어깻죽지를 때렸다. ‘씨발.’ 내가 뱉은 욕에 놈들은 환호했다. 곧이어 이제 세 대 끝났으니 너도 공격하라는 말이 뒤통수를 때렸다.

나는 여자애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간 오른손으로 복부를 쳤다. 여자아이에게서 '' 하는 신음이 나왔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왼발로 여자아이 정강이 쪽을 걷어찼다. 여자 꼬봉은 균형을 잃고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쓰러진 여자아이는 내 쪽으로 팔을 몇 차례 휘저었지만 맞을 리 없었다.

여자아이 손을 발로 밟고 나서도 분노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주저앉은 여자아이를 발로 한 번 더 찰까, 손으로 머리를 때릴까 하는 생각이 나를 휘감았다. 잘한다, 저 새끼 맷집 키운 보람이 있네, 다음에는 남자 놈하고 한 번 붙여보자, 저 새끼 여자 때린다는 비아냥이 들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저놈들이 깐 판에 꼭두각시처럼 놀아나고 있지만 상관없었다. 나를 덮친 분노가 어디서 왔는지 모를 리 없었다. 여자애가 아무 잘못이 없다는 건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잘 알았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이 아이를 죽여야 할 것 같았다. 아니 죽도록 패고 싶었다.

한 번 더 걷어차려는 내 몸짓에 여자애는 몸을 잔뜩 웅크리더니 울음을 터트렸다.

저 새끼 저러다가 사람 잡겠다.”

우리가 이겼네. 그만.”

놈들 중 한 놈이 나를 제지했다. 여자 무리는 벌레 보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훑었다. 눈물과 먼지 범벅이 된 여자 꼬봉은 힘겹게 일어나더니 말 한마디 없이 무리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여자아이는 누구도 쳐다보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그냥 걸어만 갔다. 아무도 여자아이를 잡지 않았다.

여자 무리는 재밌었다라는 말만 남기고 우리가 왔던, 여자아이가 향한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놈들은 나를 둘러싸고 쓰레기니, 승리자니, 첫 승을 했다느니 온갖 욕과 칭찬을 동시에 쏟아냈다. 까만 놈은 벌써 다음 상대를 잡겠다며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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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에서 좌회전해서 가는 게 더 빠릅니다.”

.”

좌회전 깜빡이 소리가 체 3번 울리기도 전에 남자는 다시 입을 열었다.

요즘 애들은 선생한테도 바락바락 대든다고 하대. 근데 애들 인권이니 뭐니 때문에 선생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러니까 애들이 점점 더 삐뚤어지지.”

남자는 또 요즘 애들 타령이었다. 자기 자식은 범주에서 빠진 요즘 애들이야기였지만 그 조차도 건너 들은 게 전부였다.

강자와 강자를 강자로 만들어 주는 약자는 언제나 있었다. 머리를 맞는 애와 가슴을 치는 애, 담배를 피우는 애, 여자를 만나는 애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존재했다.

그냥 관심이 없었을 뿐이다. 알고 보면 그 자식도, 그 자식의 아버지도, 아버지의 아버지도 편협된 누군가에게는 요즘 애들이었다.

없던 관심을 억지로 끌어내고 아는 척하고 싶은 욕망으로 뒤덮인 어른이 요즘 애들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냈다.

그 시절, 강자 편에 섰거나 약자를 약자로 만드는 데 힘을 보탰거나, 그저 방관했거나. 남의 아픔을 지나가는 계절쯤으로 여겼던 대다수 사람에게 요즘 애들은 옛 기억을 감출 피신처에 불과했다.

 

저 앞 신호에서 우회전해서 쭉 직진하면 됩니다.”

미터기 요금이 막 만 원을 넘자 남자가 이전과는 다른 톤으로 말을 이어갔다. 혼자만의 대화가 싫증이 났는지 핸드폰을 살짝 들여다봤다가 이내 덮었다. 정장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또 한참 만지작거리다가 신호가 걸리자 카드를 꺼냈다.

그러다 또 남자는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가을은 가을이네.”

 

놈들 중 몇 명은 일찌감치 하복을 벗고 춘추복을 입었다. 모두 같은 옷을 입고 있을 땐 볼품없어 보이던 춘추복도 소수가 입을 땐 달라 보이는 게 학교였다. 놈들은 그 시선을 즐겼고 시스템 안에 있지 않음을 과시했다.

나는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아침이면 빵을 데웠고 매 순간 놈들 눈치를 살폈다. 쉬는 시간이면 심부름을 했고 점심때엔 놀잇감이 됐다.

교실 한쪽에서는 고등학교 진학 이야기가 꽃을 피웠다. 성적이 좋은 애들은 벌써 다른 도시로 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중간인 애들은 몇 군데를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놈들은 다 함께 갈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었다. 그 계획 속에 나도 포함해 있다는 게 섬뜩할 뿐이었다.

놈들에게는 새로운 놀이가 필요했다. 매일 먹는 빵은 물렸고 안마는 예전처럼 시원하지가 않았다. 탈출구를 찾은 건 나처럼 얼굴이 까만 놈이었다.

인마 이거 싸우는 거 한번 보고 싶지 않나.”

남자랑 붙이면 무조건 진다.”

맞은 게 있으니까 맷집은 좀 될걸?”

맞는 건 잘하는 데 칠 줄을 모른다 아이가.”

그래서 어쩌자고.”

걔 있다 아이가. 여자 꼬봉. 걔랑 붙이면 될 거 같은데. 내가 여자애들한테 말할게.”

놈들은 새 놀이에 큰 관심을 보였다. 까만 놈이 앞장서 여자 무리와 얘기를 나눴고 곧 모든 놈들이 만족할 만한 소식을 들고 왔다.

금마 무리도 재밌어하더라. 수요일 마치고 보기로 했다. 치마 말고 체육복 바지 입히고 온다더라. 먼저 세 대 맞고 나서 하기로 했다. 인마 설마 쓰러지겠나.”

잘할 수 있다, 이길 수 있다며 놈들이 내 등을 토닥거렸다. 어떤 놈은 맷집이 부족하다며 가슴을 쳤고 다른 놈은 특훈이라도 해야 한다며 쫑알거렸다.

상대는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을 했었던 여자아이였다. 친구들과도 곧잘 어울렸던 여자아이는 사춘기로 접어들면서 가장 밑바닥으로 떠밀렸다. 같은 옷을 자주 입고 구멍 난 양말을 한 번 신었다는 게 이유였다.

중학교에 온 이후 빵을 데우러 갔던 매점에서 몇 번 마주쳤지만 인사를 한 적은 없다. 축 처진 어깨, 한숨,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다리, 헝클어진 머리가 나를 보는 듯해 싫었다. 허겁지겁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는 뒷모습도 역겨웠다. 내 뒷모습이 저렇진 않을까 두려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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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이 다시 나를 부른 건 이틀 뒤였다. 그사이 거짓말이 익숙했던 나는 문제집을 산다, 친구들끼리 놀러 간다는 핑계를 대며 10만 원을 만들었다. 돈을 건네던 아버지는 그저 아껴 쓰라고만 할 뿐 다른 말은 내뱉지 않았다. 5만 원씩 두 번. 그냥 돈만 줬다.

 

익숙하게 내게서 돈을 받아 간 놈들은 계획대로 학교 점방 옆에 3주짜리 월세방을 얻었다. 6평 남짓한 크기에 이불 하나 배게 하나, 낡은 선풍기 하나. 수신이 잘 되는지 알 리 없는 텔레비전과 위태롭게 그를 받친 탁자, 모 국회의원 이름이 박힌 시계가 그 방 전부였다.

안경쟁이가 안다던 여자애들이 그 방을 찾은 건 다시 이틀 뒤다. 그전까지 방 안에서 놈들 무료함을 달래주는 건 나였는데 이제 대상이 바뀐 순간이었다.

 

여자애들은 모두 4명이었다. 청바지를 입은 애가 둘, 짧은 치마를 입은 애가 하나, 위아래 한 쌍인 트레이닝복을 입은 애가 한 명이었다.

여자애들은 사흘 동안 놀다 간다고 했다. 무리 중에 대장은 안경쟁이와 채팅을 한 청바지 입은 애 중 하나였고 가장 인기가 많은 건 치마를 입은 애였다. 치마 입은 아이는 키는 작았지만 큰 눈과 작고 흰 얼굴이 유독 돋보였다. 허벅지 반을 드러낸 치마도 놈들 시선을 집중시켰다.

여자애들이 오고 나서부터 나는 방에 들어갈 순 없었다. 방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가 부르면 달려가 심부름을 하고 우두커니 서서 망을 보는 게 내 일이었다.

낮에 놈들과 여자애들은 수시로 방을 들락날락했다. 시간이라도 정해 놓은 듯 몇 명이 들어가고 얼마 있다가 다른 무리가 들어가는 식이었다.

저녁이면 마지막까지 남은 놈들과 여자애들이 술판을 벌였고 아침이면 다시 다른 놈들이 와 방으로 들어갔다. 어떤 놈은 새 속옷을 사들고 왔고 선풍기를 들고 오는 놈도 있었다.

셋째 날 여자애들은 거의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3~4명씩 무리 지은 놈들만 차례로 교대를 했다.

그때마다 웃음소리, 싫다는 소리, 떼쓰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가장 큰 소리는 앙칼진 여자애 목소리였다. 요즘 애들이 노는 방식이었다.

 

처음 입었던 치마 대신 짧은 반바지와 민소매, 슬리퍼를 신은 키 작고 얼굴이 흰 여자애가 내게 말을 건 건 셋째 날 오후였다.

안에만 있기 갑갑해서 잠깐 나왔다는 여자애는 내게서 담배와 라이터를 찾았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내 말에 순간 표정이 굳어졌던 여자애는 얼마 뒤 표정을 풀고 다시 말을 걸었다.

근데 너는 온종일 밖에 서서 뭐 하냐. 안 들어오냐.”

, 나는.”

혼자서 안 심심하냐?”

그냥 서 있다가 저녁에 집에 가는 거지.”

니가 쟤네 시다바리가?”

, 나는 뭐.”

밖에서 소리 듣고 있으면 안 꼴려?”

안에서 뭐 하는지 나는 모르니까.”

너 해 보기는 해 봤나?”

뭘 해 봐.”

병신. 꺼져.”

 

넷째 날 여자애들이 떠나기 전까지, 얼굴 흰 아이는 다시는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마지막 가는 날 다시 입은 짧은 치마와 전보다 수척해진 얼굴이 내 기억 속 그 아이 마지막 모습이었다.

놀잇감을 잊은 몇몇 놈은 나를 다시 방으로 불렀고 평소처럼 체벌을 내렸다. 그날 체벌은 여름 방학처럼 길진 않았다. 한 시간쯤 몸 구석구석을 때리던 놈들은 지쳤는지 하나 둘 쓰러지듯 누워 잠들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놈이 꺼지라라는 말과 함께 눕자 나도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유독 흰 얼굴과 앙칼진 목소리가 중첩돼 내 머릿속을 휘저었다. 밖에서 들은, 여러 갈래가 뒤섞인 앙칼진 목소리 주인이 누구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흰 아이에게 그 목소리를 입혔다. 주인 없는 목소리와 욕지거리, 어렴풋한 얼굴, 좁은 골방의 이미지, 낡은 선풍기 소리.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 오른팔, 부기가 빠질 줄 모르는 허벅지. 삐뚤어진 내 첫 자위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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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때 그놈들은 날 많이 건들지 않았다. 한 명씩 이따금 불러 심부름을 시켰을 뿐이다. 담배를 대신 사 달라 했고 집으로 술을 가져오랬다. 온종일 부채질을 시키기도 했지만 체벌은 없었다.

이게 그놈들 습성이었다. 한 놈씩 떨어져 있을 때 그놈들도 그저 그런 중학생에 불과했다.

하지만 세 명이 모이면 달라졌다. 한 놈이 먼저 시작하면 나머지 두 놈이 뒤질세라 가슴을 치고 뒤통수를 때렸다. 둘이 있을 때 어깨동무를 했던 팔은 채찍이 됐고 함께 걸었던 발은 허벅지를 치는 몽둥이가 됐다.

 

우리 아들 말 들어보니깐, 요즘 애들 진짜 말썽 많이 피우더라고. 뭉쳐 다니면서 친구들 괴롭히는 건 일상하고 여자애들하고도 사고를 많이 치나 봐.”

.”

요즘은 어른들이 뭐라 해도 겁도 안 낸대. 에스엔에스에서 자기들끼리 더 욕하고 난리지. 그런 애들 보면서 괜히 옆에 있는 애들도 따라 하고. 큰일이야 큰일.”

남자는 이제 내 반응은 신경 쓰지 않았다. 혼잣말인 척하고 싶은 말을 내뱉다가 창밖을 잠깐 보고, 다시 이어나가길 반복했다.

아들 자랑으로 시작했던 남자 말은 어느새 요즘 애들을 향한 비난으로 바뀌고 있었다. 물론 그 범주에 내 아들은 없었다. 그저 우리 아들은 몇몇 친구들 때문에 피해를 본 거지 절대 나쁜 애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남자는 과거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요즘 애들은’, ‘요즘에는을 입에서 떼 놓질 않았다. 어린애들이 발칙하다느니, 문란하다느니, 게네 부모는 뭘 하냐느니 몇 번이고 되물었다.

대답 없는 메아리였지만 남자는 메아리가 체 돌아오기 전 또 다른 메아리를 보냈다. 오갈 줄 모르는 일방통행은 남자가 말하는 요즘 애들보다 한 수 위였다.

 

여름 방학은 길었다. 몸은 편했다. 놈들이 나를 부르는 날도, 체벌 시간도 학교를 다닐 때에 비하면 반나절 이상 줄어 있었다.

그래도 여름은 길었다. 개학을 앞둔 지 3주쯤 되었을까. 개학 전 한 번 모이자는 놈들 계획에 불려나갔던 그날, 강모래사장에 반쯤 강모래사장에 반쯤 파묻혀 둘러싸인 놈들 장난감이 되고 있었던 그날 오후 8. 내 뒤통수를 휘갈기던 안경쟁이 한 놈이 물었다.

얀마, 니는 하루에 딸딸이 몇 번 치냐.”

나는 안 해 봤는데.”

이 병신새끼가 어디서 구라야.”

다시 뒤통수를 신나게 때리던 안경쟁이 다른 놈 물음에 잠시 멈췄다.

근데 갑자기 딸딸이는 왜.”

아니, 그게 아니고. 이제 딸딸이 말고 한 번 할 때 안 됐나 싶어서.”

안경쟁이 말은 이랬다. 며칠 전 채팅으로 다른 지역 여자애를 알게 됐고, 그 애가 친구들을 데리고 놀러 올 수 있게끔 작업을 다 쳐놨다는 것. 술만 적당히 먹이면 셋이고 다 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근데 애들 데리고 술 먹을 때가 없다. 요즘 모텔은 안 뚫리고 애들 집 비는 데도 없고.”

안경쟁이가 뱉은 말에 놈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 마디씩 묻고 또 물었다. 예쁘냐, 몇 명이냐, 어디 사는 애들이냐, 진짜 올 수 있다냐, 언제 온다고 하느냐. 한참 동안 광기 어린 눈빛과 말들이 오가고 나서, 놈들 중 가장 덩치가 큰 놈이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 학교 앞에 월세방 한 3주만 빌리면 안 되나. 방학이라서 사람도 없을낀데.”

우리한테도 빌려주나?”

그 점방 옆에 있는 거기. 거기서 옛날에 행님들 방학 때 방 잡아서 술 먹고 놀고 했었어. 거기 빌려줄끼라.”

덩치 큰 놈 말에 놈들은 환호했다. 마친 제 옆에 여자애들이 벌써 있는 양, 몇 놈은 섹스 시늉을 했고 몇 놈은 콘돔은 어디서 사야 하느냐며 고함을 쳤다.

인마 보고 10만 원 들고 오라하고 나머지 만 원씩 모으고 남는 거로 술이랑 좀 사고.”

안경쟁이가 나를 지목하며 돈을 들먹이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20만 원 들고 오라면 안 되냐는 반말은 그러면 얘 애비한테 들킬 수도 있다라는 말로 잠재웠다.

내 이야기지만 나는 낄 수 없었다. 손과 발이 모래사장이 파묻힌 이 상태처럼, 나는 언제나 이놈들 앞에서 꼭두각시일 뿐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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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는 머리에 피가 났다. 손발이 저리거나, 멍에 드는 일은 익숙했다. 하지만 머리에서 흐르는 피는 처음이었다. 나도 그놈들도 적잖이 당황했다.

3교시가 자유학습으로 바뀐 게 발단이었다. 선생은 중간고사 공부 좀 하고 있어라라는 말만 남기고 교실을 비웠다. 10분이 지나고도 선생이 돌아오지 않자 몸이 근질근질한 세 놈이 교실 뒤로 나를 불렀다.

한 놈이 내 매집을 테스트해보자고 했다. 자기 중에 누가 제일 센지 가려보자고 했다.

놈들이 가슴을 치면 나는 점수를 말하는 시스템이었다. 오락실 앞 기계는 500원짜리라도 먹여야 작동했지만, 나는 공짜였다. 익숙했다.

처음 놈에게 80점을 매겼다. 다음 놈에게는 90점을 줬다. 차례대로라면, 세 번째 놈이 쳐야 하나 첫 번째 놈이 다시 나섰다. 놈은 왜 내 점수가 더 적느냐고 따졌다. 기계가 고장 났다고 구시렁구시렁 되더니 다시 가슴을 쳤다.

20점을 올려 100점을 주자 이번엔 두 번째 놈이 날뛰었다. 자신 주먹이 결코 약할 리 없다던 놈은 예고도 없이 가슴을 때렸다. 110, 120, 130.

세 번째 놈이 자기도 쳐 보자고 했을 때 나는 더 버틸 힘이 없었다. 하지만 기계는 아프면 안 됐다. 세 번째 놈 펀치가 가슴팍을 후려치는 순간, 나도 모르게 힘이 풀렸다. 고개가 젖혀졌고 뒤통수가 벽을 때렸다.

’. 시계를 걸어뒀던 못에 머리를 박힌 건 한순간이었다. 내 머리에 작은 구멍이 생긴지도 몰랐다. ‘, 피 난다. 그러기에 대충 좀 하자니까라는 말이 들리고 나서야 아픔이 밀려왔다.

양호실로 가는 계단에서 세 번째 놈은 당부 또 당부를 했다.

친구들끼리 장난치다가 넘어지면서 다쳤다고 해라.”

미세하게 흔든 내 고개가 불만족스러웠는지, 세 번째 놈은 내 가슴팍을 두세 번 더 치며 확답을 받아냈다.

 

양호실에서 나는 완벽한 연기자였다. 장난치다가 넘어졌습니다, 누가 자율학습 시간에 장난치래, 죄송합니다, 이만한 게 다행인 줄 알아라, 죄송합니다, 올라가서 얌전하게 있어.

피가 멈추자 거즈로 상처 부위를 감싼 게 다였다. 다음에 또 이러면 진짜 혼날 줄 알라는 선생 말이 등을 때렸다.

교실로 돌아가는 길 세 번째 놈은 연방 잘했다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내게 거짓말만큼 쉬운 일은 또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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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재구성] (35) 2017년 8월 첫째 주  (0) 2018.10.29

키 큰 놈은 어느새 거짓말쟁이가 됐다. 내 앞에서 주먹을 휘두르던 놈이 나란히 서서 맞길 몇 차례. 키 큰 놈은 더는 놈들과 어울릴 수 없었다.

피지와 콜라가 잔뜩 쌓은 탁자 위로 키 큰 놈 이야기가 겹쳤다.

그 새끼는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다라고, ‘진작에 빼고 가야했다라는 말이 나왔다.

어쩌면 처음부터 정해졌는지도 모른다. 겉으론 우정, 우정을 외치던 놈들이었지만 눈 밖에서 벗어나면 가차 없이 버렸다. 같이 지각하고 같이 욕하고. 집에 좀 더 늦게 들어가고 더 친한 척하고. 무리를 벗어나는 순간 적이 되는, 그게 이놈들 방식이었다.

피자 몇 판이 더 올랐고 콜라가 추가됐다. 아버지는 나중에 고등학교 가서도 친하게 지내라는 말만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노래방 가서 놀고 오라며 5만 원을 더 쥐여줬고 언제든지 집에 놀러 오라는 말도 했다. 아버지가 가고 나서 그날 내 귀에 들린 건 노랫소리 반, 가슴을 치는 둔탁한 마이크 소리 반이었다.

 

우리 아들이 초등학교 땐 참 얌전했거든. 사춘기 들어서 키가 부쩍 크더니 학교에서 힘도 좀 쓰고 그랬는가 봐. 지금은 벌써 180 다 돼가는데 훤칠해.”

신호가 바뀌자마자 남자를 기다렸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남자는 자신이 모 중견기업 부장이라 했다. 부서 회식이 있었고 꼰대 소리가 듣기 싫어 2차를 계산하고 먼저 일어나는 길이라 으스댔다.

내 반응이 신통찮았는지 남자가 다시 말을 걸었다.

우리 아들 친구들이 영 엉망인가 봐. 같이 몇 번 몰려다니더니 사고를 치더라고. 그래도 자기는 가만히 옆에만 있었대. 친구들이 후배들 때렸는데 옆에 있다가 괜히 같이 혼난 거지. 고등학교, 대학교 가고 나면 다 뿔뿔이 흩어질 놈들이 지금은 그렇게 죽고 못 사는가 봐.”

.”

그래도 이놈이 워낙 착해서 거짓말을 못 해요. 친구들이랑 논다고 학원을 빠진 적이 있었는가 학원 원장한테 전화가 오더라고. 저녁에 집에서 모른 체하고 몇 번 캐물었더니 금세 사실대로 대답을 하고. 엄마 닮아서 그런가 착해.”

. .”

 

그 시절 나는 철저히 거짓말쟁이였다. 선생님을 속였고 아버지에게 아무 일 없다는 말만 늘어댔다.

괜찮아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었다. 갑작스러운 주먹에 숨이 턱 막혀도, 눈물이 찔끔 흘러도 언제나 괜찮아가 먼저 튀어나왔다. 말을 잘 들으면, 잘 참으면 그놈들이 기특해할 줄 알았다. 체벌이 조금이라도 빨리 끝날 줄 알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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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을 나는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용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냥 어떻게 죽어야 할지 방법을 몰랐을 뿐이다.

등교하자마자 제일 먼저 했던 일은 피자빵 데우기였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도착했던 매점에선, 늘 그렇듯 전자레인지와 마주했다.

1분을 넘기면 안 됐다. 그 이상 돌리면 빵은 금방 눅눅해졌다. 눅눅한 빵은 곧 체벌이었다.

지각도, 게으름을 피워서도 안 됐다. 1교시가 시작되기 전 반드시 배를 채워줘야 했다. 그래야만 다음 쉬는 시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몇 날 며칠을 맞고 깨달은, 노하우였다.

 

시작은 사춘기에 막 들어섰던 초등학교 5학년 때다. 유독 키가 작았던 나는 어느새 외톨이가 됐고, 가장 약한 아이가 돼 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도 한몫했다. 이전에는 친구들 이목을 끌었던 내 얼굴색은 어느새 나를 가장 밑바닥으로 보냈다.

돌이켜보면 왜 진작 죽지 않았나 싶다.

 

해산동 소리 아파트까지 갑시다.”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10여 분을 기다린 끝에 탄 손님이다. 검은색 정장을 잘 차려입은, 5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자다.

여기서 해산동까지는 12000. 보람이 있다. 남자가 풍기는 술 냄새에 사뭇 좋은 기분도 든다. 누군가의 삶을 멋대로 상상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이 직업이 지닌 장점 중 하나였다. 운전석 의자를 조절하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차가 부드럽게 튕겨 나갔다.

남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조는 듯했다가 창문 밖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입을 뗐다.

기사님은 고향이 어딘가요?”

저는 이 지역 사람은 아니고요.”

공통점을 못 찾은 남자는 잠시 실망한 듯하다가 대수롭지 않은 듯 말을 이어갔다.

결혼은 했으려나. 저는 요즘 우리 아들 때문에 머리가 아픕니다.”

, .”

올해 중3 올라가는데 학교에서 말썽을 많이 피워요. 작년에는 엄마랑 나랑 한 번씩 학교 찾아갔고.”

.”

빨간불이다. 백미러로 남자를 흘깃 본다. 아들 말썽을 이야기하는 입과 달리 눈가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3에 오르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가 문득 물었다.

니 요새 뭔 일 있나.”

아니요. 별일 없습니다.”

알았다.”

이틀 뒤 아버지는 동네 햄버거집을 잡았다.

아버지 초대로 모인 사람은 15. 피자빵을 자주 먹는,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이 친구들이 학교에서 맨날 니 괴롭히고 못살게 군 친구를 학교에 알려줬다드라. 고마운 친구들이라서 아버지가 오늘 이렇게 불렀다. 마이 무라.”

햄버거 세트 10, 피자 두 판과 콜라 3병이 테이블 위에 올랐다.

잘 먹겠습니다.”

한 놈이 외치자 나머지 14명이 합창했다. 잠깐 웃음이 오가고, 음식은 금세 바닥났다. 아버지는 곧 메뉴판을 다시 찾았다.

생일파티 주인공이라도 된 듯 가장 가운데 앉은 나는 내 앞에 놓인 햄버거를 한참 바라봤다.

햄버거 빵 위에 뿌려진 깨소금이 하나 둘, . . 열여섯. 그래, 저놈들도 처음엔 열여섯 명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서클이 만들어졌다. 3 형들이 교실을 오가며 골랐고 곧 선택을 받은 몇몇이 뭉쳐 다니기 시작했다.

나를 향한 단순한 놀림이 늘어난 것도, 체벌로 바뀐 것도 그 즈음이다.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매점으로 뛰어갔고 점심때면 학교 뒷골목으로 불려갔다. 돌아가며 수없이 놈들 어깨를 주물렀다.

열여섯에게 금이 간 건 중2 겨울 방학이었다.

할아버지에게서 돈을 받아온다던, 오늘은 기필코 술을 사겠다던 키 큰 놈 약속이 세 번째로 깨질 때였다.


-계속-

돈가스가 생각나면 종종 가는 창원 마당경양


분위기가 참 좋다!

식기도 마음에 들고


일주년 행사 할 때 갔더니 서비스로 에이드를 준다.


늘 주문하는 아부지돈가스(11,000원)

원래는 스프와 빵이 식전에 나왔던 것 같은데 없어졌나보다. 


마당오므라이스(11,500원_

노란 계란이랑 접시 속 색감이 예쁘다.



맛있다!

주차하기도 편하다.

마당경양 앞이나 바로 옆 건물 우측에 큰 주차장 있음.


마당경양 주소: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지로 259, 용호동 11-4(지번)


매일 11:30 - 22:00

매주 월요일 휴무


마당경양 전화번호: 055-251-9292




오난코리아 루메나 N9-X8 보조배터리를 구매했다.

선풍기는 한철 쓰고 고장나버렸는데 보조배터리는 괜찮다는 후기가 많았다.

일단 디자인이 예뻐서 끌렸다.

​현대카드 M포인트몰에서 포인트로 구매

인터넷 최저가보다 비쌌지만 무료니까!



색상은 브라운색인데

그레이에 가깝다. 고급스러운 색에 무광이라 더 좋다.

아이폰8은 3회, 아이폰X 2회, 갤럭시S8 2회 완충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바로 다음날 도착함.


디자인 A++


아이폰 5, 6 유저 분들은 변환젠더 구입하세요.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조배터리를 샀는데

아이폰6라 변환젠더 없이는 충전이 되지 않는다.

원래 있던 젠더는 고장

동그라미 친 젠더가 필요하다.


급해서 다이소에서 젠더 구매했는데, 1,000원

아주 잘 된다.!

다이소 추천템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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