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훈훈한 이야기를 모아모아서-.

좀 더 따뜻한 세상이 되길 바라며, 사람 냄새 나는 글을 전합니다.





(5) 2016년 9월 셋째 주 소식


DJ :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갑자기, 또 찾아온 규모 4.5 지진. 많이들 놀라셨죠이번 지진으로 큰 인명 피해는 없다고 하니. 정말 천만다행입니다. 국민안전처는 지진 시 대피요령으로 방석 등으로 머리를 보호하라, 현관문을 열어 출구를 확보하라, 건물에서 멀리 떨어진 공터 등으로 대피하라 등을 알렸는데요, 꼭 읽어보고 기억하면 좋겠네요아무튼! 지진 때문에 놀란 가슴. 오늘 이 시간을 통해 잠시 안아주는 건 어떨까 싶은데요, 이서 님과 함께 <경사세>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DJ : 우리 이서 님도 지진 때문에 많이 놀라셨죠? 피해는 없으셨고요?

: , 다행히 저도 별다른 피해는 없었는데요. 그보다도 이게 한 번 놀란 가슴, 참 진정시키기 어렵더라고요. 작은 흔들림에도 혹시 지진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고. 휴대전화 진동 소리엔 혹시 재난 문자인가? 라는 생각도 들고요. 참 뭐니뭐니해도 안전과 건강이 최고라는 생각을 이번에 다시 깨닫습니다.

DJ : 그렇죠. 역시! 그것만큼 중요한 게 또 없죠. 오늘 들려줄 이야기들. 아마 우리 정신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떤 소식들 들고 오셨나요?

: 맞습니다! 정신건강에 좋은 경사세! 오늘 키워드는 만남, 재능, 현관입니다.

DJ : , 오늘은 차례대로 한 번 가볼까요? 먼저 만남! 만남과 관련한 이야기 들려주신다면요?

: , 헤어졌던 사람을 다시 만나는 일. 때론 아련하기도, 때론 가슴 아픈 일이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오늘 전해드릴 이 만남은 그야말로 따뜻한 만남이에요. 한 경찰관의 도움으로 15여 년 전 헤어진 부녀가 극적으로 상봉했거든요.

DJ : 15년이라는 세월, 이별.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인데요. 어떤 사연이 있나요.

: , 이 좋은 일을 실천한 주인공은 거창은 아림지구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용민 순경이에요. 신 순경은 추석날인 지난 15일 지구대를 찾아온 한 여성으로부터 15년여 전 가족 사정으로 헤어진 아버지를 찾아달라는 민원을 받았다고 해요.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신 순경은 과거 집 전화를 추적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 그녀의 아버지가 거창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 15년 만에 부녀가 상봉하도록 했다.

DJ : 신용민 순경께서 이들 부녀에게 잊지 못할 추석 선물은 안긴 셈이네요.

: 그렇죠. 신 순경 찾았던 그 여성은 아버지를 찾은 경찰관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아버지를 만날 수 없었다며 고마움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아버지 역시 "영원히 딸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고 죽을 수 있겠구나 하고 한이 맺혀 있었는데 경찰관의 도움으로 딸을 만났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고 해요. 여기에 사위와 외손자들까지 만났다고 하니 기쁨은 두 배가 됐고요.

DJ : ,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 좋은 소식으로 새삼! 다시 실감하게 되네요. 우리 신 순경님 정말 감사합니다. 훈훈한 분위기 살려 바로 다음 키워드 살펴볼까요? 두 번째 키워드. 재능. 어떤 이야기인가요?

: , 우리DJ 님는 혹시 잘 다루는 악기 하나 있으신가요?

DJ : 제가 또! 기타! 열심히 배우고 있지 않겠어요? 우리 이 기자님은 어떠신가요?

: 아 저도 한때 기타. 독학으로 쳐 내겠다며. 열심히 시도해봤으나. 금방 포기하고 말았죠. 아무튼! 재능이라는 키워드의 이 주인공들은 잘 익힌 악기로 기부까지 실천하고 있다고 해요.

DJ : 재능기부! 저도 기회가 된다면 꼭 실천하고 싶은 일인데요, 어떤 분들인지 자세히 이야기해 주신다면요?

: , 주인공은 함양군 색소폰 동호회 천왕봉 회원들이에요. 이들은 추석 연휴 기간은 물론 틈나는 대로 지역 노인요양원, 복지시설을 찾아 연주활동을 펼쳐오고 있는데요, 시설을 방문할 때 위문품을 전달하는 등 흥겨움과 나눔의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고 해요.

DJ : 흥겹고 훈훈했을 그 연주. 저도 한번 들어보고 싶은데요. 특히 추석 연휴, 미처 가족을 찾지 못한 분들 마음을 아주 든든하게 메워줬을 듯하네요.

: 그렇죠. 여기에 이들 동호회는 함양 물레방아 축제와 서상면 호박축제 등 지역사회 축제에서도 공연을 통해 멋진 열정과 색소폰 사랑을 과시하곤 했는데요, 이웃에게 힘이 되는 이 음악이야말로 만병통치약이 아닐까 싶네요.

DJ : 맞아요. 음악이 또 듣는 사람은 물론, 연주하는 사람에게도 힘을 주곤 하잖아요. 그러니 우리 이서 님도! 포기했던 기타!! 꼭 다시한 번 도전하길 바랄게요. 이제 마지막 이야기 살펴볼까요? 보자보자, 키워드가! 현관문인데. 어떤 내용인가요?

: , 우리 DJ님은 관공서 현관 하면 어떤 걸 먼저 떠올리시나요?

DJ : . 게시판? 신문 가판대? 정도가 생각나는데요.

: 맞죠. 뭔가 딱딱한 느낌이 강한 그 현관문. 하지만 함안군 가야읍 읍사무소 현관문은 조금 다르다고 해요. 이곳 현관에는 사랑의 쌀독이 떡 하니 자리 잡고 있거든요.

DJ : 관공서 현관에 쌀독이라, 어떤 이유인지 궁금한데요?

: 네 함안군 가야읍 맞춤형 복지 TF팀이 준비한 이 쌀독은 주민 스스로 함께 채워 서로 나누는 기부 문화 분위기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요. 쌀독은 연중 읍사무소 정문 입구에 마련돼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어려운 형편으로 쌀이 없어 끼니를 걱정하는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데요, 이달 9일에는 가야읍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이장단 협의회에서 쌀 20kg들이 35포대를 쌀독에 기증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하고요.

DJ : 쌀독을 채우는 기분. 정말 짜릿하면서 따뜻할 듯한데요. 가득 채운 쌀만큼 큰 사랑이 우리 주변 곳곳에 퍼지리라 확신합니다!

: 맞아요. 김광수 가야읍장님도 "사랑의 쌀독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고 주변에 밥을 굶는 이웃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단단한 의지를 밝히셨는데요, 가야읍 주민들이 만들어가는 훈훈함. 우리 경남 전체에 가득하길 저도 기대합니다.

DJ : 소중한 만남부터 사랑의 쌀독까지. 역시나! 훈훈한 이야기가 가득했던 이번 주 경사세! 한마디로 정리해주신다면요?

: , 오늘은 사랑의 쌀독에서 힌트를 얻어 준비했습니다! 콩쥐네 깨진 물독을 막은 건 두꺼비요, 우리네 사랑 독을 채우는 건 바로 이웃입니다.

DJ :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 세상의 훈훈한 이야기를 모아모아서-.

좀 더 따뜻한 세상이 되길 바라며, 사람 냄새 나는 글을 전합니다.





(4) 2016년 9월 둘째 주 소식


DJ : 내일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되죠? 반가운 만남, 즐거운 모임, 맛있는 음식, 달콤한 휴식이 있는 추석, 기다리신 분들 많으실텐데요. 모처럼 가족이 모이는 만큼 나들이계획하고 계신 분들도 많이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매주 목요일 훈훈한 소식을 들고오겠다는 이 남자, 오늘은 우리 지역 추석 나들이 장소를 쏙쏙 골라왔다 하는데요. <경사세> 특별판, 이서 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맞춤형 방송>을 지향하는 이서 입니다오늘은 혹시 생길지 모르는 추석 스트레스! 경치 좋은 우리 고장 나들이로 말끔히 날릴 수 있길 기대하며 준비해봤어요.

DJ : 그렇죠! 가끔씩 바람 쐬고 하면 기분 전환에 참 좋잖아요. 그럼 본격적으로 나들이 이야기 해볼까요? 이번 추석 연휴, 경남을 찾는 분들이 가볼 만한 곳 어디어디 있을까요?

: , 사실 경남 어느 곳이든! 전국 어딜 내놔도 빠지지 않거든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추석 연휴 뜻깊은 행사가 열리거나 볼 거리가 가득한 몇 군데를 콕콕 뽑아왔는데요우선 야구! 요즘 나들이 장소로 야구장이 각광받고 있잖아요. 다행히 이번 추석 연휴, 창원마산야구장에서 NC다이노스 홈 경기가 잡혀 있다 하더라고요.

DJ : 야구장, 어른들 뿐 아니라 아이들도 참 좋아하는 곳이잖아요. 가서 치킨 한 마리 딱 먹으면서 응원하면! 하루가 금방 가더라고요.

: 그렇죠. 이에 맞춰 NC 구단도 오는 16일까지 열리는 LG, 두산과 홈경기에 다채로운 이벤트를 마련, 재미를 더할 계획이라 하는데요,먼저 가족석·특별석을 할인받을 수 있는 '추석엔 가족끼리 모여야 싸다!' 이벤트를 연다고 해요. 팬들은 14~16일 경기 파티석, 가족석, 스카이박스, 팬더그아웃존을 반값에 이용할 수 있다니 꼭 이용하시길 바라고요14~16일 경기장 밖에 제기차기, 투호 등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를 꾸민다고 허하네요. 14일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번트왕', 15~16일에는 대형 주사위 게임인 '단디를 이겨라'도 마련하고요. 특히 이 기간 NC 응원용품도 10~2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하니, 우리 어린 친구들 추석 때 받은 용돈! 무작정 부모님 주시 말고 한 번 써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네요. 팁입니다! 고급 정보!

DJ : 엄마 아빠가 들으면 뭔가 속상할(?) 이야기일 수도 있겠는데요? 아무튼 야구장 나들이. 온 가족이 함께 졸졸이 앉아 목청껏 응원해 보는 일도 좋은 추억이 될 듯하니! 한 번 가보는 것도 좋을 듯하네요. 야구장만큼이나 즐거운 경남의 추석 나들이 장소! 또 소개해 주신다면요?

: , 우리 DJ님은 제기차기 잘 하시나요?

DJ : ... 제가 몸 쓰는 건 쥐약이라.

: 괜찮아요. 저도 비슷해요. 아무튼! 추석에 빠질 수 없는 게 또 민속놀이잖아요. 경남 곳곳에서 이 민속놀이를 주제로 한 행사도 다채롭게 열린다고 해요.

DJ : 미리 연습해 놔야 하는 거 아닌가요? 물론! 승부가 아니더라도 마냥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우리 전통놀이. 어디어디서 즐길 수 있을까요?

: , 우선 국립진주박물관은 추석을 맞아 '박물관과 함께하는 한가위 문화행사'를 연휴 5일간 이어간다고 해요. 행사에는 민속놀이기구 체험인 '신나는 민속놀이', 윷을 던져 운세를 알아보는 '병신년 윷점운세', 직접 조명등과 전통팽이를 만들어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는 '한가위 추억 체험행사' 등이 포함된다고 하는데요, 특별한 사전예약 없이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라면 누구나 현장에서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고 하네요또 하동에서도 18일까지 소설 <토지>의 무대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에서 다양한 체험행사가 열린다고 하는데요, 최참판댁 안채 마당에서는 윷놀이·투호·제기차기·팽이치기·떡메치기·굴렁쇠 등 전통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다고 해요. 또 행랑채 마루에서는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앉아서 다듬잇돌 위의 천을 홍두깨로 다듬이질하는 행사를 열어 중·장년 관광객 향수도 자극한다고 하고요. 이게, 옛 어머니들이 한을 풀어내던 한 방식이었다고 해요. 혹시 뭔가 속상한 일이 있으신 분은 꼭 들리셔서 시원하게 스트레스 풀고 가셔도 될 듯하네요.

DJ : 하동에, 스트레스. 우리 이서 님이 제일 먼저 달려가 두드리고 있는 건 아닌 가 싶어요. 혹시 간다면 꼭 인증샷! 남겨서 보내주시기 바랄게요이밖에 제가 알기론 창원과 의령에서도 추석맞이 행사가 매년 열린 듯한데 맞나요?

: 그렇죠! 창원에서는 지역을 대표하는 민속축제가 만남이라는 주제로 펼쳐지는데요, 우선 마산지역 대표 민속축제인 '만날제'18일까지 월영동 만날고개 일원에서 열리고요, '창원 남산상봉제'17일과 18일 이틀간 의창구 서상동 남산공원 일대에서 진행한다고 해요.이들 행사는 전야제를 비롯해 제의마당, 공연마당, 민속마당은 물론 먹거리 나눔 행사, 불꽃놀이 등도 이어가는데요. 특히 화합을 도모하고 풍성한 수확에 대한 감사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한 데서 유래한 행사인 만큼 이번 추석 그 좋은 뜻을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듯하네요.또 의령군에서는 15일과 1613회 추석맞이 의령 민속 소싸움대회'를 의령민속 소싸움 경기장에서 개최한다고 하는데요, 전국 소싸움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싸움소 90여 마리가 출전,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벌인다고 하니 가족과 함께 즐겨도 좋을 듯하네요.

DJ : 좋은 의미를 지닌 행사부터, 박진감 넘치는 소싸움 현장까지. 경남 곳곳 나들이만 떠나도 이번 추석 연휴 정말 금방 지나갈 듯 싶네요. 마지막으로 혹시! 놓친 나들이 장소가 있다면요?

: , 사실 앞서 말했듯이 경남 곳곳 안 좋은 곳이 없거든요. 이를 잘 반영하듯 경남도와 도개 각 시·군은 18일까지를 '한가위 문화·여행주간'으로 정하고 도내 관광지와 체험시설·숙박시설 31개소에 대해 무료 또는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해요.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16개 프로그램과 여행지 35곳을 추천하기도 했고요당장 경상남도 수목원과 제승당, 창원 문신미술관, 통영 시립박물관, 삼도수군통제영, 밀양시립박물관 등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요, 사천 첨단항공우주과학관, 김해가야테마파크는 입장료 50%, 남일대리조트 등 숙박업소는 객실요금 20~30%를 할인한다고 해요가족과 연인, 친구와 가볼 만한 35곳으로는 창원 해양공원부터 양산 통도사, 밀양한천 체험장, 창녕 부곡온천, 함안 승마장, 함양 상림공원 등이 뽑혔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경남관광길잡이, 한민국 구석구석(korean.visitkorea.or.kr)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네요.

DJ : 맞아요. 가족과 함께라면 그 어디든 즐겁지 않은 곳이 있겠습니까. 오늘! 훈훈한 소식만큼이나 풍성한! 나들이 장소를 들고 오신 우리 이서 ! 이제 고향으로 떠날 시간이네요. 가시기 전!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요?

: , 도경찰청에 따르면 추석 연휴 남해고속도로 진주 부산 귀갓길 시간이 3시간 4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요! 빨리 가기보단! 늘 안전운전! 하시면서 풍성한 한가위 보내고 오시길 바랄게요.

DJ :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22) 지리산 물


DJ : 우리 정오의 희망곡 청취자분들은 '정리'하면 어떤 게 가장 먼저 생각나시나요? 어지러운 책상, 집 정리? 아니면 누군가를 향한 마음 정리? 어떤 때, 어떤 이유로 쓰든 '정리'라는 말이 주는 분위기. 뭔가 쓸쓸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죠매주 목요일 맛있는 이야기로 우리를 안내해줬던 이분도! 오늘 무언가를 정리하려 한다 합니다. 이서 님 모셨어요.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DJ : 정리라는 말로 문 열어본 오늘, 벌써 느낌이 팍 오는데요, 오늘 드디어 그날인가요?

: 같은 생각하고 있는 거 맞겠죠? 맞아요. 통영 멍게로 문을 열어 지난주 물메기와 남해 털게까지 이어온 맛있는 경남. 오늘 드디어! 그 마지막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DJ : 이걸 이렇게 기쁘게 말하다니. 섭섭한데요? 뭔가 다른 이유 있는 거 아니에요? 아무튼! 맛있는 경남!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또! 우리 이서 님이나 청취자분들에게 좋은 일일 수도 있으니! 오늘, 맛있는 이야기 대미를 장식할, 모든 것을 딱 정리해 줄 음식재료. 어떤 건가요?

: 사실 지금껏 거의 매회 빠지지 않고 언급한 게 바로 이 음식재료거든요? 오늘 준비한 음식도 이 음식재료 중요성이 90% 이상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어떤 음식일지, 또 그 속에서 무엇이 그리 중요한지, 우리 작가님이 살짝 힌트를 주는 걸로~ 작가님~

작가 : 오늘은 제가 한 번! 아니 마지막으로 먹어보겠습니다.

DJ : 이서 님, 오늘의 주인공 어떤 건가요?

: , 엄밀히 말하면 음식재료라는 표현보다는, 모든 맛의 근원, 어머니 정도라 말하는 게 더 맞을 듯해요. 맛있는 경남의 마지막을 채울 이 재료. 바로 지리산 물입니다.

DJ : 모든 맛의 근원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듯하네요. 돌이켜보면 정말 매회 물 이야기는 빼놓지 않고 한 것 같아요?


모든 맛의 근원인 물. 물은 생명입니다~~


: 그렇죠? 함양에서 흑돼지에 대해 알아볼 때였는데요. 흑돼지 사골로 국물을 냈다는 국밥집에서 밥을 먹고 나오면서 주인에게 사골 육수는 어떻게 내는지 물었죠. 그랬더니 주인분께서 딱 잘라 말씀하시더라고요. '물이 제일 중요하다. 여기선 반드시 함양 물만 쓴다'고 하셨죠. 하동 재첩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섬진강에 발을 담갔을 때, 그 맑은 물에서 보석처럼 올라오는 재첩을 보면 이 물이 진짜 보배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고요.

DJ : 저도 몇 가지 기억나요. , 진주 수곡면·대평면 딸기 이야기를 하면서 '딸기는 물 영향을 특히 많이 받는다'고 언급했었잖아요.

: 맞아요. 그 지역 주민들께서도 암박굴착으로 깨끗한 지하수를 공급하고 있다, 물 좋은 고장이다는 자부심이 대단하셨죠함양·의령 수박도 물 활용이 중요한 먹을거리였는데요, 수박 단맛을 좌우하는 게 바로 물이라 해요. 수확 철 땅속에 물이 얼마나 있는가에 따라 당도가 달라지는 셈인데, 좋은 지리산 물이 그를 충족해 주고 있다 하더라고요.

DJ : 정말 경남의 먹을거리는 물이 만든 셈이네요. 이제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지리산 물이 맛있는 경남의 근원이 된 이유,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 , 기본적으로 지리산은 물이 풍부해요. 지리산 물은 남동쪽 저기압 통과가 잦아 남해에서 오는 고온다습한 바람이 남동사면에 부딪힐 때 비가 많이 내리거든요? 연평균 강수량은 1200~1,600mm에 이르는데, 이는 경남 강수량보다 200mm 정도 더 많은 편이라 해요비나 눈이 오지 않아도 연중 대부분 짙게 끌리는 구름은 상시로 지리산에 물을 내리거든요? 기온 차에서 생기는 이슬 또한 오롯이 산으로 스며 깨끗한 계곡물을 만들죠지리산 풍은 풍부한 산소와 낮은 온도, 암반을 타고 내리는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좋은 물의 조건을 두루 갖췄죠. 지리산 물은 산에서부터 약이 된다는 말도 있는데요, 지리산 물을 머금은 고로쇠 수액은 미네랄이 풍부해 신경통 위장병 성인병 등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졌죠.


지리산의 봄. 지리산은 경남 모든 맛의 시작이다.


DJ : 풍부한 양과 산소, 적절한 온도까지. 깨끗한 물 좋은 물을 주는 이유 역시 따로 있었네요. 우리 맛있는 경남에서는 소개하지 않았지만 이 좋은 물을 활용한 음식, 더 있다면서요?

: . 우선 함양 전통막걸리를 들 수 있겠는데요, 저희가 취재한 한 곳은 3대가 50년 넘게 술을 빚는 곳이었어요. 그곳 막걸리 병에는 자신 있게 '지리산 청정수 사용'이라는 문구도 적혀 있는데요, 탁하지 않고 유독 맑은 맛에 많은 사람이 입맛을 다신다 하더라고요산청 경호강 민물고기도 빼놓을 수 없어요. 남강으로 이어지는 경호강은 그 말부터 '거울같이 물이 맑다'는 뜻을 품고 있다고 해요. 이곳에서는 얕은 강물에 들어가 낚싯줄을 끌어올리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게 맑은 물 찾아 몰려든 은어와 씨름하는 장면이라 하더라고요.

DJ : 우리 맛있는 이야기에서도 한 번 만나봤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코너가 끝나더라도 꼭 한 번 찾아보고 먹어봐야겠네요. 그나저나 이 좋은 물이 들어간 우리 지역 음식들! 여태껏 쭉 이야기해 오셨는데 이서 님은 어떤 재료가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 저는 일단 남해안 전어가 기억에 남아요. 코너 준비하면서 작가님과 이걸 정말 구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었고. 마산 어시장에 전어가 딱! 들어오자마자! 나름 제철에 맞춰 준비했었거든요. 그 당시 저는 kg1만 원에 구입했었는데 요즘에는 15000원까지 올랐다 하더라고요. 그래도 그 담백하고 고소한 맛만큼은 더해졌을 테니 올여름 가을 꼭 한 번 드셔보시기 바랄게요. 우리 DJ 님은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DJ : 여러 번 말하기도 했지만 제가 맑은 국물을 참 좋아하거든요. 하동에서 가져오신 재첩, 매생이국으로 먹은 통영 굴, 직접 끓여오셨던 마산 홍합탕이 떠오르네요.

: 맞아요! 이게 다 천왕샘에서 시작해 사천만·남해까지 흐르는 지리산의 자산 아니겠습니까! 그러고 보면 산과 들, 바다까지 두루 갖춘 경남이야말로! 정말 맛있는 고장이 아닌가 하고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지리산 천왕봉.


DJ : 저도 정말 절실하게 다시 느끼네요. 지리산 물로 정리해 본 맛있는 경남, 마지막 한마디 하기 전에!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있다면요?

: , 항상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방해되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했었거든요. 그럼에도, 때때로 시간을 빼앗고 귀찮게 하기도 했죠.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네요.

DJ : 오늘 정말 훈훈하네요! 정말 마지막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지리산 물이란? 그리고 특별히! 이서 님에게 맛있는 이야기란?

: 먼저 지리산 물은 이렇게 정리해 볼게요. 모든 맛의 근원은 지리산에 스민 한 방울 물이었다. 그리고 좋은 물로 좋은 사람들이 차리는 모든 식탁이야말로 가장 맛있는 맛이다.

DJ :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 세상의 훈훈한 이야기를 모아모아서-.

좀 더 따뜻한 세상이 되길 바라며, 사람 냄새 나는 글을 전합니다.





(3) 2016년 9월 첫째 주 소식


DJ : 다음 주면 민족 대명절 '추석'이잖아요. 특히 이번 추석은 주말까지 겹쳐 한결 더 여유로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요, 하지만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추석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고 해요잔소리 또는 친척들과의 비교, 선물·용돈으로 나가는 지출, 차례상 등 집안일이 스트레스 주범이라 하는데요, 올 추석만큼은 이런 스트레스 대신 훈훈한 이야기들로만 채워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바로 이 시간! 귀 기울인다면 더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생길 듯하네요매주 좋은 소식들만 골라 골라 오는! 이서 님과 함께 오늘도! <경사세>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DJ : 명절 이야기로 문 열어본 <경사세>. 우리 이서 님은 혹시 이번 추석, 걱정거리나 스트레스가 될 만한 일 있으신가요?

: 저는 그거요! 추석 음식! 기름진 거 알지만 정말 맛있잖아요. 전 굽는 일 거들다가 먹는 맛보기 전부터 시작해서, 연휴 내도록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가 않아요. 그래서 항상! 연휴가 끝날 때쯤이면 또 얼마나 몸이 불었을까. 이런 걱정을 하곤 하죠.

DJ : 그래도 황금연휴와 약간의 체중! 맞바꾸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겠죠?! 불어나는 체중처럼 푸근한(?) 오늘의 <경사세>! 어떤 이야기 모아 모아 오셨나요.

: ! 아주 푸근한 이야기들. 오늘도 역시 키워드 먼저 던져드릴게요. 세 자기에요. 용감무쌍, 수호천사, TV!. 어떤 거 먼저 풀어볼까요.

DJ : , 용감무쌍이 끌리네요! 제가 또 알게 모르게 참 단단한 사람이거든요! 어떤 이야긴가요?

: , 주인공은 우리 복자 씨처럼! 아주 용감한 고등학생들인데요, 지난달 20일 창원고등학교에 다니는 김남규, 안재혁, 이채환 등 3명의 학생이 택시비 안 내고 도망친 10대 붙잡아 경찰에게 넘겼다고 하네요.

DJ : 늘 학업에 지쳐 있을 우리 학생들! 그냥 지나치기 쉬울 텐데 정말 장하네요. 어떤 속사정이 있었나요?

: , 당시 학생들은 한 은행 지점 앞을 지나다, '도와 달라'는 택시 기사의 다급한 외침을 들었다고 해요. 기사님은 다른 택시로 뛰어가던 한 남성을 가리키고 있었고요. 학생들은 그 남성이 어떤 범죄를 저질러 택시 기사가 어려운 처지에 놓였음을 직감하고 이 남성을 뒤쫓았다고 하는데요, 곧 남성이 갈아타려는 택시 앞을 가로막고 남성을 끌어내렸다네요.

DJ : 역시 사람은 빠르고 봐야 하는 건가요?! 기사님도 많이 놀라셨을 텐데, 천만다행이네요.

: , 경찰 조사 결과 도망치던 10대 남성은 그날 충남 천안에서 여자친구를 만나려고 창원에 왔다가 택시비 32만 원을 내지 않으려 도망치다 학생들에게 붙잡혔다고 해요.

DJ : 너무 지나친 사랑이라 해야 할까요? 요즘 같이 어려운 세상! 이런 일 있어서는 안 되겠죠! 우리 학생들 반응이 궁금한데요. 어땠나요.

: , 학생들은 "위험할 수도 있었지만 반사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기사 분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함께 행동했다"고 말했는데요, 창원서부경찰서도 용기 있는 행동으로 범인 검거를 도운 고교생 3명에게 경찰서장상을 수여했다니 정말 경사죠!

DJ : 우리 학생들 정말 칭찬받아 마땅하네요. 곧바로 다음 키워드 골라볼까요? 보자, TV! TV가 있었죠? 궁금한데요?

: 오늘 학생들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이번 이야기 주인공은 합천군 가회면에 사는 김태호 학생이에요. 태호 학생이 최근 아버지와 함께 사회복지시설에 300만 원 상당의 TV를 선물했거든요. TV 크기만 무려 163cm에 이른다고 해요!

DJ : 163cm면 저보다 큰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정말 큰돈이잖아요. 태호 군의 이런 따뜻한 마음 어떻게 나왔을까요?

: , 태호 군은 TV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경품으로 받았다고 해요. ! 저 같으면 정말 팔 생각부터 했을 텐데. 부끄럽네요. 하지만 우리 태호 군은 아버지와 상의 끝에 당당히! 기부를 결심했죠. 이에 대해 태호 군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것이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 줄 몰랐고, 기회가 되면 계속해서 기부나 봉사활동을 이어나가고 싶다"며 첫 기부 소감을 밝혔다네요.

DJ : 저도 어디 가면 경품 이런 거 절대 안 걸리는 스타일인데. 어떻게든 받아보려 애썼던 지난 과거를 또 이렇게 반성해 봅니다. 우리 태호 학생 최고예요! 마지막 이야기로 훈훈한 이 분위기 이어가 볼까요? 키워드는 수호천사! 어떤 사연인가요?

: , 김해시보건소 일면 '천사표' 방문재활팀 이야기인데요, 집에서 꼼짝도 못하는 중증장애인들에게 이들은 하늘이 내려준 천사와 다름없다고 해요. 재활팀은 물리치료사인 재활전문가 2명이 한 조를 이뤄 각 가정을 방문하는데요, 김해시보건소에는 물리치료사 5명이 이 업무를 맡고 계신다 해요.

DJ : 중증장애인들의 고통도, 천사표 재활팀의 노고도.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울 듯한데요, 정말 감사할 따름이네요.

: 그렇죠. 천사라는 이름이 정말 어울리는 분들인데요, 방문 재활팀은 방문 가정에서 근육을 풀 수 있는 일상생활동작을 반복하는 운동치료와 재활교육은 물론 혈압과 혈당 체크도 꼼꼼하게 챙긴다고 해요. 지난 6월부터 시작한 일은 벌써 54, 120회에 이르렀다 하네요한 시민은 "그동안 혼자서만 지낸 탓에 누구와 대화도 못했는데 이들 물리치료사가 올 때면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게 돼 삶의 의욕을 되찾게 됐다""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이들을 기다리는 게 생활의 한 패턴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하네요.

DJ : 지친 일상, 물리치료를 받는 분들은 물론 우리에게도 활력소가 되어주는 천사들이네요.

: , 김해시보건소는 앞으로도 재활서비스를 지속할 예정이라 하니 우리 수호천사들의 활약상! 저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DJ : 용감한 고등학생들부터 따뜻한 기부, 생활 속 천사들까지. 훈훈한 이야기로 가득했던 지난주 우리 경남. 한 마디로 또 정리해주신다면요?

: , 오늘은 저도 좀 반성하는 의미에서 준비해봤어요. '영웅은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DJ :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21) 통영 물메기, 남해 털게


DJ : 우리 청취자들은 '실패'와 관련해 어떤 말을 가장 먼저 떠올리시나요? 최SNS에서는 휴대폰 게임을 즐기다가 '실패'라는 단어가 뜨자 오히려 좋아하는 한 아이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지요. 어른들이 '너 실패라는 말이 무슨 뜻인 줄 알고 그렇게 좋아하냐'고 묻자 아이는 이렇게 답했다네요. "실패요? 이건 다시 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매주 맛있는 이야기로 우릴 초대하는 분. 이분은 실패에서 무엇을 떠올릴까요. 이서 님 모셨어요.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DJ : 오늘 맛있는 경남, 실패 이야기로 문을 열어봤는데. 이서 님. 오늘 음식 이야기와 실패. 혹시 연관이 있나요?

: 역시 눈치가! 사실 오늘은 사죄 말씀 먼저 드리고 시작해야 할 듯해요. 요 몇 주간 우리 지 작가님을 통해서! 그날 소개할 음식을! 비록 소리지만! 청취자분들에게 들려줬잖아요. 하지만 오늘 소개할 이 음식들, 정말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지만! 구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우리 작가님이 뭔가 원망의 눈초리로 저를 바라보시네요.


겨울철 별미 물메기탕!


DJ : 하필! ! 제가 이렇게 정오의 희망곡을 대신하고 있는 이때! 음식 구하기에 실패했다니! 도대체 어떤 음식이기에 우릴 이렇게 애먹이는 건가요?

: , 남해라는 카테고리로 묶이는 이 녀석들 제철은 겨울과 봄이에요, 못생겼지만 계속 찾게 되는, 특유의 향과 맛으로 식객을 사로잡는! 오늘 주인공은 통영 물메기와 남해안 털게입니다.

DJ : , 이게 제철에 딱! 방송됐더라면 정말 푸짐한 정오의 희망곡이 될 수 있었을 텐데요. 아쉽네요. 그렇다고 또! 우리가 배움을 게을리해선 안 되겠죠? 우선 물메기와 통영 간의 연결고리 설명해주신다면요?

: , 물메기는 통영 추도~사랑도~욕지도로 이어지는 바다가 주 어장인데요, 그중에서도 추도 물메기가 유명하죠. 추도 물메기가 특별한 이유는 경험과 물에서 찾을 수 있죠. 물메기를 건조하려면 많은 물이 필요하거든요? 특히 민물을 사용하는데, 추도는 아래가 미륵도와 연결된 화산섬이어서 높은 압력을 가진 대서층 물이 땅 위로 계속 솟아오른다고 해요. 여기에 물메기를 반으로 갈라 내장·아가미·알을 제거하고 빡빡 씻는 일, 건메기 손질에서 피를 뽑는 일 등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추도 물메기는 더욱더 이름을 떨치게 됐죠.


보기만 해도 속이 시원~~


DJ : 풍부하고 깨끗한 물, 어민들의 손기술이 오늘날 추도 물메기를 만든 셈이네요. 그러면 남해안에서 털게가 잘 자란 이유는 또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 , 털게는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여수~남해~사천~통영~거제 해역에 걸쳐 잡히거든요, 이 중에서도 털게로 더 이름 알려진 곳은 남해죠. 털게는 모자반이라 불리는 해초에서 자생하거든요? 이빨이 강해서 그 해초를 먹고 자라는데, 남해 인근에는 이 모자반이 풍부해 털게가 자라기 딱 좋다고 하네요. 1960년대~1990년대까지 남해 털게는 잡자마자 급랭해서 전량 일본에 수출했다고 해요, 팔라 남은 것은 쪄서 혹은 된장국에 넣어 먹었고요. 그러다 2000년대 매스컴을 타면서 털게를 향한 우리나라 국민 관심도 높아졌고, 이제는 국내에서도 그 맛을 즐기고 있죠.

DJ : 맞아요, 저도 예전에 그 몇 박 며칠로 여행 다니는 그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남해 털게를 접한 적이 있거든요? 황금빛 털, 강철 갑옷 속 감춰진 뽀얀 속살이 기억에 남네요. 이제 먹는 이야기로 바로 넘어가 볼까요? 다가올 겨울·봄 물메기·털게, 어떻게 하면 제대로 맛볼 수 있을까요.


못 생겼다고 놀리지 마세요~~


: , 일단 물메기는 역시 탕이죠! 물메기탕은 역시 그 시원한 육수가 입맛을 사로잡잖아요, 이 육수는 먼저 고기와 함께 끓이다가, 고기가 익으면 고기만 건져낸 후 다시 끓이는 등의 노력이 뒷받침된다 해요. 또 모자기, 대파, 무밖에 없어 맑은 국물과 부산하게 뼈를 발라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부드러운 고기가 아주 조화롭죠. 그다음! 통영에서는 건메기로 메기를 먹기도 하거든요? 피를 쪽 빼 잘 말린 건메기는 구워서도 먹고 찜으로도 먹는데요, 우선 구워 먹는 건메기는 짭조름하면서도 홍어 삭힌 맛도 살짝 나더라고요. 그리고 찜으로 먹은 건메기! 이게 또 별미거든요. 간장으로 간을 한 건메기찜은 두툼했던 그 살이 바싹 말랐다가 다시 양념을 흡수해 풍부한 맛을 내더라고요.

DJ : 맞아요, 건메기 맛을 모르고 물메기 알았다고 하지 마라 이런 말도 있더라고요. 근데 이 건메기는 통영 아닌 다른 지역에서는 좀 접하기 어렵다 하더라고요. 혹시! 이번 여름휴가 때 통영여행 계획하신 청취자분들 계신다면 건메기 요리 꼭 한 번 맛보시기 바랄게요. 다음은 털게! 털게 요리하면 보통 쪄먹는 걸 떠올리잖아요. 이 외에 요리법 알려주신다면요?

: 찜 말고도 털게로 끓인 된장찌개가 특히 별미라고 해요. 다른 재료로 필요 없어요. 털게, 된장, 청양고추, 냉이면 충분하죠. 된장은 약간 싱겁다 할 정도로 풀어주는 게 좋은데, 완성된 찌개는 담백하면서 칼칼하고, 또 냉이와 털게 향이 입맛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죠.

DJ : 꽃게 넣은 된장찌개는 많이 먹어봤는데 털게와 된장찌개의 만남, 정말 기대가 되네요. <맛있는 경남> 책을 보면 음식과 관련한 오해를 푸는 코너도 있더라고요. 물메기와 털게, 오해 아닌 오해가 있을까요?

: , 물메기 같은 경우 간혹 미끌미끌한 껍질부분이 싫어 꺼리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하지만 물메기 껍질과 뼈 사이엔 교질이 풍부해 관절염, 당뇨병 예방에 효과가 있으니 꼭 챙겨드시길 바라고요. 털게! 사실 남해안 일대에서 나는 털 수북한 놈을 두고 털게라고 하지만 이게 엄밀히 따지면 틀린 말이에요. '왕밤송이게'가 정확한 말이죠. 실제 털게는 동해안 일대에서만 나는 별도 품종이죠. 하지만 어민들도 오히려 털게로 불리길 바라고, 품종은 다르지만 큰 차이가 없다고 하니. 다르게 부른다고 너무 눈치 주지 않기로~

DJ : 왕밤송이게, 조금 어색하긴 하네요. 아 참, 물메기·털게잡이 현장 직접 가보기도 하셨다면서요?


털게를 먹기 전 한 번 쏙쏙 눌러보는 요령도 필요!


: , 물메기는 철 되면 새벽 4시께 조업에 나서 정오에 돌아오는 생활이 반복된다 해요. 잡는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대나무통발을 주로 사용하는데, 35cm 안 되는 놈들은 그냥 놓아주기도 한다네요. 그리고 추도. 추도는 집집이 빨래는 없어도 물메기는 널려 있다는 말이 딱 맞는데요, 이곳에서 물메기를 다듬는 어머님들은 그 품삯도 물메기로 받기도 한다 하니 추도의 물메기 사랑 정말 엄청나죠털게잡이는 저인망 어업이 일반적이에요. 가까운 바다에서는 통발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소라·해삼·멍게 등등 각종 어종이 심심찮게 올라오거든요? 이걸 선별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하더라고요. 그래도 다행히 털게가 웬만해서는 물지 않는다고 하니! 혹 기회가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체험하시기 바랄게요.

DJ : 역시 맛있는 음식 뒤에는 수많은 노력이 함께 한다는 거 다시 한 번 기억할게요. 마지막 한 마디에 앞서 좋은 물메기와 털게! 고르는 방법 알려주신다면요?

: , 물메기는 알을 품어 크기와 살이 적은 암놈보다 수놈을 더 쳐주거든요? 성별 확인, 그리고 추도 원산지 확인 한 번 하면 될듯하고요. 털게는 가장 아래쪽 다리 윗부분을 눌렀을 때 껍데기가 단단하면 달고 맛있다고 해요. 그 부분이 물렁물렁하면 충분히 살이 오르지 않았다고 하니 한 번 쏙쏙 눌러보고 사면 될 듯해요.

DJ : 잘 기억해뒀다가 계절이 바뀌면 꼭 써먹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물메기와 털게는?

: , 이 두 녀석에겐 살짝 미안하지만 진심을 담아. 못생겼다 피하지 마라. 먹어보면 다시 찾게 된다.

DJ :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 세상의 훈훈한 이야기를 모아모아서-.

좀 더 따뜻한 세상이 되길 바라며, 사람 냄새 나는 글을 전합니다.





(1) 2016년 8월 다섯째 주 소식


DJ :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덥더니,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온 기분이죠정말 무더웠던 올여름, 막상 보내려니 아쉬움 마음도 드는데요. 매주 목요일 '좋은 이야기들만 골라 골라 오는 이분'은 이렇게 위로하고 싶다 하네요"섭섭해 마세요, 올가을에는 더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거에요." 훈훈한 세상 만들기에 앞장서는 분이죠, 이서 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DJ : 지난주 첫 방송이 나가고 나서 주변 반응 좀 어땠나요?

: 다행히도 칭찬이 많았다는 점. 마음이 따뜻해진다, 훈훈하다 부터 시작해 우리 동네에도 좋은 일 생기면 연락주겠다까지! 고마운 이야기들이 많아 참 감사한 한 주였죠.

DJ : 맞죠! 뭔가 저도 한 주 만에 우리 사회가 더 따뜻해진 기분이랄까? 그렇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열심히 달려야겠죠?! 지난주 우리 경남에서는 어떤, 훈훈한 일들이 또 있었나요?

: , 오늘도 역시! 세 가지 키워드로 준비해봤어요. 고르는 재미도 있고! 오늘의 키워드는 소통, 공무원, 저금통이에요. 뭐부터 시작할까요?

DJ : 제가 또 소통 왕 아니겠어요?! 오늘의 경사세! 소통으로 먼저 열어볼게요.

: , 4개월간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앞장선 분들이 소통 키워드 주인공들이신데요23, 합천군 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사랑의 수화교실 수료식이 열렸다고 해요.

DJ : 말로만 듣던 수화, 참 힘들었을 텐데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군요.

: , 유난히 무더웠던 날씨에도 수강생 12분은 매주 화요일 2시간 동안 기초단어부터 대화연습까지 꼬박꼬박 익혀갔다 하는데요, 그 결과 농아인과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만큼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에 대해 임영수 농아인협회 합천군지부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농아인에 대한 이해와 인식개선 계기가 되었다"며 열심히 수화를 배운 수료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요.

DJ : 따뜻한 마음으로, 배움의 열정으로 고생해오신 수강생 여러분께 다시 한 번 박수를! 그나저나 이 좋은 수업, 앞으로도 계속 들을 수 있는 거죠?

: , 천군 사랑의 수화교실. 뜨거운 관심에 힘입어 하반기에는 초급반 이수자를 대상으로 중급반 과정을 추가로 개설하고, 초급반도 동시에 운영한다고 하니 많은 참여 바란다고 하네요.

DJ : 첫 번째 소식 들었으니! 기념으로 한 번 외쳐볼까요? 경사세!! 다음으로, 두 번째 키워드! 저금통과 관련한 훈훈한 소식 들려주신다면요?

: , 혹시 우리 복자 씨는 지인 중에 창원 팔룡동에 거주 중인 분이 있으신가요? 우리 청취자분들 중에 팔룡동에 사는 지인이 있다!, 한 번쯤 칭찬해 줘도 괜찮을 듯해요. 팔룡동 주민들께서 요즘 아주 뜻깊은 일을 실천하고 계시거든요.

DJ : 저금통과 팔룡동 주민들! 저는 딱 감이 오는데요? 한 푼 두 푼 모은 동전들, 좋은 일이 쓰일 수 있도록 기부하신 거죠?

: 딱 맞아요! 지난 6월이었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남본부와 협약을 체결한 팔룡동 주민센터가 팔룡동 내 14000여 가구에 저금통을 배포했는데요, 사랑의 동전 모금 '행복나눔사업'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후원사업은! 아프리카 케냐 식수지원을 위해 시작됐어요.

DJ : 우리 <경사세> 세계로 뻗어가는 건가요? 나눔이라는 거, 말로는 쉽지만 직접 실천하기란 참 어렵잖아요. 우리 팔룡동 주민들 정말 대단하신걸요?

: 그렇죠. 주민들은 지난 29일 저금통 1차 전달식을 열었는데요, 이날 전달식에는 약 700여 개의 저금통이 접수됐다고 해요. 이 중 어린이집 원생 20명은 직접 행사장을 찾아 저금통을 전달하고 메시지 카드를 적기도 했고요, 팔룡동한마음단체협의회는 366만 원의 모금액을 전달하며 사업에 힘을 보태기도 했네요그 덕분에 현재까지 모금액은 저금통을 제외하고 일시후원 776만 원, 정기후원은 연간 606만 원에 다다랐다고 하네요. 사업은 10월 말까지 진행된다고 하니 미처 참여하시지 못한 주민분들이 있으신다면! 주민센터로 바로 전화하면 된다고 하네요.

DJ : 내가 아낀 작은 동전 하나가, 지구 반대편 어린이들에게 기쁨으로 돌아갈 수 있다니. 정말 뿌듯한 일이겠네요. 역시나 오늘도 훈훈한 경사세! 그 마지막을 장식할 '공무원' 키워드에 대해 이야기해 주신다면요?

: , 사실 공무원이라는 키워드 앞에 '생명을 지킨'이라는 수식어가 있으면 더 좋을 듯한데요, 주인공은 창원시 공보관 소속 김용하 계장이에요. 김 계장은 지난 25일 마창대교 도로 한쪽에 쓰러진 30대 남성의 생명을 구하셨거든요.

DJ : 정말 긴박했을 그 순간, 김 계장님은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 , 김 계장님은 그날 행사를 마치고 시청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는데요, 길가에 쓰러진 남성을 발견하고 너무 상황이 이상하다 싶어 차를 뒤로 돌렸다고 해요. 아니나 다를까 가까이서 보니 남성은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상황은 매우 심각했었고요. 계장님이 바로 119에 연락했지만 마냥 기다릴 수 없었던 이유도 여기 있고요. 계장님은 곧 소방본부 행사를 취재하면서 익혔던 응급조치를 떠올렸다고 하는데요, 예전에는 물에 빠져 호흡이 멎은 사람도 같은 방법으로 구한 적이 있었대요. 곧바로 깍지를 낀 손으로 심폐소생을 시작했고 몇 차례 시도하니 가까스로 호흡이 돌아왔다고 하네요. 곧바로 차에 있는 야외용 매트로 그늘을 만들어 남성이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했고요.

DJ : 정말 쉽지 않았을 텐데, 침착한 대응이 한 생명을 구한 셈이네요. 근데 또 이런 분들이 자신의 공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시잖아요?

: 정확해요. 계장님은 오히려 "소방대원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무더위 속에 을지훈련까지 진행 중이었는데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하더라. 저보다 소방대원들이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네요. 그러면서 "다만, 그전에 지나갔던 차도 있었을 테고 이후에도 지나가던 차들이 응급상황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고 덧붙이셨고요.

DJ : 그러고 보면 응급처치법 꼭 익혀 둬야 한다, 정말 필요한 거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저도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복습해봐야겠어요. 지난주! 역시 훈훈한 소식들로 가득했던 우리 경남, 가시기 전에 또 오늘 소식들 한마디로 정리해주신다면요?

: , 오늘은 이렇게 정리해봤어요. "생활 속 작은 실천, 나눔을 낳고 생명을 구합니다". 무슨 캠페인 표어 같지 않나요?

DJ : 얼핏 그런 거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20) 함양 흑돼지


DJ : 음식을 표현하는 소리, 참 많죠? 어떨 때는 그 소리만으로 맛있는 밥상을 떠올리기도, 입맛을 자극하기도 하는데요. '보글보글'하면 뜨끈뜨끈한 찌개가, '사각사각' 하면 달고 단 과일이, '노릇노릇'하면 잘 익은 전이 떠오르는 건 저뿐만이 아니겠죠? 오늘 소개할 이 음식 역시 '이 소리'와 아주 잘 어울린다고 하는데요, 전국 구석구석, 우리 지역의 음식재료를 찾아 떠나는 분, 이서 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 볼게요.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DJ : 오늘 맛있는 이야기, 음식과 관련한 소리로 문을 열었는데, 우리 이서 님은 어떤 소리 가장 좋아하시나요?

: 저는 개인적으로 면 음식 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아, 후루룩후루룩 소리만 들으면 아주 심장이 요동쳐요.

DJ : 그러면 혹시, 오늘 들고온 이 음식도 면 음식인가요? 뭔가 뜨끈뜨끈 한 것 같긴 한데요?

: 어떤 음식일지! ! 오늘도 우리 지 작가님 불러봐야겠죠? 작가님!

: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DJ : 벌써 눈치 채신 분들 많으실 텐데요, 이 음식 어떤 음식인가요?


'지글지글' 삼겹살. 언제 먹어도 최고! 


: , 이 음식하면 역시 '지글지글'이라는 소리가 딱 붙는데요, 물론! 오늘은 여건상 직접 고기를 굽지는 못하고, 이게 들어간 '전골'로 준비해봤어요. 삼겹살로도 먹고 오겹살로도 먹고, 찌개에 넣어도 먹고, 볶아서도 먹는 국민 음식! 오늘 맛있는 이야기는 돼지 편입니다.

DJ : 지난주 전어에 이어 우리 입맛 다시는 청취자들 많으실 텐데요, 근데 오늘 이 돼지가 일반 돼지와는 조금 다르다면서요?

: 그렇죠. 흔히 똥돼지라고도 하죠? 경남 함양이 주 고장인 흑돼지로 준비해봤는데요, 백돼지에 비해 온몸이 검은 털로 덮여있고 몸집도 작은 녀석이지만 이야깃거리만큼은 아주 풍성하더라고요.

DJ : 함양 흑돼지! 저는 꽤 귀한 음식으로 알고 있거든요? 이 흑돼지 오늘 샅샅이 파헤쳐 보기로 해요. 먼저 우리가 또! 공부하고 가야죠? 함양과 흑돼지의 연결고리 말해 주신다면요?

: , 함양은 험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농사지을 만한 땅이 부족한 곳이죠. 가축이라도 길러야 했지만 이 또한 변변치 않아 돈사와 화장실을 한 공간에서 해결하는 것에 생각이 뻗친 것이죠. 재래식 방식으로 키우는 똥돼지는 1970년대 초반까지 함양을 비롯한 지리산 주변 등에서 볼 수 있었는데요, 1980년대 들어서는 생산성, 위생, 경제성 등의 문제로 모두 일반돼지로 옮겨갔죠. 그러다 2000년대 이후 흑돼지에 다시 눈을 돌렸다 해요. 우량교배를 통해 퇴화하던 흑돼지를 되살렸고, 육질을 단단히 하는 사료를 집중적으로 먹이면서 옛 명성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하네요. 물론 지금도 함양에서는 재래식 똥돼지 흔적을 찾아볼 수 있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아는 이에게 의뢰받아 한 마리씩 키우는 정도에 그친다 하네요.

DJ : 맞아요, 예전에 함양에서 위에는 화장실, 아래는 돈사 형태인 임시 건물을 본 기억이 있는데요, 이제는 그 자리를 흑돼지가 또 채워주고 있다고 하니! 너무 아쉬워하지 않아도 될 듯하네요. 그나저나 책을 보면 흑돼지 사육에 인생을 건 분도 만났다 하더라고요?

: , 10여 년째 흑돼지 농장을 운영하신 한 농민이신데, 이분이 200220마리로 시작해 7000마리까지 개체수를 늘렸다고 해요. 함양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최대규모라 하고요. 흑돼지 농장을 운영하면서 주의해야 할 몇 가지도 알려주셨는데요, 여름에는 기온·습도, 그리고 환기가 특히 중요하다 하네요. 또 흑돼지 육질을 좌우하는 큰 요소로 사료를 뽑아주셨는데 당귀라 불리는 한약재를 섞어 사료로 쓴다고도 해요.

DJ : 역시 좋은 것 먹고 자란 우리 흑돼지들!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 또 있었네요. 여기서! 오해 하나 풀고 갈까요? 흑돼지는 모두 토종돼지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어떤가요. 실제로는.

: 참 모호한데요, 고구려 시대부터 이어진 재래종과 서양에서 들어온 종이 함께 섞였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해요. 자연환경, 키우는 방식에 따라 점차 변화해 왔기도 하고요.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재밌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왜 우리가 흑돼지 고기 보면 까만 털이 송송 박혀 있는 게 있잖아요? 한때는 이게 재래종임을 상징하는 일종의 보증수표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해요아무튼 어느 흑돼지든 품종 개량을 통해 더 건강한 흑돼지를 만드는 노력이 뒷받침된 만큼 토종이든 재래종이든, 외래종이든 모두 다 맛있고 건강하다는 사실! 잊지 않았으면 해요.


좋은 흑돼지를 만들려는 노력이 뒷받침된 만큼 토종이든 재래종이든외래종이든 모두 건강하다는 사실!


DJ : 우리 농민들 노력이 뒷받침됐다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이제 먹는 이야기 좀 해볼까요? 국민 음식이라 불리는 삼겹살부터, 전골까지. 돼지로 할 수 있는 요리 정말 많잖아요. 몇 가지 소개해 주신다면요?

: , 저는 그 함양읍 중앙시장 내 한 식당에서 먹었던 순대와 머리 고기가 기억에 남는데요, 국물을 내는 사골까지 모두 흑돼지가 재료이더라고요. 우선 머리 고기는 연골과 껍질의 조화도 훌륭해서 '싱싱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더라고요. 잘게 간 머리 고기에 양파, 대파, 양배추, 배추, 깨순, 부추, 당근 등을 넣어 만든 피순대는 담백하면서 야채와 고기 선지가 제 맛을 다 낸다 해야 할까요? 먹으면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느낌이더라고요.

DJ : 물론 저도 순대를 좋아하긴 하지만 고기 군내 때문에 순대 종류를 꺼리는 분도 계시잖아요? 함양 흑돼지, 그런 문제는 없나요?

: , 함양에 또 물이 좋잖아요. 지리산이 내린 지하수에 1시간 정도 담가 피를 뺀다 하니 군내가 정말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래도 조금 부담스럽다는 분들이 계신다면 역시! 구워 먹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살과 고기가 겹겹이 오겹살을 이룬 함양 흑돼지는 이미 맛있는 조건을 타고났는데요, 맑은 육즙과 지방의 조화가 특히 뛰어나 쌈 채소 없이도 몇 점이고 그냥 먹게 되더라고요. 흑돼지 갈비찜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부드럽게 뼈와 살이 분리되면서 입에 착 감기는 그 맛! 다만, 짠맛 강해 술안주보다는 한 끼 밥반찬으로 제격이지 않나 생각되더라고요.


전골로도 많이 먹는 흑돼지. 사진은 불고기 전골!


DJ : 오늘 저녁은! 저도 돼지고기 요리 꼭 먹어야겠네요. 이렇게 맛있는 흑돼지! 당연히 우리 몸에도 좋겠죠?

: 그렇죠! 동의보감에는 돼지고기가 신장과 위장, 간장을 튼튼하게 하며 건조한 것을 촉촉하게 한다고도 나와있는데요, 마른기침을 잡아주는 데도 특히 좋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 몸에 좋은 흑돼지도 먹을 때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요. 돼지고기는 기본적으로 찬 성질이거든요? 잘못 먹으면 소화기병이나 기력손상이 올 수 있다고 하니 꼭꼭! 익혀서! 적당량만 드시길 권장할게요.

DJ : 맞습니다! 맛있다고! 무작정 많이 먹기 없기! 다 같이 꼭 기억해요. 마지막으로 이서 님이 생각하는 함양 흑돼지란?

: 오늘은 뭔가 시처럼. 흑돼지의 오겹, 그것은 땅·돼지·사람의 돌고 도는 인연이 겹겹이 쌓인 것이니라.

DJ :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 세상의 훈훈한 이야기를 모아모아서-.

좀 더 따뜻한 세상이 되길 바라며, 사람 냄새 나는 글을 전합니다.





(1) 2016년 8월 넷째 주 소식


DJ : 우리 청취자분들은 뉴스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답답하다? 가슴 아프다? 맞아요우리가 신문이나 TV, 라디오 등으로 접하는 대부분 뉴스. 부정적인 것들이 참 많죠?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런 나쁜 일들 말고도 참 좋은 일들도 많다는 거. 그런 훈훈한 이야기가 널리 알려진다면 우리 사회도 좀 더 따뜻해지진 않을까요매주 이 시간! <정오의 희망곡>이 그 좋은 일을 시작하려고 해요. 경남에서 일어나는 좋은 이야기, 참 좋은 사람들을 모아! 이 분이 다시 왔습니다. 다시 돌아온 이서 님 모셨어요.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DJ :지난 주 휴가 보내드렸는데. 어떻게 잘 다녀오셨나요?

: 네 물놀이도 하고! 특히! 그 맛있는 경남하면서 소개했던 음식들 중! 제가 또 전어를! 복습하고 왔죠. ! 고소한게 아주!!

DJ : 역시 복습 철저한 우리 이 기자님. 당연히 예습도 잘 해 오셨겠죠? 오늘부터 시작하는 정오의 희망곡 새 코너. 이름을 뭐로 정했나요?

: 네 일단 이렇게 이름 붙여 봤어요. 참 훈훈하고 좋은 일들이 많은 우리 경남. 앞으로 경사가 더 많길 바라는 마음에서 <경남 사람이 사는 세상> 정도? 줄이면 경사세!

DJ : 드라마 제목과 비슷하다는 거. 저 만의 착각 아니겠죠? 아무튼 우리 이서 님과 함께 하는 경사세! 앞으로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그 첫 번째 순서로, 지난 주. 우리 경남에서는 어떤 훈훈한 일들, 사람들이 있었나요?

: , 제가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봤는데요. 선택권 드릴게요. ‘울타리, 새 생명, 편지’. 어떤 거 먼저 뽑으실래요?

DJ : 그러면 저는. 편지! 궁금하네요.

: 역시 센스 센스가! , 편지와 관련한 내용. 이번 달 9일 함양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편지 배달 중이던 한 집배원이 마을어귀 대나무밭 화재현장을 목격하고 발 빠른 초기진압으로 큰불을 막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해요.

DJ : 항상 고생하시는 우리 집배원 분들. 정말 또! 감사한 일 해 주셨네요.

: , 주인공은 26년째 집배원으로 근무하고 계신, 부산지방우정청 소속 권문현 집배원이신데요, 그 날 오후 함양 휴천면 운서마을에서 일을 하고 있던 권 집배원이 한 마을주민 소유의 대나무밭에서 연기 나는 것을 발견했다고 해요. 권 집배원은 우편배달 중이던 오토바이를 급히 돌려 화재 현장으로 다가갔는데요, 현장에서 주민이 불길을 잡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재빨리 119신고를 한 뒤 인접한 주민 집으로 뛰어가 상수도에 호스를 연결에 불에 타고 있는 대나무에 불을 퍼부었다고 하네요. 권 집배원의 빠른 대응으로 소방차량이 출동해 잔불은 정리됐고요.

DJ : 자칫 대나무밭은 물론 인접한 주택까지 미칠 뻔 했을 텐데. 침착한 대응이 존경스럽네요.

: 그렇죠. 근데 또 이런 분들이! 말씀하시는 거 보면 엄청 겸손하잖아요. 권 집배원은 이 소식이 알려지자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 “전 우편집배원들은 행복을 배달한다는 사명으로 우편배달 외에 화재나 범죄 등을 예방하는 활동가로도 활약하고 있다고 하셨다네요.

DJ : 행복도 배달해주고 주민 안전까지 책임지시는 우리 집배원분들. 늘 감사한 마음 잊지 않아야겠네요. 첫 번째 소식부터 훈훈한데요? 두 번째 키워드! ‘새 생명에는 또 어떤 사연이 있나요?

: 네 우리 경사세! 이름에도 참 잘 어울리는 사연인데요. 주인공은 김해동부소방서에요. 김해동부소방서 119구급차에서 새 생명이 탄생했다는 이야긴데요, 이달 들어서만 두 차례라고 하네요.

DJ : 참 그 긴박했을 순간이 상상이 가는데요. 구급대원분들께서 침착하게 대응해주신 덕분이겠죠?

: , 16일 이었다고 해요. 오후 10시께 한 임신부에게 분만 진통이 심하다는 신고를 받고 구급대원들이 출동했는데 이송 도중 신생아 머리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해요. 구급대원들은 즉석 응급조치에 나섰고 조심스럽게 분만을 유도한 끝에 산모가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하도록 도왔다고 하네요. 이후 신속하게 신생아 탯줄을 끊은 후 산모와 신생아를 병원 의료진에게 인계하기도 했고요.

DJ : 말만 들어도 막 손에 땀이 날 듯한데요. 분만전쟁을 성공적으로 끝낸 우리 구급대원분들. 정말 대단하시네요.

: 그렇죠. 근데 그 전날인 15일에도 구급대원들은 건강한 여자아이 출산을 도왔다고 하는데요, 매우 고단했을 텐데도 소방서 측은 구급차 안에서 두 새 생명이 탄생한 것은 소방서의 경사라며 즐거워했다 하네요. 그리고 김해동부소방서 북부119안전센터 김해성·이준우 구급대원은 최근 남자아이를 출산한 산모를 찾아 꽃다발과 미역을 선물했다고도 하니, 참 훈훈한 경남 아니겠어요?

DJ : 맞아요. 우리 주변에 이렇게 좋은 일들이 많다는거! 새삼 다시 느끼게 되네요. 이제 마지막 이야기 들어볼까요? 울타리라는 키워드를 잡아오셨는데. 또 어떤 좋은 일이 있나요?

: , 이번 이야기는 훈훈한 이야기라기 보단 좋은 사람 한 분을 소개해드리려고 준비했어요. 적적한 시골, 어르신들을 돌보는 든든한 울타리, 의령 가례면 수성마을 박종술 이장님이 그 주인공인데요, 박 이장님 하루 시작은 이렇다고 하네요. 일어나자마자 200여 마리나 되는 소들에게 먹이를 주고나서 마을 어르신들 안부를 묻고자 마실을 나선다고 해요. 행여 무슨 일이 있을까 가가호호 방문을 빠뜨리지 않는 게 습관처럼 됐다고 하네요.

DJ : 참 쉽지 않은 일일텐데, 어르신들에게는 정말 아들같은 존재겠어요.

: , 마을을 떠나지 않은, 한 평생 지켜온 이유도 그와 조금 연관이 있는데요, 이장님은 언젠가 저 멀리 마을 입구에서 한 친구가 고향을 떠나는 모습을 봤다. 근데 그 뒤를 쓸쓸히 바라보는 친구 어머니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더라. 그 모습을 보며 내가 혹시 떠난다는 우리 어머니는 어떻게 쓸쓸해하실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 그래서 떠나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DJ : 정말 효심이 대단하시네요. 이렇게 든든한 울타리가 있는 의령 수성마을. 좋은 일도 당연히 많겠죠?

: , 의령군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가령마을에서는 10년 가까이 고독사가 단 한 건도 없었다 하고요, 지난해부터는 군에서 추진하는 새 부자 500호 농가 육성 프로그램 사업에 선발되기도 했다네요.

DJ : 이장님의 땀방울 만큼이나 수성마을에도 앞으로 더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 오늘 소식 마무리 짓기 전에! 맛있는 경남 때처럼 마지막 한 마디 던져 주시나요?

: 이럴 줄 알고! 제가 미리 준비했죠. ‘좋은 사람이 있는 곳엔 언제나 좋은 일이 따른다’.

DJ : 역시 준비 철저하신 우리 이서 님! 다음 주에도 훈훈한 우리 지역 이야기. 기대해 볼게요.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19) 남해안 전어


DJ : 여러분은 음식과 관련한 속담 하면 어떤 게 제일 먼저 떠오르시나요? '남의 떡이 커 보인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 '남의 잔치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 등이 떠오르는데요, 오늘 소개할 이 음식 역시! 아주 유명한 속담 혹은 수식어가 붙는다고 하네요. 어떤 음식일지, 이번 주도 빠지지 않고 이분 모셨습니다. 매주 목요일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분, 맛있는 이야기 이서 님 모셨어요.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DJ : 오늘도 역시! 두 손 가득 이 음식을 들고 왔잖아요. 벌써 우리 스튜디오에 고소한 냄새가 가득한데, 우리 청취자분들이 눈치 챌 수 있게 짧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 , 아마 듣는 순간! 바로 아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사실 이 음식 제철은 가을이에요. 근데 여름에 먹는 이것도! 별미 중 별미거든요. 시중에서는 지난주부터 서서히 나왔다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 음식만큼은 딱 어느 고장 하나만을 들 수 없어요. 누구만의 것이 아닌, 우리 경남 남해안에 두루 걸쳐 있는 자산이거든요. 어떤 음식일지. 우리 작가님 먹방으로 소개해 볼게요. 작가님~

: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DJ : 우리 작가님 행복한 표정 정말 오랜만에 보는 듯한데요, 이 기자님 오늘 맛있는 이야기 어떤 음식과 함께 하나요.'


싱싱한 전어회. 고소함이 일품이다.


: , 돈 나가는 줄 모르고 사게 된다, 집 나간 며느리도 굽는 냄새 맡으면 집에 돌아온다 등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남해안 전어입니다.

DJ : ! 드디어 왔군요. 근데 아까도 말씀하셨듯이 전어, 보통 가을에 많이 먹잖아요. 왜 하필 가을일까요?

: , 전어 제철은 전어 산란기와 연관이 깊은데요, 전어 산란기가 4~8월이거든요? 산란기를 거친 전어는 기름기가 세 배 정도 많아지고 살도 통통히 오른다고 해요. 남해안 일대를 기준으로 봤을 때 8월 중순부터인 셈인데, 기름기 많은 가을 전어는 회보다는 구이가 적격이다는 말도 여기도 나온 거죠. 그런 면에서 회로 즐기시려면 이 시기 혹은 늦여름에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해요.

DJ : 가을 전어는 구이, 여름 전어는 회. 정말 기특한 전어네요. 그러고 보니 아까 이 전어만큼은 한 지역만을 뽑아서 말할 수 없다고 했잖아요. 남해안에 두루 걸쳐서 전어가 자란다는 말이신데, 그래도! 우리 청취자분들이 좀 더 유심히 봐야 할 지역이 있다면요?

: , 저희가 이 전어를 취재하면서 전어 로드맵이라는 걸 만들어봤거든요. 우선 하동에 가면 술상전어마을이 있어요. 술상 전어는 민물 영향이 큰 타지역 전어에 비해 식감이 차지고 비릿감에 덜해 횟감으로 뛰어나다는 평을 많이 받아요. 또 싱싱한 전어의 위를 소금물에 씻어 소금 넣어 삭힌 전어밤젓도 이 지역에서는 구입할 수 있고요. 100년 전부터 전어잡이를 시작해 일명 원조 전어 마을이라 불리는 남해 '선소마을'과 다음 주 전어 축제가 열리기도 하는 삼천포항도 빼놓을 수 없죠. 이 중 삼천포항 전어는 남강 물, 일명 육수가 흘러나와 뼈도 연하고 기름기 많은 게 특징이죠. 창원지역에서도 전어는 쉽게 맛볼 수 있는데요, 마산어시장과 진해만 일대에 가시면 맛있는 전어 드셔볼 수 있어요. 진해만 전어는 흔히 '떡전어'라 불리기도 하는데요, 회로 썰었을 때 핏빛이 많은 게 특징이라네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만든다는 그 음식! 전어구이~


DJ : 올여름 가을 '전어 로드 기행'만 떠나도 정말 든든하게 보낼 수 있을 듯하네요. 먹는 얘기 좀 해볼까요? 전어 먹는 방법 참 다양하잖아요. 가장 유명한 건 역시 구이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 외에 전어 먹는 법 소개 좀 해주신다면요?

: 네 우선, 전어회는 써는 방법이 나뉘죠. 흔히 뼈째 썬 것을 '세꼬시'라 하고 뼈를 발라내고 살을 길게 썬 것을 '포를 뜬다'고 하죠. 공통으로 전어회는 흔히 머리와 내장, 비늘을 제거하고 껍질째 먹잖아요, 알려지길 그 고소한 맛을 돋우는 데 전어 껍질 역할도 적지 않다고 하네요. 남은 전어회는 버리지 말고 냉동보관 했다 초고추장과 함께 회비빔밥을 해먹어도 좋아요. 그리고 간혹 껍질과 뼈까지 먹어 소화기관에 부담이 된다면 된장이나 초장에 매실 진액을 섞어 먹으면 한결 편안하다고 하네요.

DJ : 사실 저는 아직도 회 맛을 약간 쌈장 맛으로 먹는 편인데요, 다행히도! 전어회는 이런 장과도 특히 잘 어울린다면서요?

: , 전어회 맛은 된장 맛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고추장을 좀 섞거나 잘게 썬 마늘과 고추를 넣어 먹으면 유달리 쌈장 사랑이 깊은 경상도식 지방 전어회가 된다고 해요. 여기에 갓 내린 참기름까지 얹어 먹으면 고소한 맛이 배가 되고요.

DJ : 전어 먹을 땐 쌈장 팍팍! 자신 있게 외치고 다닐게요. 맛있는 경남을 보니 회 말고도 전어 무침도 드셨더라고요?

: 네 무침! 이 무침이 또 별미거든요. 지역마다 그 차이를 보이기도 하고요. 기억에 남는 건 광양만 쪽 무침인데요, 무침을 시키니 고구마 줄기, 도라지 등 나물과 밥이 같이 나오더라고요. 매콤달콤하면서 고소하고. 한 끼 식사로 정말 최고죠.

DJ : 맞아요. 또 삼천포 쪽에서는 방풍나물이라는 나물과 함께 무침을 내놓기도 하더라고요. 각 지역만의 무침. 찾아 먹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네요. 근데 우리가 또 마냥 먹기만 먹을 순 없잖아요. 늘 고생하시는 우리 어민들 생각도 해야겠죠?


남해안 어디를 가도 이처럼 싱싱한 전어회와 해산물을 만날 수 있다.


: , 전어 역시 밥상에 오르기까지 과정이 만만찮지 않죠. 전어는 야행성이거든요? 주로 새벽 3시쯤 바다로 나가 동 트기 전까지 작업을 하죠. 그리고 오후 5시에 조업을 또 나가기도 하고요. 작은 배에서 주로 두어 명이 자망으로 잡거나 큰 배에서 10명이 힘을 모으기도 하는데요, 그물에 걸린 전어는 털지 않고 손으로 직접 다 뗀다고 하니 그 일도 만만치 않죠.

DJ : 역시 맛있는 음식 뒤에 숨은 우리 어민·농민들의 고생. 늘 잊지 않아야겠네요. 이렇게 힘들게 잡은 전어. 당연히 우리 몸에도 좋겠죠?

: 네 뼈째 먹는 전어는 칼슘섭취에 도움을 주고요 특히 두뇌기능, 간 기능 개선에도 좋다고 하니. 술꾼들이 반할 만하겠죠?

DJ : 군침 도네요. 마지막으로 이서 님이 말하는 남해안 전어회란?

: 저번 주에 힙합 한다면 깨 방정을 떨었기에 오늘은 조금 점잖게 갈게요. '전어, 그것은 돈 아까울 줄 모르고 사게 된다는 남해안의 자산'이다.

DJ :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다시 읽는 맛있는 이야기.

우리네 밥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산과 바다, 들판의 보물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를 찾아서-



다시 읽는 맛 - (18) 진영 단감


DJ : '원조'라는 말이 있죠? 어떤 일을 처음으로 시작한 사람, 사물이나 물건의 최초 시작으로 인정되는 사물이나 물건을 뜻하는 말인데요. 이 말, 음식과 관련해서도 참 자주 쓰이죠원조 땡땡 보쌈, 원조 할매 국밥 등이 낯설지 않게 다가오며 찾는 이에게 믿음을 주기도 하는데요. 오늘 소개할 이 음식재료는 요즘 '원조'와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고 해요. 어떤 음식일지, 매주 맛있는 밥상을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는 분이죠. 이서 님과 자세히 알아볼게요.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DJ : 오늘 원조 이야기로 맛있는 이야기 문을 열었잖아요. 그나저나 오늘 이 음식, 원조와 어떤 연관이 있는 거죠?

: 네 이 음식을 두고 두 지역이 서로 '원조'임을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최초 시배지는 우리 지역이다, 아니다, 우리가 먼저다는 싸움 아닌 싸움이 벌어진 거죠. 어떤 음식인지. 우리 지 작가님이 먼저 먹어보고 더 자세하게 이야기 나눠볼게요. 작가님~

: 네 안녕하세요.

DJ : 여러분 눈치 채셨나요? 그렇습니다. 오늘 맛있는 이야기는 단감 편으로 준비해봤어요.


탐스러운 진영 단감.


: 맞아요. 근데 오늘은 그중에서 김해 진영 단감 편으로 준비해봤거든요? 앞서 말했듯이 요즘 창원 북면과 진영 단감 사이에 시배지 지위를 놓고 대결을 벌이기도 했거든요. 물론 우리 맛있는 경남이 어떤 지역이 먼저다고 감히 정의 내릴 순 없는 거고요. 그저 우리는 진영 단감은 이런 역사와 특징, 맛을 지니며 이만큼 좋다! 라고 알차게 소개하려 해요.

DJ : 창원 단감이 너무 섭섭해하진 않았으면 하네요. 그럼 먼저 역사 이야기 좀 해볼까요?

: 네 창원 단감이 전국 생산량의 20% 정도를 차지하며 전국 최대 주산지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진영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데요, 우선 단감은 추위에 약해요. 한창 무르익을 때는 높은 온도여야 떫은맛이 제대로 없어지죠. 연평균 기온은 13도 이상, 성숙기인 9월에는 21, 11월에도 9도 정도여야 하는데 진영이 이 조건에 딱 맞아떨어져요. 영 일조시간은 2300시간을 넘어야 하며 겨울에도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지면 안 되고요. 여기에 낙동강 변 모래 성분이 많은 땅도 단감 생식에 영향을 주죠.

DJ : 역시 어느 특산물이든 자연환경과 사회적 배경이 크게 작용하는군요. 그럼 진영에서 우리가 단감 '원조'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 있나요?


진영 단감의 우수성과 뛰어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단감 축제.


: , 진영읍 신용리에는 단감 시배지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있어요. 그 내용을 보면 '1972년 단감나무를 처음 식재한 곳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단감나무 60여 그루가 재배되고 있는 우리나라 단감 첫 재배지이다'라고 돼 있죠. 여기에 진영역장을 지내며 한국 여인과 결혼한 일본인이 최초 시배자라는 이야기도 붙는데요. 이에 맞서 창원에서는 '아니다, 100여 년 전 창원 대산면 빗돌배기마을, 북면 마산동에서 처음 재배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죠.

DJ : 결국 단감 원조 논쟁도 단감에 대한 두 지역 자부심이 불러온 게 아닌가 싶네요. 먹는 이야기 좀 해 볼까요? 오늘 들고온 감말랭이도 그렇고, 단감을 먹는 방법 참 다양하다면서요?

: , 단감은 자체로도 훌륭한 과일이지만 다른 과일과 달리 숙도나 보관 방법에 따라 형태나 그 맛이 다양해요. '호랑이가 무서워했다'는 곶감이 껍질을 깐 감을 통째 말린 것이라면 감 말랭이는 먹기 좋을 크기로 잘라 말린 것이죠. 감말랭이는 곶감에 비해 만들기가 비교적 쉽고 먹기 편한 장점도 있고요. 질기지 않고 먹을수록 깊은 단맛이 나죠. 감을 활용한 가공품도 인기가 많은데요, 감식초와 감잎차가 대표적이죠. 특히 감식초가 기억에 남는데요, 매년 5월 가장 어린 감나무 잎을 따 만드는 감잎차는 녹차보다 떫은맛은 약하고 은은한 감 향이 나는 게 특징이에요. 이 감잎차는 비타민 C가 풍부해 감기 예방에도 좋다하고요.

DJ : 단감의 무한한 변신, 앞으로도 더 기대해볼 만하네요. 하지만 이렇게 맛있는 감이 우리 곁으로 오기까지, 또 농민들 고생이 많겠죠?

: 그렇죠. 단감 농사는 곧 물싸움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보통 단감나무는 심은 지 10년서부터 30년까지 좋은 감을 내놓데, 한창 자라는 시기에 물이 없으면 성장을 멈춘다고 해요. 그다가도 또 갑자기 물을 받으면 비대해지면서 품질이 떨어지고요. 농민들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죠.

DJ : 그러면 우리 소비자 관점에서 잘 키운, 좋은 단감을 고르는 요령이 있을까요?

: , 일단 색감 좋고 꽃받침이 큰 것은 튼실히 자란 것으로 받아들이면 돼요. 또 단감 아랫부분이 볼록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간 것은 씨가 없는 건데, 씨가 없으면서도 무게에서 다른 것과 뒤처지지 않는다면 그만큼 튼실하고 품질 좋은 것으로 봐도 되고요.


단감, 많이 먹어도 변비 안 걸려요!


DJ : 색감, 무게. 단감 살 때 꼼꼼히 살펴보도록 할게요. 마지막 한 마디를 전하기 전에! 오해 아닌 오해 하나 풀고 갈까요? , 감을 많이 먹으면 변비 걸린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 말 진짜인가요?

: 이 말에 대해 농민분들은 딱 '떪은 감에나 해당하는 이야기지, 단감하고는 상관없어'라고 정리해 주시더라고요. 근데 감에서 떫은맛을 내는 '타닌'이라는 성분은 설사에 도움을 주기도 하거든요? 여기에 경남대 식품영향학과연구팀은 '단감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가 장에 잔류한 변을 내보내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도 있고요. 결국 단감은 변비가 아닌 오히려 변을 없애는데 도움을 주고, 떫은 감은 변비를 일으키기는 하지만 설사로 고생하는 이들에게는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겠네요.

DJ : 변비로 고생하시는 우리 청취자분들 있다면! 단감 부지런히 챙겨드시기 바랄게요. 마지막으로 이서 님 생각하는 진영 단감이란?

: 경상도식 '라임'을 살려서 해볼까요? 단감, 단디보면 단순하지 않다.

DJ : 오늘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은 라디오 방송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 Recent posts